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316220001_5490643947732083_6691662691100972762_n.png

 

 

 

[논평] 미성년 자녀 있는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불허의 위법성을 확인한 대법원 결정을 환영한다

 

 


오늘(24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2020스616). 2011년에 미성년 자녀가 없을 것을 성별정정의 사전요건으로 허용한 이래 11년만에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대법원의 이번 결정을 환영하며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체성의 권리가 보장되기 위한 더 많은 논의를 촉구한다.

이 사건의 신청인은 미성년 자녀를 둔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2019년 서울가정법원에 성별정정을 신청했으나 1, 2심 모두 기각되었다. 법원의 기각 이유는 미성년 자녀를 둔 경우 성별정정을 허용하면 자녀의 복리에 해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2011년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결정(2009스42)에서 판시한 내용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이번 결정에서 대법원은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성정체성에 따라 진정한 성을 법적으로 인정받고 확인받을 권리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서 도출되는 기본적 권리임을 분명히 하였다. 그러면서 트랜스젠더인 부모의 성별정정이 자녀의 복리에 해가 된다고 일률적으로 볼 수 없고, 오히려 성별정정을 함으로써 자녀의 복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도 판단하였다. 또한 성별정정 전후로도 트랜스젠더 부모와 그 자녀의 관계는 달라지지 않고 따라서 트랜스젠더 역시 가족을 이루는 구성원으로서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부여받아야 한다고도 강조하였다. 그렇기에 이러한 구체적 사정들을 고려하지 않고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신청인의 성별정정을 기각한 원심 결정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처럼 이번 대법원 결정은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을 권리로서 확인하였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크다. 다만 그럼에도 미성년 자녀 기준 자체를 완전히 폐기하지 않고 판단의 여지를 남긴 것은 아쉬운 일이다. 유엔 등 국제인권규범과 성별정정의 권리를 확인하면서 자기결정에 따라 어떠한 강제적 요건 없이 트랜스젠더가 법적 성별을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고, 아르헨티나, 아일랜드, 몰타 등 여러 외국에서는 실제로 이러한 법률도 제정되어 있다. 그렇기에 이번 대법원 결정의 취지를 충분히 고려하여 서울가정법원에서는 조속히 신청인의 성별정정을 허가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이번 결정을 계기로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에 대한 정부와 국회 차원의 논의가 이루어질 것을 촉구한다. 2015년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성별정정을 용이하게 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그럼에도 국회와 정부는 이 문제를 법원의 역할로만 떠넘긴 채 제대로 된 어떠한 논의도 하고 있지 않다. 이는 시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헌법기관으로서의 최소한의 책무를 하지 않는 것이다.

오늘 대법원이 확인했듯 자신의 성별정체성에 따라 인격을 발전하고 이를 법 앞에 인정받는 것은 마땅히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이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오늘 결정을 환영하며, 이러한 권리가 충분히 실현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에서 더 이상 자신의 책무를 미루지 말고 자기결정에 기반한 성별정정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

 

 


2022. 11. 24.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83
418 [의견서제출] 동성애혐오 집단괴롭힘 사건 관련 성소수자들과 지지자 들의 의견서를 부산고등법원 제1민사부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정욜 2013.09.09 4367
417 [의견서] 전북도의회가 교육청 원안을 받아들여 전북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기 바랍니다. 이경 2013.02.27 4597
416 [연명 성명] 우리 모두는 HIV감염인의 존엄한 삶에 연대한다. 어느 대학 소셜미디어를 통해 드러난 에이즈혐오 사건에 부쳐, 그 모든 비난과 욕설에 함께 맞서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3.06 227
415 [연대성명]평화적인 민주화 요구 시위를 무력으로 탄압하는 버마(미얀마)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 동인련 2007.10.01 6505
414 [연대성명] 아이티에 대한 파병 경쟁을 중단하라! 정욜 2010.01.22 7862
413 [연대성명] 문재인정부는 노동자의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권리를 왜곡하는 행위를 중단하라!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7.20 99
412 [연대공동성명] 동성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을 환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10.27 96
411 [여성의날 성명] 트랜스 여성도 여성이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3.08 217
410 [여성의날 기념 성명] 차별과 증오의 정치, 닫힌 권리의 요구를 넘어 살아남아 변화를 만드는 페미니스트가 되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3.08 56
409 [에이즈치료중단 강요하는 검사비 부담전가 규탄 기자회견문] 1 나라 2009.07.20 6131
408 [에이즈넷 성명] 누구에게도 강제적인 성매개감염병, HIV 검진은 필요하지 않다. 모든 일터에서 강제 검진 폐지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7.27 140
407 [에이즈넷 논평] 성소수자와 HIV감염인의 인권을 공격하는 KNN 방송 등을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4.26 134
406 [에이즈넷 논평] HIV감염인을 범죄화하는 전파매개행위죄 합헌 판결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10.28 78
405 [언론 모니터링] 혐오와 낙인이 방역에 해가 된다는 코로나19의 교훈을 잊었는가. 엠폭스발 성소수자 혐오를 중단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4.19 117
404 [아프간재파병반대연석회의]11.14 반전평화행동의 날 집회 불허를 규탄한다 file 동인련 2009.11.11 5849
403 [아이다호공동행동 성명] 2021년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맞아, “우리가 여기 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5.18 82
402 [아이다호공동행동 논평] 증오에 기인한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 - 성소수자 지하철 광고 훼손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8.04 158
401 [아이다호공동행동 논평] 아이다호 지하철역 광고 재게첨에 부쳐 – 평등의 외침은 증오와 폭력을 이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8.04 154
400 [세계인권선언 65주년 기자회견] HIV감염인에게 인권을! 에이즈환자 요양사업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하라! 에이즈의 날 기념행사 취소에 대해 사과하라! file 동인련 2013.12.10 4660
399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논평]동성애혐오성 집단괴롭힘으로 인해 자살한 학생에 대하여 집단괴롭힘에 대한 학교 책임만 인정하고 자살에 대한 학교 책임은 부정한 판결 덕현 2014.02.19 3535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