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IMG_20230430_193446_787.jpg


[성명]

우리는 누구도 미끄러지지 않는 일터를 원한다.

- 2023 노동절을 맞아


한국 노동자들의 삶이 미끄러지고 있다. 한 주에 바짝 120시간 일하고 쉬라던 대통령 후보는 이제 대통령이 되어 주 69시간 일하라고 말한다. 노동자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노동 시간에 대해 논의하는데 경청과 명확한 근거는 없다. 이번에도 대통령은 부정적인 반응이 연일 쏟아지자 자신의 의도는 과로를 종용하는 것이 아니었다며 발뺌했다.


‘칼퇴’라는 단어가 있을 만큼, 이미 많은 노동자가 일상적으로 초과 근무를 하는 현실이다. 그나마 지금은 잠을 줄이고 시간을 쪼개 친구를 만나 마음을 채우고, 유행하는 영화를 보며 마음껏 웃고, 도로에 핀 꽃을 보며 계절이 지나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보다 노동 시간이 더 늘어난다면 더 이상 쪼갤 시간도 없을 것이다. 일어나서 기절하듯 잠들 때까지의 하루가 기약 없는 노동으로만 채워진다면 일상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노동 시간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우리의 일상을 무너뜨리겠다는 분명한 의미이다.


노동자의 일상을 무너뜨리려는 정부는 노동자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울타리마저 망가뜨리고 있다. 10년 동안 적용된 전례가 없는 단체협약 조항에 괜한 트집을 잡고, 한 달 동안 동일한 노동조합을 세 번이나 강압적으로 압수수색하고, 회계장부 투명화를 언급하며 마치 노동조합이 부패한 존재인 것처럼 말한다. 정치적 목적을 갖고 일단 들쑤시고 수사하기 급급하다. 이 과정 어디에서도 현장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희망이 멀게만 느껴지는 요즘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우리의 노동이 후퇴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터에 마음 놓고 갈 수 있는 화장실이 없는 트랜스젠더 노동자를 비롯해 남성 비율이 높은 일터라 여성 화장실이 없어서 화장실을 가지 못하는 여성 노동자와 업무가 너무 많아 화장실을 갈 시간조차 없는 콜센터 노동자가 이미 존재한다. 애초에 기본적인 생리 욕구조차 보장되지 못하는 일터가 황사처럼 전국에 퍼져 있다.


이 사회에서 노동하며 살아가는 성소수자인 우리는 트랜스젠더 노동자가 성중립화장실의 부재로 인해 기본적인 생리 욕구 해소조차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마주한다. 또한, 성소수자 노동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노동자가 각기 다른 이유로 결국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며 노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여다보게 된다. 이것이 성소수자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연대해야 하는 이유이다. 누구를 배제하면서 나만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 갈 방법은 없다. 그동안 일터의 부조리에 맞서 입을 열었다는 이유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혹은 그 밖의 부당한 이유로 많은 동료가 일터에서 쫓겨났다.


누군가의 권리를 뭉개는 일터는 결국 모두에게 유해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나만 살아남는 일터가 아닌 동료들과 함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일터를 원한다. 험난한 시대이지만 우리는 일터를 바꾸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저들이 원하는 대로 서로에게 화살을 겨누지 말자. 마음을 모아 모두가 미끄러지지 않는 일터를 만들자. 우리 함께 만들자


2023년 5월 1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66
576 [무지개행동 논평] "기억하고 애도하며, 그리고 함께 살아갑시다" - 2021년 트랜스젠더 가시화 주간과 추모의 날을 맞아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1.23 46
575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논평] HIV감염인이 ‘건강’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사회가 가장 건강하고 안전하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4.04.02 46
574 [차제연 성명] 국가인권위원회가 철폐하려는 것이 성차별인가 성평등인가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4.03.26 47
573 [차제연 논평] 15년만에 법제사법위원회 책상에 올라간 차별금지법 - 차별금지/평등법 법안심사를 시작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4.27 49
572 [차제연, 무행 공동논평] 성소수자 혐오선동에 앞장서고 인권보도준칙 폐지를 주장하는 김인영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권리보호특별위원 임명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11.28 49
571 [여성의날 기념 성명] 차별과 증오의 정치, 닫힌 권리의 요구를 넘어 살아남아 변화를 만드는 페미니스트가 되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3.08 50
570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성명] 국가인권위원회의 평등법 제정 의견표명을 환영하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7.07 51
569 [무지개행동 성명] 평등으로 한껏 더 나아가자 - 국가인권위원회의 평등법 제정 의견표명을 환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7.07 51
568 [성소수자부모모임X정치하마X행성인 공동성명]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기꺼이 살고 싶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5.17 51
567 [차금법 농성단 논평] 이준석 대표, 연습문제 같이 풉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2.17 51
566 [변하사공대위 성명] 변희수 하사 강제전역 사건에 대한 국방부, 육군본부의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불수용 결정을 규탄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5.12 52
565 [공동 선언문] 우리는 정권이 아닌 미래를 선택했다 체제를 전환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3.01 52
564 [무지개행동 성명] 새정부 첫날, 보여줄 것이 혐오뿐인가 - 김성회 비서관의 성소수자 혐오발언, 대통령은 책임지고 혐오차별해소에 압장서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11 52
563 [차제연 입장] 더불어민주당 평등법(차별금지법) 토론회 참석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1.23 53
562 [차제연 성명] 인권의 역사는 거스를 수 없다. 충남도의회는 지금이라도 자신의 소임을 다하여라 -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 재의한 표결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4.02.06 54
561 [공동성명] 제주도의회의 처참한 인권의식과 누더기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12.24 54
560 [무지개행동 논평] 평등법 발의를 환영하며,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위한 국회의 신속한 논의를 촉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6.16 54
559 [환영 논평] 노동자 김진숙의 명예복직을 축하하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2.24 54
558 [무지개행동 논평] 대통령집무실 앞 집회금지의 위법함을 확인한 법원 결정을 환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11 54
557 [무지개행동 논평] 성소수자, 다양한 가족들의 삶을 모욕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혐오발언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2.03 5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