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논 평]

군대 내 동성애자 사병 자살, 한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난 7일 오후 3시25분쯤 충남 소재 육군 모 부대 소속 A(24)일병이 부대 내 지하 보일러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 남겨진 A4용지 16장 분량의 글에는 자신의 동성애 성향과 이에 따른 군대 적응 문제에 대한 고민이 적혀 있었다.”


애도를 표합니다.


그의 죽음은 사회적 방치로 인한 것이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그가 “17살 때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 2~3차례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다”고 진술했다는 사실이 조사과정에서 드러났다고 한다. 아직도 이 사회에서 성소수자는 차별과 혐오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보이지 않는 존재로, 역겨운 존재로, 사회에서 고립되는 성소수자는 마음속에서 부터 상처가 깊어진다.


특히나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고 입대 이전의 인간관계조차 모두 단절되는 군대라는 공간에서 그가 느꼈을 고립감과 고통은 상당했을 것이다. 자살 전 상급기관 및 ‘생명의 전화’에 고민을 호소하고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이것이 그의 죽음을 막지는 못했다.


국방부 부대관리훈령에 따르면 “병영 내 동성애자 병사는 평등하게 취급되어야 하며, 동성애 성향을 지녔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지휘관 등은 장병 인권교육에 ‘성적소수자 인권보호’에 대한 교육 내용을 포함하도록 한다.”라는 내용까지 들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부대 내에서 동성애에 대한 혐오는 여전히 일상적으로 깔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국방부와 군대가 단지 동성애자 병사를 관리하려는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태도는 매우 우려스럽다. 동성애자 병사를 관심사병으로 관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은 '결국 문제는 동성애자에게 있다'는 인식을 벗어나지 못함에서 비롯하며 전반적인 군대 내 동성애 혐오와 차별 문제를 개선하는데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


억압적인 위계질서가 작동하고 남성다움에 대한 강요가 이뤄지는 군대에서 동성애자들은 더욱 심각한 위험 속에 놓인다. 군대 내 문화에서 '부대관리훈령'을 만들어만 두는 것이 아니라 성소수자 인권을 고민하고 바꾸어나가는 노력들이 지속적이고 전반적으로 이뤄질 때, 동성애자 병사가 고립감을 느끼지 않고 군대 내에서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갈 때, 또한 한 개인에게 가해지는 위기와 위협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에 개입하고자 노력할 때에야 이러한 문제들이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또 다시 이 같은 죽음은 없어야 한다.




2013년 1월 19일

동성애자인권연대


  • ?
    y 2013.01.19 12:21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먹먹해지네요 ㅠ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64
496 [무지개행동 논평] 두 거대양당 후보는 언제까지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무지와 외면으로 일관할 것인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2.24 35
495 [무지개행동 논평] 성소수자, 다양한 가족들의 삶을 모욕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혐오발언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2.03 51
494 [차제연 논평] 헌법상 평등권 부정하는 윤석열 후보를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1.28 58
493 [성명] 일터에 미세먼지처럼 존재하는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을 걷어내자 - 쿠팡 성소수자 노동자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사건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1.11 174
492 [성명] 동성 배우자는 가족이다 - 성소수자 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박탈에 대한 선고에 부쳐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1.08 248
491 [차금법 농성단 입장] 사랑과 우정이 이긴다 -2021년, 차별금지법 제정에 누구보다 진심이었던 당신에게-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1.03 31
490 [차금법 농성단 논평] 이준석 대표, 연습문제 같이 풉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2.17 47
489 [차금법 농성단 논평] 더불어민주당은 '차별하자는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는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2.17 34
488 [무지개행동 성명] 더불어민주당은 2007년 누더기 차별금지법 사태를 재현하고 싶은건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2.16 132
487 [변하사공대위 성명]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의 변희수 하사 사망사건 직권조사 개시 결정을 환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2.14 294
486 [공동성명]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말에 책임지고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 세계인권선언 73주년 기념식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2.10 38
485 [무지개행동 성명] 세계인권선언 73주년을 맞아, 인권의 역사는 성소수자가 함께 만든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2.10 90
484 [차금법 농성단 입장] 더불어민주당은 시민들의 분노를 이해하는가 “성소수자에게 사과하고 평등법 더불어민주당이 책임져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2.09 37
483 [차금법농성단 논평] 더불어민주당은 혐오 동조를 멈추고 차별금지법 제정 계획을 밝혀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1.29 32
482 [규탄성명] 더불어민주당은 기만을 멈춰라. 인권을 찬반으로 가르는 정치는 혐오를 정당화할 뿐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1.25 76
481 [무지개행동 성명]혐오와 합의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더 이상 혐오에 손내밀지 말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 11월 25일 더불어민주당 평등법(차별금지법) 토론회에 부쳐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1.23 26
480 2021 이태원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 주최단위 공동성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1.23 68
479 [무지개행동 논평] "기억하고 애도하며, 그리고 함께 살아갑시다" - 2021년 트랜스젠더 가시화 주간과 추모의 날을 맞아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1.23 42
478 [차제연 입장] 더불어민주당 평등법(차별금지법) 토론회 참석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1.23 49
477 함께 추모하며, 함께 잘 살아갑시다 -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을 맞이하며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1.20 9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