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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지속가능한 에이즈치료를 위해 푸제온 약가를 인하하라! -언발에 오줌누기식은 이제 그만! 1월 14일, 건강보험공단과 초국적제약회사 로슈와의 푸제온주에 대한 약가협상은 결렬된 채 종료되었다. 기존의 에이즈치료제(항레트로바이러스제)가 감염된 세포내의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증식을 막는 것과 달리 푸제온은 HIV가 면역세포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중단시켜 효과를 나타내는 새로운 기전의 에이즈치료제이다. 한국에서는 2004년 5월에 허가되었고, 같은해 11월에 1병당 24,996원으로 보험등재되었다. 그러나 로슈는 2004년이후 지금까지 푸제온을 공급하지 않았다. 이유는 로슈가 A7(미국, 일본, 독일,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조정평균가격인 43,235원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이번 약가협상은 로슈가 2005년에 이어 2007년에 다시 약가‘인상’조정신청을 낸데 따른 것이다. 이번 협상에서도 로슈는 A7조정평균가를 요구했다. 이번에 로슈가 요구한 약가는 30,970원으로 실질적인 약가인하를 한 것이 아니라 환율변동에 따라 조정된 것뿐이다. 약가협상이 결렬이 되었지만 푸제온이 진료상 반드시 ‘필요한 약제’에 해당한다는 건강보험공단심사평가원의 결정에 따라 3월 14일까지 복지부산하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서 푸제온의 급여여부와 약가에 대한 결정이 예정되어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같은 만성질환의 경우 지속적인 치료가 생명연장과 삶의 질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듯이 HIV감염인에게도 지속가능한 치료는 생명과 같은 것이다. 특히 HIV치료제는 2-3종이상의 약을 함께 사용하는 병용요법으로 치료하도록 하고 있다. 그 중 한가지에서라도 내성이 발생할 경우 바이러스 억제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에이즈치료제가 제때 공급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한국에 현재까지 공급되고 있는 에이즈치료제는 대부분 1990년대에 개발된 약들이고, 2000년 이후에 출시된 15종(유효성분이 모두 한국에서 공급되고 있는 복합제는 제외) 중 2종만이 공급되고 있다. 한국에서 HIV감염인이 발견된 지 21년이 넘었기 때문에 기존 치료제에 대한 내성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내성률에 대한 정확한 수치가 파악되고 있지 않으나, 유럽 HIV약제 내성 연구결과(2004)와 한국의 HIV감염인 중 치료를 받고 있는 감염인의 비율 등을 고려하여 건강보험공단에서 추정한 바에 의하면 3가지 기전의 약제에 모두 내성이 생긴 감염인은 약 310명에 이른다. 2007년말까지 생존해있는 HIV감염인수는 4,343명이나 UNAIDS에서는 1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앞으로 HIV감염인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새로운 기전의 에이즈치료제 공급은 시급하다. 한편 비싼 에이즈치료제 가격은 지속가능한 치료에 있어 중대한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코넬, 존스 홉킨스, 하버드, 보스턴 대학의 공동연구팀이 에이즈치료제의 가격과 효과를 분석하여 의학전문지 Medical Care 2006년 11월호에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2004년 기준으로 HIV감염인의 평균생존기간은 24년, 치료비용은 1인당 61만8900달러(원화 약 5억 7600만원)이었다. 치료제의 발달로 생존기간이 연장되었으나 비싼 치료비 때문에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에이즈관련 의료비 지출이 3배나 증가했고, 1인당 연간치료비용은 1998년 1만8300달러와 비교하면 37% 이상 증가했다. 이중 약값이 70%이상을 차지한다. 푸제온이 2003년도에 미국에 출시되었을 때 각 주정부는 푸제온 약가가 너무 비싸서 HIV감염인에 대한 지원의 어려움을 겪었고, 각 주정부마다 로슈와 협상을 벌여 푸제온 가격을 인하하였다. 또한 미 연방정부가 4개부서(Dep. of Veterans Affairs, Dep. of Depense, Public Health Service Coast Guard)에 공급하는 Big4보험의 푸제온 약가는 19,806원이다. 로슈가 한국의 에이즈환자들에게 A7조정평균가를 요구하는 것은 1달러미만으로 하루 생계를 근근이 이어가는 아프리카의 환자들에게 2달러짜리 약을 판매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로슈가 요구하는 푸제온의 약가는 비용효과성이나 생산비를 고려하여 근거를 가지고 제시된 것이 아니라 특허로 인해 세상에서 푸제온을 유일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로슈가 마음대로 정한 독점가격일 뿐이다. 로슈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왜 푸제온이 비싼지에 대해 ‘묻지마’로 일관해왔다. 미국에서도 비싸다고 주정부의 항의를 받은 가격을 한국의 환자들에게 요구하는 것 자체가 상식밖의 일이다. 게다가 로슈가 요구한 가격은 지속가능한 에이즈치료를 불가능하게 한다. 한국에서는 2007년도에 에이즈치료를 위해 약 5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지원되었고, 감염인수 증가와 수명연장에 따라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한국에 공급되고 있는 에이즈치료제의 하루 평균 비용은 5만원을 넘지 않는 수준이다. 칼레트라정과 컴비비어정을 복용하는 항레트로바이러스요법의 경우 기회감염 등에 사용되는 치료비를 제외하더라도 환자1인당 연간 약제비는 11,204,640원이다. 이 비용도 절대 싼 가격이 아니다. 한국에서 약값으로 1년에 천만원이상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로슈가 요구하는 대로라면 푸제온 연간 약제비는 약 2200만원이고, 푸제온과 병용요법을 사용할 경우 연간 약제비는 3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현재 보험고시가인 25,000원에 공급한다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에이즈치료비용 자체가 급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현재 보험고시가인 25000원도 지속가능한 치료를 불가능하게 한다. 더 큰 문제는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서조차 푸제온 공급과 약가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이후에 출시될 치료제에 대한 약가협상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에이즈치료제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전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할 방안을 마련하는데 더 이상 ‘언발에 오줌누기’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글리벡약가결정 당시 백혈병환자들이 노바티스가 요구한 A7조정평균가는 죽음을 부르는 가격이라며 약가인하와 글리벡특허에 대한 강제실시를 요구했으나 복지부는 노바티스가 원하는 가격을 인정하였다. 이미 글리벡 사건에서 초국적제약회사의 독점으로 인한 폐해를 경험했고, 그 해결책을 백혈병환자들이 제시했지만 오히려 복지부는 특허를 강화시켜 독점을 더욱 보장하는 방향으로 한미FTA를 체결했다. 그리고 약제비적정화방안으로 약제비를 절감하고 정부의 약가협상력을 높여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한미FTA에 따른 폐해를 은폐했다. 한미FTA협상과정에서 초국적제약사들이 모든 신약의 가격을 A7가격으로 산정할 것을 요구했으나 복지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자찬하였지만 글리벡사건이후 초국적제약사들은 공공연하게 신약에 대해 A7가격을 요구하고 있다. 스프라이셀과 푸제온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푸제온 약가협상결과는 환자의 필요가 아닌 이윤을 기준으로 의약품의 생산과 판매가 이뤄지는 시스템의 폐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자 복지부가 불러들인 필연적인 사건이다. 정부가 약가협상력을 가지고, 환자의 의약품접근권을 보장하려면 의약품의 연구개발과 생산에 대한 개입까지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면 푸제온에 대한 강제실시를 하여 국내에서 생산하거나 필수의약품의 연구개발을 위한 공적펀드를 조성하거나 공공제약회사를 설립하여 무시되는 필수의약품을 생산하는 방법 등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 또한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삼아 약을 공급하지 않는 방법으로 약가를 인상하려는 제약회사에게 패널티를 주는 방법도 마련되어야 한다. 2008년 2월 29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보공유연대 IPLeft,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HIV/AIDS감염인연대 ‘KANOS’,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공공의약센터,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인권운동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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