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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모두의결혼에서_알려드립니다]

한동훈 대한민국 법무부(Ministry of Justice) 장관의 동성혼 법제화와 생활동반자법안에 대한 입장과 관련한 설명입니다.

 

8월 15일 광복절 휴일이 거의 끝나가던 저녁 대한민국 법무부의 공식 SNS계정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동성결혼과 생활동반자법에 대한 입장을 배포하였습니다. 외국 대학의 한 철학자가 신간 출간을 맞아 한국의 일간지와 이메일로 주고받은 긴 인터뷰 내용에 대해, 불과 몇 시간만인 휴일 밤 9시에 법무부 공식계정으로 (묻지도 않은)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현 한국 정부가 동성결혼에 부정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닙니다. 최근 유엔 4차 보편적 인권정례검토에서 3개 국가의 ‘동성혼 법제화' 권고에 대해 한국 정부는 수용불가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시민들이 급박하게 알아야 할 사항은 더욱 아니었습니다. 한 국가의 법무부가 기본권 실현 임무를 거부하며 하는 말이 ‘자랑스러운 말’이기는 어렵기 때문이죠. ‘이미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으며 한국 정부는 여러 국가의 법정책을 검토 중이다’가 그나마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일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에 물어보라'는 등의 여러 사족은 법무부가 아니라 장관 개인의 입장이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법무부 장관 개인의 자의식이 섞인 정쟁에서 삭제된 것은 당사자들이 겪는 차별과 동성 간 혼인 불인정이 기본권 침해라는 본질입니다. 오늘 17일 두 번째 후속입장까지 공개되었으나, 여전히 ‘틀린 말’ 그리고 ‘자랑스럽지 않은 말’로 가득합니다. 모두의 결혼이 정확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첫째, 이미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 여론조사 연구소에서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동성혼 법제화에 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해 한국 시민의 동성혼 찬성은 40%를 넘어섰습니다. 이미 2,30대는 과반 이상이 동성혼 법제화에 찬성하고 있으며, 40대 이상에서도 찬반 격차가 계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동성혼 법제화를 이룬 상당수의 국가에서는 시민의 30-40%가 동성혼 법제화에 찬성할 때 정부와 국회 주도로 동성혼 법제화가 이루어졌으며 그 이후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과 수용, 동성혼에 대한 찬성율은 더욱 올라갔습니다.

 

둘째, 한국 가족 법정책에서는 해결되지 않은 차별과 배제가 많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관련 법안이 크게 2가지 종류로 제출되어 있습니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동성간의 혼인을 가능하게 하는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장혜영의원 등 12인)이 발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혼인이 아닌 생활동반자에 대한 보호를 제공하는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이, 4월 27일 (용혜인의원 등 11인), 5월 31일 (장혜영의원 등 14인) 발의되어 있습니다.

 

서로 돌보며 함께 사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는 크게 혼인, 등록동거, 등록이 아닌 동거 3단계가 있습니다. 동성결혼 불인정, 즉 동성 간에만 혼인이 불가능한 것은 헌법상 제11조 평등권, 제 36조 제1항 혼인과 가족생활권의 침해입니다. 이에 반해 한국의 생활동반자법은 등록동거의 한 형태로 혼인관계가 아닌 두 사람을 보호합니다. 국가마다 등록등거관계를 정의하는 것은 정책수요, 실태 등을 보고 다르게 결정할 수 있습니다. 꼭 결혼과 비슷한 관계가 아니라, 친구, 형제자매인 곳도 있습니다.

 

독일의 2001년 생활동반자법(Lebenspartnerschaft)과 비슷한 단어라서 혼동하신 것 같습니다. 독일의 생활동반자법은 동성 간에만 가능했던 일종의 동성혼 선행 제도였습니다.

 

법을 다루는 부처라면 정확해야 합니다. 한국의 여러 정책기관에서 출간된 연구보고서가 있으니 업무에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가정법원과 서울행정법원이 위치한 양재역의 한 빌딩에는 성별과 관계없이 누구나 혼인제도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모두의 결혼’ 캠페인 광고가 지금 이 시간에도 송출되고 있습니다. 한 장관의 개인적 견해와는 상관없이, 아니 이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평등을 향해 계속 앞으로 나아갑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을 부정확하게 ‘반박'하기 위해 한 국가의 중앙부처의 자원을 사용하는 것은 자제해주기 바랍니다. 실제 사람들의 삶이 걸려있는 문제입니다.

 

주디스 버틀러 교수가 맞는 말을 했습니다. “피할 수 없는 일을 피하려고 하는군요.”

 

2023. 8. 17

 

모두의 결혼

사랑이 이길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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