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성명]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의 차별금지법 반대 성명에 대한 우려 성명

- 차별금지법에 대한 왜곡과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이 바로 증오(혐오)

 

 

 

지난 20일 7대 종단이 참여한다는 사단법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공동대표의장 이광선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소속)](아래 종지협)가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대한민국 종교지도자 이웃종교체험 성지순례’를 끝내고 성명을 발표했다. 종교간 차별과 갈등이 최근 더욱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서로간의 화합을 모색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종지협의 성명은 도통 이해하기 힘든 모순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종지협은 성명을 통해 “다문화·다민족·다종교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인종, 문화, 종교 그 밖에 그 어떤 분야에서도 차별 또는 혐오로 인한 사회적인 불평등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증오(혐오)범죄법 등의 입법적 조치가 진행되기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회적 소수자 인권보호를 빌미로 ‘동성애차별금지법’과 같이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사상적 근간과 사회적 통념을 무너뜨리는 입법에 대해서는 적극 반대한다.”고 했다. 그 어떤 분야에서도 차별 또는 혐오로 인한 사회적인 불평등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순간에도 동성애를 차별하고 있으니, 이런 희극적인 모순이 어디 있나. 게다가 세계 보편적인 신앙을 지향하는 종교들이 인권에 대해서는 전통을 운운하며 반대한다니, 자신들의 존재 근거마저 부정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하는 차별 또는 혐오는 그것이 어떠한 것이든 간에 금지되어야 한다. 그것이 사회 정의와 평등의 지향을 바로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야기하는 가장 심각한 차별 중 하나인 동성애 차별을 금지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사회적 소수자 인권보호’는 “빌미”가 아니라 당연히 지향해야 할 가치이다. 굳이 ‘인권’을 내세우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자’를 돌보지 않는 종교적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종교적 사랑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것 아니었던가.

 

 

7대 종단이 왜곡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은 모든 차별을 금지하고자 하는 법이다. 성별에 의한 차별, 장애에 의한 차별, 종교에 의한 차별 등 모든 차별과 함께 성적지향(동성애)에 의한 차별도 금지하는 법이 차별금지법이다. 어떤 차별은 차별하면 안 되고 어떤 차별은 차별해도 된다는 발상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차별금지법의 기본 정신이다. 그러니 차별금지법을 ‘동성애차별금지법’이라며 동성애에 대한 혐오와 반감을 강조해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려고 하는 시도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것은 여성, 장애인, 이주민 등 사회적으로 차별 당하고 있는 모든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결과적으로 옹호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우려스러운 점은 모든 차별을 금지하고자 하는 차별금지법이 마치 동성애에 대한 차별만을 금지하는 법인 것처럼 호도하면서 ‘동성애차별금지법’이라며 반대해온 보수 기독교계의 입장이 다른 종교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증오와 혐오를 기반으로 한 범죄를 막는 법이 필요하다면 그러한 증오와 혐오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그것은 바로 사회구성원 간에 발생하는 차이를 빌미로 차별과 폭력을 가해도 된다는 잘못된 생각이다. 이런 점에서 차별금지법을 맨 앞에서 왜곡하고 무력화하면서 증오(혐오)범죄처벌법을 주장하는 한기총을 비롯한 7개 종단의 의도가 의심스럽다. 현 상황에서 증오(혐오)를 말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돌아보기 바란다.

 

 

보편적인 사랑과 사람들에 대한 섬김이라는 종교적 가치가 혹시 이해하기 힘든 정치적 문제로 의미를 잃고 있지는 않은가. 종교적 가르침이 ‘증오’를 향해있기 보다는 ‘사랑’을 향해있기를 바라고 ‘처벌’만을 향하기보다는 ‘인권’을 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종지협은 동성애에 대한 혐오 선동을 중단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에 함께 나서길 바란다.

 

 

 

 

2010년 12월 29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족구성권연구모임,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다문화가족협회, 당사자주의가 아닌 또 다른 퀴어 활동을 위한 웹진 TQueer.com, 동성애자인권연대, 민주노동당,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반차별공동행동,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성인종차별반대공동행동, 성적소수문화환경을위한모임 연분홍치마, 언니네트워크,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인권단체연석회의, 인권문화실천모임 맥놀이,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여성공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진보신당,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향린교회 여성인권소모임), 국제민주연대,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 장애인정보문화누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63
556 <성 명> 쇄신보다는 시민사회를 비난하는 인권위에게 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현병철 위원장은 A등급의 국가인권기구 수장 자격이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웅- 2015.01.15 1901
555 <성명> 또 인권위원장 밀실 인선인가! 국제인권기준을 거부한 청와대를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07.21 659
554 <성명> 인권위법과 ICC 권고에 어긋난 인권위원 임명이 웬 말이냐! 동성애 차별 발언과 차별금지법 거부한 최이우는 사퇴하라! 병권 2014.11.10 1839
553 <성명서> 11월 14일 국가폭력이 바로 오늘 조계사에 예고되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체포 시도에 대한 인권단체들의 입장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12.09 610
552 <성명서> ‘사랑’의 뜻풀이를 ‘남녀’간으로 한정한 국립국어원의 재개정은 명백한 성소수자 차별이다. 동인련 2014.03.31 3334
551 <성명서> 광우병 괴담 수사, 문제 있다 동인련 2008.05.07 6481
550 <성명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죄하고, 국민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라 동인련 2008.06.03 7550
549 <성명서> 지금 아이티에 가장 절실한 것은 군대가 아니라 구호와 재건, 그리고 연대의 정신이다 동인련 2010.02.11 7144
548 <성명서>동성애혐오 조장하고 HIV/AIDS 감염인에 대한 차별 부추기는 ‘바른 성문화를 위한 국민연합’과 ‘참교육 어머니 전국모임’을 강력히 규탄한다! 정욜 2010.10.01 9317
547 <성소수자 시국선언> 일 년이면 충분하다. 혐오와 폭력이 판치는 정부 아래에서 못 살겠다! 박근혜 퇴진하라! file 동인련 2014.01.14 4530
546 <성소수자인권운동진영 성명>범민련 남측본부는 성소수자, 성소수자운동에 대한 그릇된 시각이 담긴 해당 기사를 즉각 삭제하고, 공식 사과하라. 동인련 2007.09.05 12558
545 <의견서> 성적 지향 및 임신 출산 차별금지를 명시한 서울시 어린이청소년인권조례의 후퇴 없는 제정을 기대합니다. file 동인련 2012.10.09 7142
544 <인권단체 공동성명서> 인권침해 감시까지 진압하는 초법적이고 오만한 경찰을 규탄한다. 동인련 2008.08.18 8208
543 <인권단체 활동가 공동 성명> 누가 촛불-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 동인련 2008.05.29 6929
542 <코미디 빅리그> 행정지도 권고 유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동성애혐오를 조장하지 말라 동인련 2013.03.12 5315
541 ICAAP(아시아태평양 에이즈대회)에서 벌어진 경찰 폭력에 대한 ICAAP 커뮤니티 대표 및 활동가의 요구안 및 성명서 동인련 2011.08.29 5157
540 Rainbow connects Russia and Korea – 대한민국에서 러시아 성소수자들에게 보내는 연대 메시지 1 병권 2013.06.21 5213
539 [12월1일 세계에이즈의 날 기자회견] 에이즈30년, 그러나 에이즈감염인의 인권은 거꾸로 간다 file 정욜 2011.12.01 5350
538 [2017 신년 성명] 행동하는 성소수자가 세상을 바꾼다!- 조직화된 혐오 선동의 시대에 20주년을 맞는 행성인의 투쟁 선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6.12.30 641
537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시민사회 요구안] 이제는 만들어라, 성평등한 교육과정! – 차별과 혐오 조장을 단절하고 성평등 가치를 교육과정에 적극 포함시켜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9.28 11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