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논평] 교육부는 스스로 판 함정에 빠지지 말고 학생인권 보장에 적극 나서야 한다
- 교육부의 '임신․출산한 학생의 교육권 보장 등' 정책에 대해 


  교육부가 학교에서 임신․출산한 학생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학칙, 연애(소위 "이성교제")나 신체접촉을 이유로 징계를 하는 학칙 등을 개정하도록 점검하라는 방침을 전달했다고 언론이 보도했다. 이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차별 없이 인권을 보장받도록 하기 위해 진작 이루어졌어야 할, 당연한 조치였다고 할 것이다. 학생의 사랑과 교제에까지 학교가 간섭하고 강제하는 것은 학생의 사생활의 자유와 성적 자기결정권을 짓밟는 반인권적․반교육적인 행태라고 여러 차례 지적되었다. 학생 비혼모 등 임신․출산한 학생에 대한 차별 문제도 여러 차례 개선 권고가 있었다. UN아동권리위원회와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는 각각 임신․출산한 학생에 대한 차별과 교육권 박탈 등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던 바 있다. 이에 따라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도 임신․출산한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았었다. 이번 교육부의 조치는 그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학칙을 점검하도록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교육부의 이러한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환영한다. 또한 학생들의 인권 보장을 위해 더 실효성 있고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한다.


"학생인권조례 반대" 입장과의 자가당착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교육부의 모순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는 그동안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무효소송까지 강행하는 등 온갖 시비를 걸었다. 또한 학생인권조례의 차별금지 조항 내용 등을 들며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것을 반대 이유 중 하나로 거론했다. 그러나 비혼모 학생 등 소수자 학생들에 대한 차별금지 조치는 꼭 필요하며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교칙은 바꿔야만 한다는 것을 교육부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음을 이번 조치에서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교육부는 학생인권조례 시행을 지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 또한 교육부는 학생인권조례의 "임신․출산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가 '임신 조장'이라는 황당한 오해와 편견에 대해, 앞장서서 차별금지 정책의 필요성을 설득했어야 맞는 것 아닌가? 교육부가 그동안 소위 '진보교육감'을 깎아 내리려는 정략적인 이유로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편견과 억지에 편승하고 학생인권조례를 공격한 것은 아닐까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또한 교육부는 학생인권조례가 학교장의 학칙 제개정권을 제한하므로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의 이번 조치에서 알 수 있듯이 인권을 침해하는 학칙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시정하도록 할 수 있어야 옳다. 학칙 제개정권이란 인권과 교육의 기준 안에서, 상급기관의 감독에 따라서, 그리고 민주주의의 가치와 절차를 따라서 행사되어야 할 권한이다. 인권 보장의 원칙이 학교의 자율성에 우선하는 것임은 당연하다. 학생인권조례 역시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고 교육청이 학교들을 감독․지도할 근거를 제공하는 법일 따름이다. 학생인권조례가 학교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것은 학교가 학생들의 인권을 짓밟을 자유가 있다는 말과 다름없는, 말도 안 되는 논리이다. 그러므로 교육부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무리한 소송을 취하하고, 자가당착적인 억지 부리기를 중단해야 한다.


스스로 판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교육부는 이번 조치가 언론에 보도되자 <설명자료>를 내며 "권고하는 것"이라고 한 발 물러나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교육부가 처음에 보낸 자료 어디를 살펴보아도 권고한다는 내용은 없다. "학생 미혼모 등 학습권 보장 관련 점검을 실시"하라고 하며 "징벌적 학교규칙 제·개정 실태 점검"을 학교별로 교육청 단위로 실시하라고만 하고 있을 뿐이다. 교육부가 이처럼 꼭 필요한 인권 정책에 관해서 언론보도 뒤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전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교육부의 소극적인 <설명자료>를 보면서, 교육부가 학생인권조례를 무리하게 공격하며 스스로 판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닌가 우려스럽다. 교육부가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하기 위해 학교에 대한 관리감독의 권한과 인권보장의 의무를 포기하는 길을 택한다면 이는 심각한 주객전도일 것이다. '임신·출산한 학생의 교육권 보장', '연애를 이유로 학생을 징계하는 학칙의 개정' 등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인권 보장 조치이다. 교육부가 눈치를 보며 권고만 하고 말 사안이 아니다. 차별 없는 교육 등 인권보장을 위한 정책은 교육부부터 학교까지, 교육기관의 의무가 되어야 한다. 교육부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무리한 제동 걸기를 철회하고, 학생인권 보장 정책의 필요성을 공식 인정해야 한다. 그 뒤에 한시라도 빨리 교육청, 학교 구성원, 시민사회 등과 함께 힘을 모아 학생인권 보장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2013년 10월 2일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


강 원교육연대/ 건강세상네트워크/ 경기학생인권실현을위한네트워크/ 경북교육연대/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관악동작학교운영위원협의회/ 광주교사실천연대 ‘활’/ 광주노동자교육센터/ 광주비정규직센터/ 광주여성노동자회/ 광주인권운동센터/ 광주인권회의/ 광주청소년인권교육연구회/ 광주청소년회복센터/ 광주YMCA/ 교육공공성실현을위한울산교육연대/ 교육공동체 나다/ 국제앰네스티대학생네트워크/ 군인권센터/ 노동자연대 다함께/ 녹색당+/ 대안교육연대/ 대한민국청소년의회/ 대한성공회정의평화사제단/ 동성애자인권연대/ 무지개행동 이반스쿨팀/ 문화연대/ 민주노총서울본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불교인권위원회/ 서울교육희망네트워크/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 서초강남교육혁신연대/ 시민모임 즐거운교육 상상/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양평교육희망네트워크/ 어린이책시민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법률공동체 두런두런/ 인권운동사랑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서울지역본부/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부설 한국아동청소년인권센터/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진보교육연구소/ 진보신당연대회의 청소년위원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청소년다함께/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 통합진보당서울시당/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학벌없는사회/ 학생인권을위한인천시민연대/ 학생인권조례제정경남본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성폭력상담소/ 흥사단교육운동본부/ 희망의우리학교/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66
356 [기자회견문] 제 16 회 퀴어문화축제의 안전한 개최를 위한 인권‧시민사회‧정당 긴급 기자회견문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06.02 1206
355 마을의 작은 전시마저 ‘성소수자’라고 거부한 서울시? 장수마을 청소년 성소수자 관련 전시지원 거부한 서울시 규탄 입장 및 질의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06.16 1488
354 [성명서] 성소수자의 부모와 가족들은 퀴어문화축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원합니다. file 모리 2015.06.22 943
353 [성명]진실을 가둘 수는 없다. 박래군을 석방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07.20 786
352 <성명> 또 인권위원장 밀실 인선인가! 국제인권기준을 거부한 청와대를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07.21 659
351 [공동성명] 국정원의‘국민해킹’사태관련 시민사회단체 공동성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07.22 752
350 [기자회견문] “인권은 가둘 수 없다” 박래군 활동가 구속규탄 및 석방촉구를 위한 인권활동가 공동기자회견 기자회견문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07.23 741
349 [성명]이주노동자의 노동3권 쟁취를 위한 투쟁을 지지하며, 노동부는 이주노조 설립필증을 즉각 교부하라!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07.28 1099
348 [무지개행동 성명]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는 인권을 논할 자격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 내정을 철회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07.31 1082
347 [입장]시립시설의 청소년 성소수자 행사 대관 불허는 청소년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서울시민인권보호관 결정에 대한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의 입장- - 청소년 ‘성소수자’ 표현의 자유 침해는 성소수자 차별이기도 하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08.11 820
346 [공동성명서] 2015 교육부 “국가 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즉각 철회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08.25 982
345 [논평]삶의 질 악화는 차별과 혐오를 키운다. 쉬운 해고, 평생 비정규직, 임금삭감 노동개악을 반대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09.21 698
344 [무지개행동성명]유엔 12개 기구의 성소수자 권리에 관한 공동성명 환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10.02 983
343 [기자회견문]“유승희 위원장은 성평등 정책 관련 신문에서 성소수자 관련 의제의 참고인들을 거부한 이유를 해명하고, 국회는 여성가족부 국정감사를 제대로 실시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10.12 947
342 여성성소수자 궐기 선언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10.12 739
341 [성명서]혐오를 선동하며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공격한 KBS 이사 조우석은 사퇴하라! 성소수자 운동은 시민사회와 연대하며 혐오선동과 마녀사냥에 단호하게 맞설 것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10.15 2000
340 [기자회견문]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은 HIV감염인을 차별하지 말라!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10.22 1251
339 [긴급 성명] 사람 목숨 위협하는 경찰 폭력, 이제는 끝내야 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11.16 647
338 [논평] 12월 1일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을 맞이하며 오솔 2015.12.01 2707
337 <성명서> 11월 14일 국가폭력이 바로 오늘 조계사에 예고되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체포 시도에 대한 인권단체들의 입장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12.09 610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