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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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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우리는 누구도 미끄러지지 않는 일터를 원한다.

- 2023 노동절을 맞아


한국 노동자들의 삶이 미끄러지고 있다. 한 주에 바짝 120시간 일하고 쉬라던 대통령 후보는 이제 대통령이 되어 주 69시간 일하라고 말한다. 노동자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노동 시간에 대해 논의하는데 경청과 명확한 근거는 없다. 이번에도 대통령은 부정적인 반응이 연일 쏟아지자 자신의 의도는 과로를 종용하는 것이 아니었다며 발뺌했다.


‘칼퇴’라는 단어가 있을 만큼, 이미 많은 노동자가 일상적으로 초과 근무를 하는 현실이다. 그나마 지금은 잠을 줄이고 시간을 쪼개 친구를 만나 마음을 채우고, 유행하는 영화를 보며 마음껏 웃고, 도로에 핀 꽃을 보며 계절이 지나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보다 노동 시간이 더 늘어난다면 더 이상 쪼갤 시간도 없을 것이다. 일어나서 기절하듯 잠들 때까지의 하루가 기약 없는 노동으로만 채워진다면 일상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노동 시간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우리의 일상을 무너뜨리겠다는 분명한 의미이다.


노동자의 일상을 무너뜨리려는 정부는 노동자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울타리마저 망가뜨리고 있다. 10년 동안 적용된 전례가 없는 단체협약 조항에 괜한 트집을 잡고, 한 달 동안 동일한 노동조합을 세 번이나 강압적으로 압수수색하고, 회계장부 투명화를 언급하며 마치 노동조합이 부패한 존재인 것처럼 말한다. 정치적 목적을 갖고 일단 들쑤시고 수사하기 급급하다. 이 과정 어디에서도 현장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희망이 멀게만 느껴지는 요즘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우리의 노동이 후퇴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터에 마음 놓고 갈 수 있는 화장실이 없는 트랜스젠더 노동자를 비롯해 남성 비율이 높은 일터라 여성 화장실이 없어서 화장실을 가지 못하는 여성 노동자와 업무가 너무 많아 화장실을 갈 시간조차 없는 콜센터 노동자가 이미 존재한다. 애초에 기본적인 생리 욕구조차 보장되지 못하는 일터가 황사처럼 전국에 퍼져 있다.


이 사회에서 노동하며 살아가는 성소수자인 우리는 트랜스젠더 노동자가 성중립화장실의 부재로 인해 기본적인 생리 욕구 해소조차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마주한다. 또한, 성소수자 노동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노동자가 각기 다른 이유로 결국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며 노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여다보게 된다. 이것이 성소수자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연대해야 하는 이유이다. 누구를 배제하면서 나만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 갈 방법은 없다. 그동안 일터의 부조리에 맞서 입을 열었다는 이유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혹은 그 밖의 부당한 이유로 많은 동료가 일터에서 쫓겨났다.


누군가의 권리를 뭉개는 일터는 결국 모두에게 유해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나만 살아남는 일터가 아닌 동료들과 함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일터를 원한다. 험난한 시대이지만 우리는 일터를 바꾸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저들이 원하는 대로 서로에게 화살을 겨누지 말자. 마음을 모아 모두가 미끄러지지 않는 일터를 만들자. 우리 함께 만들자


2023년 5월 1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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