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여성의날 기념 성명]

차별과 증오의 정치, 닫힌 권리의 요구를 넘어 살아남아 변화를 만드는 페미니스트가 되자


 

출생시 성별부터 여남의 조건을 강제하고, 이를 차별적으로 해석하고 통제해온 가부장제-성별이분법-정상가족 사회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을 돌아다니며 배를 채울 먹이를 구하러 다니고 있다.

 

빈곤과 실업, 열등감과 보상심리를 먹고 자라난 안티 페미니즘은 타자를 향한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하며 세를 불려나간다. 선주민 남성 정상성에 부합하지 않는 소수자들에겐 그들이 먹다 남은 반쪽짜리 권리를 떼어다 줄 뿐이다. 정권 사수와 교체만을 대의 삼으며 양당체제를 부추기는 지금의 대선을 둘러싼 여론은 이분법의 강압적인 권력을 행사한 단면일 뿐이었다. 

 

사회로부터 부여받은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형벌로 받아들이는 동안,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소수자 정체성은 존재 자체로 용납되지 못할 현실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것이 소수자 당사자의 권리 요구로 좁혀질 수 없다. 사회에 만연한 구조적 차별을 직시하지 않을수록 개인이 감당할 부조리한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성소수자이지만 동시에 여성이고 이주민이며 장애인이자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존재의 확장 없이, 타자와의 이해와 공존의 노력 없이는 여성으로도 성소수자로도 자신의 안위라는 미명 아래 스스로를  검열하고 억압하며 끝내 정체성 바깥 공동의 삶을 상상할 수 없다. 

 

기존의 정상가족 체제는 퀴어의 삶을 보장하지 않는다. 역으로 존재의 자기소멸과 불평등이라는 칼을 목 밑에 겨루었으나 동료 시민으로서 우리는 그 현장을 얼마나 외면하였나. "상호교차적인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주어진 특권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차이는 조금도 줄어들지 못할 것이다. 너의 폭력과 빈곤함에 얼마나 마음을 나누었나. 생존과 돌봄의 줄타기 아래 서로를 비난하지 않아도 되는 체제로의 이동은 요원해 보였다. 

 

우리는 전체 정부 예산 중 0.2%에 달하는 여성가족부 예산을 지켜내는데 만족하지 않는다. 우리는 페미니스트들의 오랜 투쟁으로 쌓아 올린 가정폭력방지법, 성폭력방지법, 남녀고용평등법 제정을 요구하는 한편, 변화의 요구는 내부를 향하기도 한다. 여성을 향한 사회구조적인 성폭력 문화에 저항하는 우리는 '같은' 소수자 정체성 안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단호히 맞서 공동체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반성폭력 문화를 토양으로 내부에서부터 우리 스스로의 평등과 존엄을 다시 세우자.

 

때마다 돌아오는 주권자를 우롱하는 양당체제에 반기를 들었고, 양성평등 넘어 성평등의 가치를 주장해왔다. 그리고 페미니즘에 기반한 우리의 투쟁은 국경 너머 전쟁에 반대하는 민중의 저항에, 노골적인 산업자본시장 속에 빈번해지는 재난과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의 요구를 향한다. 지구에 사는 생명체의 관리와 규율로서 작용하는 신자유주의라는 망령을 퇴치하자.

 

여성, 성소수자, 장애, 이주 등 소수자로서의 우리는 나의 정체성으로인해 차별 받거나 훼손되지 않을 천부 인권이 있음을 기억하자. 누구도 다치지 않고 누구도 낙오되지 않고 누구도 죽지 않는, 시끄럽고 이기적이고 귀찮은 취급을 받아온 우리들의 연대로 성평등 세상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자.

 

2022.03.08.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66
416 [의견서] 전북도의회가 교육청 원안을 받아들여 전북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기 바랍니다. 이경 2013.02.27 4593
415 [연명 성명] 우리 모두는 HIV감염인의 존엄한 삶에 연대한다. 어느 대학 소셜미디어를 통해 드러난 에이즈혐오 사건에 부쳐, 그 모든 비난과 욕설에 함께 맞서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3.06 223
414 [연대성명]평화적인 민주화 요구 시위를 무력으로 탄압하는 버마(미얀마)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 동인련 2007.10.01 6503
413 [연대성명] 아이티에 대한 파병 경쟁을 중단하라! 정욜 2010.01.22 7858
412 [연대성명] 문재인정부는 노동자의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권리를 왜곡하는 행위를 중단하라!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7.20 93
411 [연대공동성명] 동성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을 환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10.27 92
410 [여성의날 성명] 트랜스 여성도 여성이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3.08 212
» [여성의날 기념 성명] 차별과 증오의 정치, 닫힌 권리의 요구를 넘어 살아남아 변화를 만드는 페미니스트가 되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3.08 50
408 [에이즈치료중단 강요하는 검사비 부담전가 규탄 기자회견문] 1 나라 2009.07.20 6127
407 [에이즈넷 성명] 누구에게도 강제적인 성매개감염병, HIV 검진은 필요하지 않다. 모든 일터에서 강제 검진 폐지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7.27 134
406 [에이즈넷 논평] 성소수자와 HIV감염인의 인권을 공격하는 KNN 방송 등을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4.26 129
405 [에이즈넷 논평] HIV감염인을 범죄화하는 전파매개행위죄 합헌 판결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10.28 72
404 [언론 모니터링] 혐오와 낙인이 방역에 해가 된다는 코로나19의 교훈을 잊었는가. 엠폭스발 성소수자 혐오를 중단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4.19 112
403 [아프간재파병반대연석회의]11.14 반전평화행동의 날 집회 불허를 규탄한다 file 동인련 2009.11.11 5844
402 [아이다호공동행동 성명] 2021년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맞아, “우리가 여기 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5.18 77
401 [아이다호공동행동 논평] 증오에 기인한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 - 성소수자 지하철 광고 훼손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8.04 154
400 [아이다호공동행동 논평] 아이다호 지하철역 광고 재게첨에 부쳐 – 평등의 외침은 증오와 폭력을 이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8.04 149
399 [세계인권선언 65주년 기자회견] HIV감염인에게 인권을! 에이즈환자 요양사업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하라! 에이즈의 날 기념행사 취소에 대해 사과하라! file 동인련 2013.12.10 4656
398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논평]동성애혐오성 집단괴롭힘으로 인해 자살한 학생에 대하여 집단괴롭힘에 대한 학교 책임만 인정하고 자살에 대한 학교 책임은 부정한 판결 덕현 2014.02.19 3531
397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논평] 김조광수, 김승환 씨의 결혼을 축하하며 다름이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 보다 다양한 이들의 권리와 관계가 보장되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병권 2013.09.04 4874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