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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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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문] 가족구성권 3법 발의 기자회견 - 혼인평등 당사자 발언 (소성욱&김용민 부부)

 

🌈 [성욱(소주) 발언]

 

안녕하세요, 혼인평등법안이 포함된 가족구성권3법 발의 기자회견에 참여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저희는 2019년에 결혼식을 가졌고, 올해로 만난지 10주년이 된 동성부부 소성욱, 김용민입니다. 

 

사실 저는 동성애자로서 어려서부터 결혼을 꿈꿀 수 있다는 것조차 몰랐던 시절이 있습니다. TV, 라디오, 교과서는 물론, 동네사진관, 동화책 등… 온 세상이 여/남간의 사랑만 보여주고 그것만이 정상이고 아름다운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저희 부부 뿐 아니라 많은 성소수자들이 스스로를 드러내기도 하고 주변의 지지와 응원 속에서 당당하게 행복하게 삶을 일궈가고 있습니다. 얼마전에는 저희 부부가 동성배우자 피부양자 자격 소송에서 승소하여 평등을 바라는 모든 이들과 함께 기쁜 소식을 나눌 수도 있었습니다.

 

요즘 저는 제 남편과, 우리의 노후를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지 상상하곤 합니다. 소박합니다. 같이 맛있는 밥을 먹고, 산책도 하고, 때론 투닥투닥 다투기도 하겠지만, 늙어가는 서로를 보살피고 챙겨줄 것을 생각하면, 그저 함께 할 것을 상상하기만 해도 행복합니다. 다만 우리 부부와 같은 가족을, 관계를 뒷받침 하지 못하는 법과 제도가 불안합니다. 부부인데, 가족인데, 가족이 아니라고 혹시라도 아플 때 병원에서 쫓아내고 만나지 못하게 하면 어떡하나, 만약 한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가족으로서 추모하고 애도할 시간과 장소를 빼앗기면 어떡하나, 걱정되고 불안합니다. 

 

그러니까 이제 정치가 변해야 할 시간입니다. 세상이 변했고, 변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더 많이 변할 겁니다. 성별에 관계없이 혼인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의 보장은 우리 사회를 함께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동성부부, 성소수자 부부들에게 행복한 소식일겁니다. 저희 부부 뿐 아니라 주변에서 결혼식을 가지는 성소수자 친구, 동료들의 이야기를 자주 접하는데요, 동성부부의 혼인신고는 불수리되고 맙니다. 어떤 시민은 가능한데 어떤 시민은 안된다고 하는 차별, 이 차별이 없어져야 합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회에서 혼인평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는 것이 기쁘고 반갑습니다. 사랑이 끝내 이길 것이기에, 한국의 정치가 어서 평등에 합류하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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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민(오소리) 발언]

 

지난 2019년, 저희 부부가 결혼식을 올릴 때 많은 분들이 눈물을 훔쳤습니다. 저희가 입장할 때에도, 성욱이 어머님이 축사를 하실 때에도, 저희가 서로에게 다짐문을 읽어줄 때에도 하객분들은 틈틈히 눈물을 흘렸습니다. ‘성소수자에게도 결혼이 가능하구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의 감동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혼식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이성 부부라면 법적 지위가 달라지겠지만, 저희는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300여 명의 지인들 앞에서 서로의 사랑을 맹세하고 축하받으며 부부가 됐지만, 저희는 여전히 법적으로 관계를 인정받지 못하고 제도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함께 살아갈 보금자리를 구하는 데 있어서도 여느 신혼부부와 같을 수 없고, 서로의 의료기록을 열람할 수 없으며 수술이 필요한 긴급한 순간에도 보호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합니다. 만약 두 명 중 한 명이 불의의 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날 때에도 장례 절차나 같이 일궈온 재산 상속에 있어 원가족의 결정이 우선시됩니다. 

 

결혼은 비단 권리 획득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저희 부부는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동성부부로 살아가며 온전하게 시민으로 인정받은 적이 없습니다. 여전히 등본을 떼면 단순히 ‘동거인’ 관계이고, 가족관계증명서에서 서로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서로의 관계를 인정받지 못하고 사회 속에 받아들여지지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소수자에게 결혼이란,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민생법안이자 시민권 획득이라는 평등의 상징입니다. 

그러다 지난 2월 21일, 저희 부부는 동성 배우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하며 한국에서 처음으로 동성부부로서 법적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며칠 뒤 건보공단의 상고로 최종 판단은 유예되었지만, 항소심 판결문에서 사법부는 동성배우자로서의 권리가 평등의 이슈임을 명백히 밝혔습니다. 

 

사법부에서 먼저 평등으로 가는 길을 열었습니다. 이제 국회가 평등으로 가는 길을 갈고 닦을 때입니다. 혼인평등법, 동성혼 법제화 법안의 한국 첫 발의를 환영하며, 발의에 그치지 않고 혼인평등 실현까지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동성혼 법제화로 무너지는 나라는 없습니다. 불행해지는 사람도 없습니다. 단지 행복해지는 사람이 늘어날 뿐입니다. 행복을 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함께해주세요. 

 

그래서 저희 둘의 관계가, 그리고 한국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동성부부들의 관계가 공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를, 그래서 배우자로서 서로의 인생을 법적으로도 책임질 수 있기를, 그래서 누구나 사랑함에 있어 평등한 나라가 되기를, 그런 날이 너무 늦지 않게, 하루 빨리 오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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