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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성명서]

 

헌법재판소의 군형법 제92조에 관한 반인권적 합헌결정을 규탄한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3월 31일 합의에 의한 사적인 동성 간 성적 접촉을 처벌하는 군형법 제92조에 대하여 합헌 결정을 내렸다.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 ․ 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는 이 결정을 규탄하며, 헌법재판소의 사과와 반성을 강력히 요구한다.

 

구 군형법 제92조는 “계간 기타 추행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는 규정이다. 이는 동성간 성행위를 ‘계간’이라는 용어로 비하하는 동시에 ‘추한 행위’라고 규정하여 동성애를 명백하게 차별하고 있으며, 동성애를 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조항이다. 형법과 군형법 등 성폭력을 규율하고 있는 법률들이 ‘강제추행’을 처벌하고 있는 반면, 이 조항은 단지 ‘계간 기타 추행’이라면 모두 처벌할 수 있도록 하여 강제성 없는, 즉 성폭력이라고 할 수 없는 성적 접촉까지 처벌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조항은 인간의 가장 내밀한 영역인 성적인 생활을 처벌하는 것으로서, 처벌할 수 없고 처벌해서는 안 되는 개인의 사생활과 인간존엄성을 징역형으로 다스리는 법률이다. 이 때문에 이 조항에 대한 위헌성 논란은 계속되어 왔다. 군사법원이 이 조항을 직권으로 평등권과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위헌의 소지가 있다면서 위헌법률심! 퓽 제청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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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파병부대에서는 사무실을 비롯하여 부대 내에서 장교들이 이성간 성관계를 하였다는 이유로 감봉 등의 징계를 내린 바 있다. 군의 입장에서는 군기강이 어느 곳보다 요청되는 곳인 파병부대에서, 지휘관들이, 그것도 사적 공간이 아닌 작전시설에서 성관계를 한 경우에는 징계로 규율하면서도, 연인 사이인 두 군인이 휴가 중에 성관계를 하였다면 형사기소가 되고 징역형으로 처벌하게 되는 현실이 과연 헌법적으로 정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것이 바로 평등이고, 자유라고 할 수 있는가?

 

동성애에 대한 비범죄화는 이슬람국가를 제외하고는 이미 수십 년부터 자리잡고 있는 시대적 추세이다. 동성애를 형벌로 처벌하였던 국가들은 적극적으로 이러한 조항들을 폐기하고 있으며, 이를 넘어 성소수자에 대한 실질적인 차별 금지를 명문화하고 동성결혼 또는 동성간 파트너십을 보장하는 조치가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동성애자의 군 복무 금지규정을 폐지하고 있고, 많은 국가보고서들이 동성애자의 군 복무가 군대 내 사기와 전투력에 하등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또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작년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 회의에서 각국에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법률을 철폐한 것을 촉구한 바가 있다.

 

우리는 지난 3년 간 헌법재판소에 대하여 이러한 군대 내 동성애자의 군복무에 대한 국가적 연구뿐만 아니라 성적 지향에 대한 국제 인권기준과 비범죄화의 추세, 그리고 인권보장의 흐름을 전달해 왔다. 헌법재판소는 공개변론 등을 통하여 이러한 내용을 분명하게 인식하였다. 그런데도 동성애를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성적 만족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차별을 설파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보편적 인권기준과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밖에는 할 수 없다.

 

한편,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은 바로 국민개병제의 현실 속에서 군에 입대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성소수자들이다. 군대라는 집단 속에서 성소수자는 오히려 자신의 정체성으로 인해 극도의 고립감과 위축감을 경험하기 쉽다. 동성애자라는 것이 알려지는 경우 따돌림과 성폭력이 대상이 되기 쉽고, 이로 인해 극심한 고통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이번 결정은 마치 ‘비정상적인 성적 교섭행위’라면서 동성애가 비도덕적이고 폭력적이라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오히려 비도덕적이고 폭력적인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평등권과 사생활의 자유를 무시하고 동성애를 ‘비정상’과 ‘비도덕’으로 몰고가는 헌법재판소이다.

 

결국 오늘의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헌재 결정문이라는 공문서에 의한 인권침해이자, 법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차별의 조장이며, 객관성과 공정성으로 포장된 소수자에 대한 억압이다. 이것을 헌법에 합치된다고 한다면 우리는 과연 어떠한 헌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가?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 ․ 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는 헌법재판소의 반인권적이고 몰지각한 이번 결정을 개탄하면서, 헌법재판소가 진정으로 헌법에 충실하고 모든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위한 헌법기관으로 자리잡기를 요구한다. 동성애 처벌이 가능하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읽는 자들을 부끄럽게 할뿐만 아니라, 헌법과 보편적 인권기준에 비추어 보아도 망신에 가깝다. 인권에 무지한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한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헌법재판소는 스스로 권위를 무너뜨린 이번 결정의 부끄러움을 깨닫고 통렬히 반성해야 할 것이다.

 

2011. 3. 31.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한국성폭력상담소, 권김현영, 이영문, 진범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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