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환영 논평]

노동자 김진숙의 명예복직을 축하하며

 

1981년 입사했다. 현장에서 동료들이 죽음을 넘나들며 노동했다. 그러던 시절에 노동조합이 다가왔다. 용기내어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소리쳤다. 1986년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부당해고 당했다. 그때부터 복직 투쟁을 시작했다. 37년.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동안, 구조조정에 맞서 크레인에 올라가 기약없는 고공농성도 했고, 복직과 고용안정 없는 한진중공업의 매각을 반대하는 염원을 담아 부산부터 서울까지 하염없이 걷기도 했다.

 

1986년과 2022년은 얼마나 다른가. 여전히 수많은 일터에서 ‘악’소리도 내지 못하는 노동자가 존재한다.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 입이라도 열면 일터는 노동자를 조각낸다. 그동안의 근무 태도나 업무 성과가 좋지 않았다며 악의적으로 소문내거나 쫓아낸다. 단지 입을 열었다는 이유로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을 부정당하고, 또 부정당한다. 비어가는 통장 잔고와 막막한 현실 앞에 노동자는 마음이 무너진다. 그래서 ‘해고는 살인이다.’ 

 

성소수자 노동자는 해고 노동자와 함께 한다. 우리는 닮아있기 때문이다. 험난한 일터에서 우리는 침묵하지 않았다. 해고 노동자는 일터에서 모두에게 안전한 노동 환경을 보장하라고 소리쳤고, 성소수자 노동자는 모두가 나로써 존재할 수 있는 일터를 보장하라고 소리쳤다. 우리는 함께, 또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를 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싸웠다. 

 

김진숙의 싸움은 연대의 장이었다. 그는 SNS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했고,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싸움을 하는 수많은 노동자, 사회적 소수자들과 함께하며 목소리를 내는 일에 주저하지 않았다. 성소수자의 삶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김진숙은 2011년 여름 희망버스를 타고 그가 고공농성 중이던 크레인을 찾아간 이들에게 감사와 연대의 인사를 전하며 ‘성소수자 동지 여러분’을 호명했다. 그해 겨울에는 서울시학생인권조례 원안통과를 위해 서울시의회에서 농성을 하고 있던 성소수자들에게 지지를 표하며 힘을 보탰다. 당시만해도 노동운동에서 성소수자 의제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 내는 이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김진숙의 발언은 수많은 성소수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그렇게 김진숙은 사회적으로 배제당하고 소외받는 이들과 연대와 지지를 주고 받으며 자신의 싸움을 이어왔다. 그래서 김진숙의 명예복직은 우리 모두의 명예복직이다.

 

부당해고부터 명예복직이 되기까지 37년이 걸렸다. 한참 늦은 소식이다. 긴 시간동안 복직소식을 듣지 못하고 싸우다 곁을 떠난 동지들이 적지 않다.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이 제 권리와 존엄을 위해 일터에서 싸우고 있다. 마냥 기뻐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우리는 오랜시간 싸워온 수많은 노동자, 사회적 소수자들과 함께 걸으며 자신의 싸움을 이어 온 노동자 김진숙의 시간에 존경과 감사를 보내며 축배를 든다. 이제 그가 싸우며 만들어낸 길을 함께 이을 때다. 그의 말마따나 비정규직, 장애인, 농민, 여성, 이주노동자를 배제하지 않으며 연대할때 우리는 자본을 이길 수 있다.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가, 세브란스 청소노동자가, 택배 노동자가, 그리고 호명되지 못한 수많은 노동자가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 그때까지 우리 웃으며 함께 투쟁하자. 투쟁!

 

2022년 2월 24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5403
63 변희수의 내일을, 우리의 오늘을 함께 살아갑시다. -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추모 성명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3.05 154
62 보 도 자 료 - ‘에이즈관련 단체들의 피켓시위’를 이유로 세계에이즈의 날 기념행사를 취소한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다 병권 2013.12.03 4305
61 보도자료 - 평등한 가족구성권, 다양한 가족구성권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 및 혼인신고 수리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 file 동인련 2013.12.10 4621
60 보도자료-『유엔인권이사회 제2차 국가별 인권상황정기검토(UPR) 권고에 따른 유엔인권권고 이행계획에 대한 시민사회 제언』보고서 발행 한국 정부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인권권고 이행계획 밝혀야 13개 정부 부처에 2차 UPR 권고 이행계획에 대한 공개 질의서 발송 file 동인련 2014.01.14 3556
59 보도자료: 수동연세요양병원 에이즈환자 사망사건 초래한 복지부, 질병관리본부를 국가인권위에 진정 덕현 2013.10.10 6114
58 비밀정보기관이 주도하는 공포와 혐오의 정치를 중단하라 사상과 양심의 자유는 더 확대되어야 한다 덕현 2013.09.30 3917
57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만인 선언문 동인련 2008.09.23 5904
56 사실상 전면적인 집회금지 방침, 이명박 정권 규탄한다! 동인련 2009.05.22 6220
55 삭제된 것은 ‘논란의 소지’가 아니라 ‘인권’이다 전북도의회와 민주통합당은 후퇴 없는 학생인권조례를 조속히 제정하라! 오리 2013.01.29 5010
54 새 정부도 학생인권을 볼모로 잡을 텐가! 서울과 전북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무효 확인 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즉각 철회하라 덕현 2013.07.30 4860
53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사업 <청소년무지개와 함께 지원센터> 사업예산 불용 및 경찰폭력 규탄 기자회견문 웅- 2015.01.05 1900
52 서울시교육청은 '굴종의 교육'을 강요하지 말라 - 교사 7인의 무더기 해직 사태를 바라보며 동인련 2008.12.12 7563
51 서울시는 성소수자 혐오세력에 굴하지 말고 서울시민 인권헌장이 모두를 위한 인권의 길잡이가 되도록 올바르게 제정하라! 동인련 2014.10.08 1976
50 성기성형수술을 하지 않은 성전환자에 대한 성별정정 허가 결정을 환영하며,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요건 및 절차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한다! 오리 2013.03.21 4792
49 성명]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결정을 환영하며 "국가와 지자체는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의무를 방기해서는 안된다" 정욜 2013.01.24 5638
48 성명서 - 2013년 인권의 그날들을 기억하는 우리, 불평등에 맞서는 연대로 인간의 존엄을 선언하다 file 동인련 2013.12.10 3576
47 성명서 ㅡ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를 왜곡하는 언론형태 유감이다 동인련 2011.10.24 4639
46 성소수자 군인 처벌 중단, 동성애 처벌법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시민사회 연석회의 기자회견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7.05 381
45 성소수자 차별 조장하는 군인 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 규탄 기자회견 - 의견서 및 발언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2.07 192
44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 행동 출범 1년을 맞이하며 “이제 가파른 고개 하나를 넘었습니다.” 동인련 2009.05.18 6109
Board Pagination Prev 1 ...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Next
/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