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일터에 미세먼지처럼 존재하는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을 걷어내자

- 쿠팡 성소수자 노동자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사건에 부쳐

 

쿠팡에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이번엔 성소수자인 피해자에 대한 아웃팅까지 발생했다.

피해자는 지난 21 10월부터 쿠팡 창원1센터에서 근무 중 관리자로부터 수차례 폭언 등에 시달렸다. 피해자는 사건을 겪을 때마다 회사에 알리고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즉각적인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창원센터 관리자가 가해자와 피해자의 화해를 위해 대면시키는 과정에서 가해자에 의해 아웃팅까지 발생하였다. 아웃팅 이후 피해자는, 가해자가 다른 직원들에게도 아웃팅을 한 건 아닌지 불안에 떨며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었다.

피해자는 이를 2차 가해로 판단하고 회사에 알렸다. 쿠팡 측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은 일부 인정하였으나, 가해자에게 서면 경고 조치를 하는 것에 그쳤고, 사건이 처리되는 과정 동안 피/가해자 분리조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얼마 후 직장 내 보안검색대에서 하청업체 보안요원에 의한 성희롱까지 발생하였으나, 쿠팡 측에서는 보안요원이 쿠팡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빈번한 인권침해는 이미 문제되어왔다. 높은 업무강도 속에서 노동자에 대한 처우는 고려되지 않았고, 이는 노동자들의 연이은 과로사로 이어졌다. 노동자의 권리를 고려하지 않는 직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역시 불 보듯 뻔했다. 시민사회뿐 아니라 국정감사에서도 쿠팡은 성장하는 물류산업 이면에 노동자를 착취하는 구조적 문제를 집약한 기업으로 지탄받았지만 개선의 여지는 크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효율과 이익만을 고려하는 기업문화 속에서 피해 노동자는 고립되기 쉬웠다. 노동자가 자신의 부당한 처우를 요구하고 괴롭힘을 문제 삼을 때, 그가 불이익 당하리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다. 쿠팡 본사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조치도 하지 않고, 규정상 이유로 유급휴가를 불허했다. 피해자는 공황증상으로 응급조치를 받아야 했던 상황이었다. 더구나 노동자가 성소수자일 때 그의 처우는 불 보듯 뻔하다. 성소수자라는 사실만으로 괴롭힘의 명분이 되고, 성소수자는 존재 자체로 기업문화에 반하는 존재로 지탄받아 낙인찍혀 괴롭힘의 대상이 되기 쉽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 된지 2년이 넘었고 성희롱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지만, 성소수자 노동자들은 여전히 제도적, 법적인 도움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직장 내에 미세먼지처럼 존재하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또는 무지로 인함이다. 2016년에 발표한 레인보우커넥션프로젝트한국 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 성인건강연구결과, 성소수자 노동자의 93% 가 일터에서 사람들이 성소수자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성소수자 노동자들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겪더라도 단순한 항의조차 하지 않게 된다. 신고 과정에서 본인의 성정체성이 드러나는 것이 두렵거나 이로 인해 오히려 자신이 불이익을 당할까봐 걱정하기 때문이다.

 

성소수자 노동자는 어느 일터에나 존재한다. 그러나 일터에서 성소수자는 보이지 않는다. 많은 성소수자들이 혐오와 차별을 피해 일터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러내지 않을 뿐 성소수자들은 여전히 일하고 있다.

성소수자 노동자도 존중받고 평등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은, 일터에 존재하는 미세먼지와도 같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걷어내어 직장 내 분위기를 개선하는 것이다.

 

직장 내 분위기를 개선하고 법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은 명확하다.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엄격히 적용하여 쿠팡 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라. 쿠팡 사측 역시 피해자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노력을 다 하라.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성희롱 예방 교육에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돕는 내용을 포함하고 전문 강사를 통한 교육을 진행하라.

 

용기 내어 피해 사실을 공론화한 피해자에게 지지와 연대의 메세지를 보내며, 성소수자 노동자도 평등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행성인은 끊임없이 성소수자 노동권을 외칠 것을 다짐한다.

 

2022.01.11.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61
412 [3.8세계여성의날 기념성명] 행성인은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가로지르는 온전한 성평등을 요구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3.08 157
411 [공동성명] 혐오로 점철된 인권 농단의 정치세력화는 질병 예방의 걸림돌일 뿐이다. -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을 더럽히는 세력들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12.03 160
410 <공동성명> KT 노동감시에 대한 엄정한 대책을 촉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9.26 160
409 [발언문] 가족구성권 3법 발의 기자회견 - 혼인평등 당사자 발언 (소성욱&김용민 부부)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5.31 161
408 2022년 세계 난민의 날 공동성명 -난민법 제정 10년, 법무부는 난민보호의 책임을 다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6.21 163
407 [기자회견문] 혐오를 넘어 사람을 보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11.30 165
406 [성명] 우리의 존재를 인정하라! - 일방적으로 동성 배우자 피부양자 등록을 취소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들어라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11.11 166
405 [논평] 유엔, 군형법상 동성애 처벌 조항 폐지 권고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10.11 167
404 [성명] ‘함께 살자’ 구호를 넘어 행동으로! -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에 부쳐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5.17 167
403 [촛불1주년 인권선언문] 촛불 1년 우리는 멈출 수 없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10.30 168
402 [기자회견문] 차별금지법 제정을 바라는 1만여 명의 열망, 정부와 국회는 응답하라 오솔 2017.11.16 168
401 [논평]동성 군인의 합의에 의한 성관계 무죄 판결을 환영하며 - 군형법 상 추행죄(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더는 미뤄선 안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8.02.23 169
400 [성명] 자유한국당의 국가인권위법 개정안 발의를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9.25 170
399 [논평] 가족구성권 3법 발의를 환영하며, 국회는 성소수자 배제 없는 혼인평등 실현하라.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5.31 170
398 [성명] 성소수자 노동자는 모든 노동자가 안전한 일터를 위해 투쟁할 것이다 -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를 추모하며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12.10 173
397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논평] 사회적 차별과 낙인을 조장하는 HIV/AIDS에 대한 혐오와 차별 선동을 규탄하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10.24 174
» [성명] 일터에 미세먼지처럼 존재하는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을 걷어내자 - 쿠팡 성소수자 노동자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사건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1.11 174
395 [성명] 21대 국회를 무지갯빛으로 물들이자, 평등에 투표하자!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4.09 175
394 [가구넷 성명] 대만의 아시아에서 첫번째 동성결혼 법제화를 환영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5.28 175
393 성소수자의 존재는 더 많이 보이고, 성소수자의 목소리는 더 많이 들려야 한다. - EBS1 '까칠남녀' <성소수자 특집> 방송을 응원하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8.01.02 175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