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논평] 정치의 실패를 기억하며, 우리는 당신들을 넘어설 것이다

- 차별금지법 제정 쟁취 단식투쟁과 농성 마무리에 부쳐

 

오늘 26일, 차별금지법 제정 쟁취 단식 투쟁과 농성이 마무리된다. 지난 4월 11일부터 총 46일간 이어진 투쟁을 돌아보며 함께 했던 수많은 동료 시민들, 그리고 평등을 바라며 곡기까지 끊었던 두 활동가에게 연대와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

 

투쟁 기간 동안 성소수자 운동은 끊임없이 평등을 외치며 힘차게 싸워왔다. 4월 16일 집중문화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공개편지행동, 지방선거 유세현장에서의 그림자 시위 등 모든 현장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호소하는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국회에 이 절박함을 전달하고자 국회 본청을 마주하는 높은 곳에 올라가 대형 현수막을 게시하기도 했다. 국회 앞 농성장에서, 차별금지법은 동성애를 교육하고 동성혼으로 이어지기에 안 된다고 반복하는 낯익은 혐오를 계속 마주하며, 왜 성소수자를 위한 이 법이 제정되어서는 안되는지를 정치에 물었다. 

 

분명한 것은 이제는 더 이상 성소수자 혐오가 차별금지법 논쟁에 발붙일 여지는 없다는 것이다. 성소수자의 상징이던 무지개가 다양성과 평등의 상징이 되고, 농성장 곳곳에 무지개 깃발이 휘날린 것처럼 이제는 더 이상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이유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한다는 주장은 합리적 공론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성소수자를 포함한 누구나 존엄하고 평등하며, 차별로부터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시민들 절대다수가 찬성하는 당연한 여론이 되었다. 

 

그럼에도 끝내 정치는 그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 여러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농성장을 찾아오고 비대위원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이 이야기되었음에도, 5월 25일 공청회를 끝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차별금지법 패스트트랙 지정 요구에 대해 답을 하지 않았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마저 거부하며 공청회에 불출석했다. 끝없이 성소수자 차별에는 반대하지만 사회적 합의는 필요하다며 ‘나중에’를 외쳐 온 정치는 결국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데 실패하였다. 

 

그렇게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치의 실패로 여전히 우리 앞에는 차별의 현실이 놓여져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성소수자 운동은 이러한 현실에 지치고 슬퍼할 수는 있을지언정 절망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삶이 계속 이어지듯이, 단식투쟁과 농성은 마무리 되지만 평등을 위한 투쟁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이들의 평등을 외치는 자리에 파고드는 성소수자 혐오선동에 서로를 위로하며 함께 맞섰던 것처럼, 우리는 연대와 용기로, 정치가 해야했을 책임을 완수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이 날의 정치의 실패를 분명히 기억하며, 우리는 당신들을 넘어설 것이다. 

 

아무리 정치가 외면해도 차별금지법은 끝내 제정될 수밖에 없다. 차별을 넘어 성소수자의 실질적 권리들이 보장되고, 누구나 평등하고 존엄하며 자신답게 살기 위해, 함께 더 넓은 투쟁을 해나가자. 혐오를 끝내고 세상을 바꾸며 시대를 여는 무지개빛 행진을 이어나가자.

 

2022. 5. 26.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1. No Image notice by 동인련 2010/05/12 by 동인련
    Views 84866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2. No Image 24Feb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2/24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54 

    [환영 논평] 노동자 김진숙의 명예복직을 축하하며

  3. No Image 27Feb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2/27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113 

    변희수 하사를 기억합니다. 그리고 함께합니다. -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1주기 입장문 -

  4. No Image 01Mar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3/01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52 

    [공동 선언문] 우리는 정권이 아닌 미래를 선택했다 체제를 전환하라

  5. No Image 02Mar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3/02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68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즉각 중단 · 평화적 해결 촉구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문

  6. No Image 08Mar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3/08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50 

    [여성의날 기념 성명] 차별과 증오의 정치, 닫힌 권리의 요구를 넘어 살아남아 변화를 만드는 페미니스트가 되자

  7. No Image 21Apr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4/21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81 

    [공동논평] 대법원의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 사건 무죄 판결을 환영하며,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위헌 결정을 촉구한다

  8. No Image 26Apr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4/26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85 

    [차제연 논평] 우리는 평등법 제정으로 그 사과를 받고자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발언에 부쳐-

  9. No Image 27Apr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4/27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49 

    [차제연 논평] 15년만에 법제사법위원회 책상에 올라간 차별금지법 - 차별금지/평등법 법안심사를 시작하라

  10. 29Apr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4/29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120 

    [성명] 모든 노동자에게 무지갯빛 일터를 보장하라 - 2022 노동절에 부쳐

  11. No Image 11May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11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52 

    [무지개행동 성명] 새정부 첫날, 보여줄 것이 혐오뿐인가 - 김성회 비서관의 성소수자 혐오발언, 대통령은 책임지고 혐오차별해소에 압장서라!

  12. No Image 11May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11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54 

    [무지개행동 논평] 대통령집무실 앞 집회금지의 위법함을 확인한 법원 결정을 환영한다

  13. No Image 17May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17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127 

    [공동논평] 성소수자 행사 공공체육관 이용차별을 인정한 판결을 환영한다

  14. No Image 17May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17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83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DAHOBIT) 선언문

  15. No Image 26May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26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75 

    [무지개행동 논평] 정치의 실패를 기억하며, 우리는 당신들을 넘어설 것이다 - 차별금지법 제정 쟁취 단식투쟁과 농성 마무리에 부쳐

  16. No Image 26May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26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79 

    [차제연 기자회견문] 46일간의 농성 및 단식투쟁을 마치며 - 정치의 실패다. 차별금지법 제정까지 끝까지 투쟁한다

  17. 31May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31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110 

    [논평]’원숭이 두창’을 보도하는 언론 행태에 부쳐- 낯선 질병에 성소수자를 동원하는 언론은 나쁜 손을 잘라라

  18. No Image 21Jun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6/21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169 

    2022년 세계 난민의 날 공동성명 -난민법 제정 10년, 법무부는 난민보호의 책임을 다하라

  19. [성명] 변화를 위한 퀴어한 연대와 실천을 이제는 저들도 알고 있나니 - 스톤월항쟁을 기념하며

  20. 03Jul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7/03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145 

    [미디어논평] 질병을 둘러싼 과도한 접근은 공익을 저해할 뿐

  21. 07Jul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7/07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252 

    [공동성명] 초국적 제약회사의 후원을 퀴어커뮤니티가 경계해야 하는 이유 -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의 서울퀴어퍼레이드 행진차량 참여에 유감을 표하며

Board Pagination Prev 1 ...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