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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표현의 자유가 없는 광화문광장은 서울시의 정원일 뿐이다

 

지난 1일 광화문광장이 개장했다. 그리고 개장 이틀 동안 30만명이 넘는 서울시민들이 광화문광장을 찾았다고 한다. 이 자리에 서있는 우리들도 광화문광장의 개장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하지만 이번의 개장이 진정한 광장의 개장이 아니라는 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과거에 자동차가 달리던 곳에 꽃이 피어 있고, 분수물이 치고 올라온다. 그리고 역사물길, 해치광장이니 하는 온갖 부대시설이 빽빽하게 갖춰져 있다. 개장에 따라 서울시에서도 각종 행사를 준비하고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볼거리가 많은 영화가 모두 좋은 영화일 수 없듯이, 각종 시설물로 가득찬 광화문광장도 좋은 광장은 아니다. 하나씩 따져보자.

 

서울시는 광화문조례를 통해서 집회와 시위를 막겠다고 한다. 어떤 언론을 통해서는, 이곳에 넓은 화단을 만든 것도 사실 집회와 시위를 막기 위한 방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광화문조례를 시의회에서 심의할 때에는 ‘집회와 시위는 관계가 없다’고 분명히 말한 바 있다. 집회시위의 문제는 서울시에서 관여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던 것이다. 따라서 광화문광장은 시작부터가 서울시의 거짓말로 시작된 나쁜 광장이다.

 

이 광장을 짓기 위해 시민의 혈세 475억원이 들었다. 그 돈으로 수많은 분수와 이 넓은 화단과 지하광장과 물길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어떤 누구도 광화문광장이 그렇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아는 시민은 없었다. 지난 1년 3개월 동안 시민들의 실질적인 참여가 없었다는 말이다. 광화문광장은 시민의 돈으로 만들었으면서도, 시민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고 맘대로 만들어진 나쁜 광장이다.

 

또한, 광화문 광장은 시민들을 들러리로 세우는 광장이다. 광화문광장 조례에 따르면, 일반 시민이 이 광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서울시는 서울지방경찰청의 의견을 구해서 최종 허가를 내준다. 이처럼 시민들은 2중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반면에 서울시는 누구의 허가도 받지 않고 사용의 우선권을 가진다. 서울시에 따르면, 벌써 서울시나 기타 관공서에서 39건의 행사를 예약했다고 한다. 시민의 머슴이 주인노릇을 하는 광화문광장은 정말 나쁜 광장이다.

 

마지막으로 광화문광장은 여전히 시민들을 가르치고 계몽하려는 권위주의식 광장이다. 우리는 이 화단의 꽃이 서울이 수도로 지정된 224만 537일에 맞춰져 있다는 것, 좌우 양측면의 365미터짜리 역사물길에는 주요한 역사적 사실이 나열되어 있다는 것, 저기 이순신장군 상 주변에 있는 136개 분수가 12척의 배와 23전승을 상징한다는 어지럽고 복잡한 광화문광장의 속뜻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광장의 원칙이 아니라, 조경의 원칙이며 나아가 우리의 조경원칙이라기 보다는 다른 나라의 조경원칙에 가깝다.

 

전 세계의 광장을 볼 때, 광장의 의미는 현재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삶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그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지 광화문 광장처럼 특정한 의미를 전제하지 않는다. 프랑스의 콩코오드 광장의 사례를 보라.

 

따라서 우리는 광화문광장이 이토록 나쁜 광장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애초에 시민사회에서 요구했던 광화문광장의 모습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또한 오히려 시민들의 자유를 제한하는데 초점을 맞춘 광화문광장조례는 개정의 대상이 아니라 폐지의 대상임을 분명히 밝힌다. 과거 독재정권이 광화문에 뿌려놓았던 권력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면, 광장은 개방된 것일 수 없다.

 

나아가 개별 광장조례는 내버려두고 여론호도용으로 허수아비 광장운영시민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하는 서울시의 뻔뻔한 태도를 규탄한다. 개별 광장조례의 내용에 대해 어떤 심의권한도 없이 그저 서울시의 결정사항을 사후 승인해주고 서울시를 대신하여 여론의 뭇매를 맞도록 만들어진 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시민’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위원회가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광장운영시민위원회와 개별 광장조례는 양립할 수 없는 모순이라고 본다.

 

오늘 우리가 모인 이유는 단순히 서울시의 태도를 규탄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우리는 서울광장을 시민의 품으로 되찾기 위해 조례개정운동을 벌여나가고 있듯이, 광화문광장을 되찾기 위한 활동의 개시를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광장을 찾아올 것이다. 우리의 행동은 서울시의 조례가 무시하고 있는 법률에 근거해서, 그리고 대한민국의 헌법에 근거해서, 나아가 모든 법률과 헌법이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인 자유에 근거하여 지속적으로 함께 싸워나갈 것이다.

 

2009년 8월 3일

문화연대,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민주당 서울시당, 서울광장조례개정캠페인단,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인권단체연석회의, 진보신당, 참여연대, 창조한국당 서울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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