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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규탄 성명]

더불어민주당은 기만을 멈춰라.

인권을 찬반으로 가르는 정치는 혐오를 정당화할 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에 들어서야 차별금지법을 검토할 때가 되었다고 언급했을 때, 시민사회는 정부의 결단이 늦었지만 이제야 필요한 결정을 내렸으니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단 43초 만에 차별금지법 논의를 21대 국회 임기가 만료하는 2024년 5월로 미뤄버렸다. 여야 합작으로 검토니 필요니 하는 말들을 그저 정치적 수사로 묻어버린 것이다. 

 

당신들의 무책임한 태만을 잘 알겠다. 14년이 지나도록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해온 시민사회의 노력이 무색하게 더불어민주당은 기어이 찬반 토론회를 열었다. 박완주 정책위의장 주최라고 하지만 그것을 일개 국회의원이 주도한 행사로 갈라치지 말라. 당신들은 그동안 온갖 미사여구를 들이대며 제정논의를 미뤄온 합의의 실체를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차별금지법 제정의 노력을 뭉갰을뿐 아니라 차별금지법 제정 검토는커녕 차별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여론의 태도마저 무시하고 있다. 

 

박완주 의장과 윤호중 원내대표는 하나같이 찬반의 ‘접점’을 만들자고 토론회를 치하한다. 당신들의 방관이 지금의 파국을 만들었다. 토론내용이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언급은 치욕스럽기까지 하다. 대체 언제까지 여론을 찬반으로 나눠 중립이라는 허상의 위치를 점하리라 착각할 텐가. 그만큼 당신들이 오랜시간 차별금지법에 대한 고민과 성찰은 커녕 시민사회와의 접점도 갖지 않았음을 알고 있기는 한가. 찬반토론을 들이댄 더불어민주당의 태도는 결국 접점을 핑계로 차별하는 입장도 이해해 달라는 이들을 공적으로 대변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이 모두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저의인가. 인권의 가치뿐 아니라 인권에 반대하는 이들도 같이 품겠다는 포부는 대체 어떤 의도인지 알길이 없지만, 확실한 건 어떤 가치관도 없이 설득도 노력도 하지 않는 당신들의 무책임한 태도가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신들이 말하는 합의란 그저 합의를 위한 합의이며, 그마저 합의가 어렵다는 것을 기어이 확인시키겠다는 변명이고 기만일 뿐이다. 평등과 인권의 가치를 실천하겠다는 신념은커녕 찬반 개싸움을 열고선 심판만 하겠다는 똥배짱이나 다름없다. 

 

오랜 시간 시민사회는 인권이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님을 말해왔다. 사회에 취약한 삶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기 위해 어떤 제도들이 필요한지 배우고 알려왔다.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은 그 시작이었다. 국회는 우리의 요구를 숙고하고 이행해야한다. 하지만 당신들은 이를 묵살하기 급급했다. 

 

묻는다. 인권을 말하면 동성애 반대로 응답하며 전환치료를 강제해온 이들을 공론장에 버젓이 올린 배경은 무엇인가. 반대 의견이 많으니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확인하기 위함인가. 인권을 제도적으로 성찰하겠다는 태도에 신중한척 하지만 정작 당신들이 설계한 찬반 논쟁은 인권과 평등의 보편적 실천을 구현하고 협상하는데 어떤 의지도 없다는 것을 표명한다. 그렇게 혐오를 동원하여 당신들의 침묵을 정당화하고 싶은가. 설명해보라. 그것이 어떻게 차별을 종식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가. 대관절 더불어민주당은 평등을 실천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있기는 한가. 어디 이렇게 성토하면 당신들은 다시 한 번 ‘차별금지법 제정하고 싶지 않으세요?’ 라고 성원들을 재차 겁박할 셈인가. 보수기독교 앞에 망설임없이 조아린 머리를 시민들 앞에 꼿꼿이 세울 것이냔 말이다. 

 

다시 묻는다. 당신들의 신중함이란 검토를 위한 노력인가, 미루기 위한 절차인가. 

또한 묻는다. 찬반토론 이후는 무엇인가. 어렵다는 이유를 구실 삼아 오랫동안 미뤄온 태도를 보란듯 정당화하고 대권연장의 불쏘시개로 내팽개칠 셈인가. 이것이 최선인양 계속해서 인권을 찬반으로 가를 셈인가. 단언컨대 더불어민주당은 최악의 수를 두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말로 오랜 시간 숙고하고 합의를 위한 일말의 노력이라도 했다면 찬반토론은 상상조차 하지 말아야 했다. 적어도 국회 앞 냉골에 자리를 펴고 문을 두드리는 이들을 찾아 무엇이 필요한지 묻고 대화해야 했다. 지금이라도 인권을 팽개쳐온 당신들이 면죄할 기회는 있다. 시작부터 엉망인 토론회 이후 책임의 무게를 체감했을 것이다. 이것은 합의가 될 수 없으며 합의의 문제도 아님을 통감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의 입장을 분명히 표하라.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하라. 더이상의 찬반과 합의는 나중으로 미루기 위한 시덥잖은 구색일 뿐이다.

  

2021. 11. 25.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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