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더불어민주당은 시민들의 분노를 이해하는가
“성소수자에게 사과하고 평등법 더불어민주당이 책임져라!”

 

어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이하 차제연)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공유한 영상이 많은 사람들의 분노와 함께 회자되고 있다. 서울대학교를 찾아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해 재학생 한 명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발언을 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이 성소수자인 자신의 존재를 사회적 합의에 부친 것과 다를 바 없으며 차별당하는 모두에게 사과하라는 그의 외침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들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을 듣는 것처럼 앞에 서 있던 이재명 후보는 “다했죠?”라는 말과 지지자들의 조롱섞인 웃음만 남겨놓고 뒤돌아 자리를 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영상을 본 시민들의 분노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는가.

 

용기 내어 자신을 드러내고 평등의 원칙을 요구한 시민에 대한 이재명 후보의 무례한 태도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지적하고 있다. 이 후보는 대통령 후보라는 직함을 가진 것만으로 다른 시민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착각하는 듯하다. “부탁하지 말고 명령하라”며 자신이 국민의 뜻을 받드는 후보인 것처럼 선전해왔던 이 후보는 정작 시민이 무슨 말을 하느냐에 따라 차별하는 후보일 뿐이었다. 이 후보에게 평등에 대한 감각이 없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차제연은 이 후보의 이런 태도가 후보 개인의 자질 문제가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의 문제라고 본다.

 

14년 넘도록 성소수자의 존재를 ‘사회적 합의’의 대상으로 만들어온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후보 앞에서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밝히며 발언을 한 청년의 용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분노는 누군가의 용기에 절망만을 안겼던 더불어민주당의 역사에 대한 분노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나중에’ 발언 기회를 주겠다던 말은 평등의 원칙을 미루는 비겁함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 이재명 후보의 ‘다했죠?’는 발언 기회는 주겠지만 헤아려 듣지는 않겠다는 오만함을 상징하는 말이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오만한 대통령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 후보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한 청년의 외침은, 차별금지법을 바라는 시민 모두의 것이었다. 영상을 본 시민들의 분노는 평등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인식하지 못하는 정치인에 대한 분노였다. 특히나 21대 국회 과반의석을 점유한 여당의 후보가 국민의 뜻을 살필 의지가 전혀 없음을 확인한 것에서 오는 분노였다.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의 기대는, 시민의 말을 듣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권리를 말할 수 있는 공간을 여는 정치의 역할에 대한 기대로 진보하고 있음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한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수밖에 없음은 분명하다. 그 시간을 유예하고 제정을 회피한 정당으로 기억될지 그 시간을 앞당기고 제정을 추진한 정당으로 기억될지 선택할 시간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 시민들은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원칙론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즉각 제정에 나설 구체적인 계획과 행동을 바라는 것이다.

 

2021 차별금지법 연내제정 쟁취 농성단은 이 영상을 보게 된 많은 시민들에게도 바람을 전한다. 영상 속에서 스쳐 지나간 짧은 시간은 지금 이 땅에서 차별 받는 사람들 모두에게 반복되며 지속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 시간 속에서도 우리가 함께 내온 깊은 용기의 시간이기도 하다. 평등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의 무례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의 용기가 되어 평등으로 한걸음 내딛기를 멈추지 말자. 차별금지법 제정과 모든 차별받는 이들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우리는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1년 12월 8일
2021 차별금지법 연내제정 쟁취 농성단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66
496 [기자회견문] 건강보험 파탄내는 거품약가 인하하라! 동인련 2008.09.19 5539
495 표현의 자유가 없는 광화문광장은 서울시의 정원일 뿐이다 동인련 2009.08.03 5522
494 [무지개행동] 서울시 주민제안사업마저 훼손하려고 하는가. - ‘청소년 무지개와 함께’ 지원센터는 더 많은 곳에 설립되어야 한다! - 동인련 2013.07.04 5479
493 [기자회견문] 차별과 혐오를 넘어 평등한 사회를 만들자 올바른 차별금지법 반드시 제정합시다 file 병권 2013.06.14 5437
492 [성 명] 학생인권조례 성소수자 공동행동의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원안 통과를 기뻐하며 동인련 2011.12.20 5421
491 기자회견문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LGBT에 대한 혐오와 차별, 폭력을 조장하는 러시아 정부와 의회를 규탄한다 1 file 동인련 2013.06.20 5407
490 [성명] 언론은 질병 예방을 저해하는 혐오 선동을 멈춰라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5.07 5390
489 [12월1일 세계에이즈의 날 기자회견] 에이즈30년, 그러나 에이즈감염인의 인권은 거꾸로 간다 file 정욜 2011.12.01 5354
488 [기자회견문] 장관님, HIV/AIDS감염인의 인권은 어디에 있습니까? 정욜 2009.12.02 5346
487 [무지개행동 성명]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 조장하는 광고 게재한 경향신문은 즉각 사과하고 광고 선정 기준 재검토하라! 동인련 2013.06.28 5342
486 [성명] 한양대학교 LBGT 인권위원회 설치에 대한 총투표 실시에 반대합니다. 동인련 2011.12.05 5330
485 <코미디 빅리그> 행정지도 권고 유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동성애혐오를 조장하지 말라 동인련 2013.03.12 5319
484 [성명서] 동성애혐오성 집단 괴롭힘으로 인한 청소년 성소수자의 자살에 학교 책임이 없다는 반인권적 판결을 내린 대법원을 규탄한다! file 병권 2013.08.13 5317
483 <논평> 동성애혐오를 조장 캠페인을 두고 봐서는 안 되는 이유 인권 옹호의 목소리를 더 멀리 퍼뜨리기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 덕현 2013.11.27 5272
482 용산참사 피고인들에 대한 법원의 선고는 제2의 사법살인이다! 동인련 2009.10.30 5270
481 인권침해 반성없는 정부를 규탄한다.- UN 사회권 심의에서 보여준 정부의 천박한 인권의식 - 동인련 2009.11.18 5266
480 [긴급 성명] 이명박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시도 반대한다 동인련 2009.10.28 5249
479 [성명]국민여론 외면한 아프간 재파병 결정 당장 철회하라 동인련 2009.11.04 5225
478 동성애 "혐오"를 조장하는 국회조찬기도회 국회의원들을 규탄한다. file 덕현 2013.08.26 5219
477 Rainbow connects Russia and Korea – 대한민국에서 러시아 성소수자들에게 보내는 연대 메시지 1 병권 2013.06.21 521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