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성명서]

대한민국에서 사라진 세계에이즈의 날

HIV감염인을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자’로 낙인찍은 정부를 규탄한다

 

오늘 예정되어 있던 세계 에이즈의 날 기념행사가 돌연 취소되었다. 제 26회 세계에이즈의 날을 맞이하여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후원하고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이 주최하는 기념행사를 이틀 앞두고 11월 28일 오후에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은 기념행사를 취소한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GETTING TO ZERO(편견제로, 감염제로, 사망제로)라는 슬로건으로 대국민 에이즈예방 및 감염인의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고자 제26회 세계에이즈의 날을 맞이하여 본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에이즈관련 단체들의 피켓시위 등의 시민들의 안전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본 세계에이즈의 날 행사의 일환인 레드리본 희망의 콘서트가 부득이한 사유로 취소하게 됨을 알려드립니다.”

 

제26회 세계에이즈의 날 기념행사 추진기획회의는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 2인의 참석하에 홍대앞 거리캠페인과 콘서트를 준비해왔다. 11월초에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에 캠페인 부스(테이블) 신청 의사를 물어 와서 ‘캠페인 진행, 팜플렛 나눔’을 위해 부스 1개를 신청했다. 그것이 다였다. 무엇을 근거로 질병관리본부, 복지부,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은 ‘에이즈관련 단체들’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고 단정한 것인가?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와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등의 ‘에이즈관련 단체들’은 국가에이즈관리사업의 일환으로 중증/정신질환 에이즈환자 장기요양사업을 위탁 수행해온 수동연세요양병원에서 HIV감염인에게 인권침해와 차별을 자행해온 점을 폭로하고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에이즈관련 단체들’은 세계에이즈의 날을 맞이하여 11월 27일 오전에 복지부앞에서 에이즈환자 장기요양사업에 대한 전면조사와 새로운 요양병원 마련을 촉구하기위해 기자회견을 하고 복지부, 질병관리본부와 면담을 하였다. 면담이 끝난 직후 질병관리본부는 한국에이즈퇴치연맹에 기념행사 취소 통보를 한 것이다.

 

11월 27일에 면담을 하는 동안에도, 11월 28일에 있었던 국회토론회 ‘국민행복시대, 에이즈예방 및 환자 지원을 위한 현황과 과제’에서도 정부는 요양병원을 추가확보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면담이 끝나자마자 ‘에이즈관련 단체들의 피켓시위 등’으로 시민안전이 우려된다며 기념행사를 취소해놓고 다음날 토론회에서는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제대로 ‘뒤통수치는’ 상황이다. 정작 부스를 신청한 ‘에이즈관련 단체’는 행사가 취소되었다는 연락도, 공문도 받지 못했다.

 

12월 1일은 세계에이즈의 날이자 우리에게는 ‘HIV/AIDS감염인 인권의 날’이다.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등의 정부주도로 열리는 기념행사는 ‘차별과 편견을 넘자’는 명분만 화려하게 내세운 채 HIV감염인의 목소리와 참여는 배제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2006년부터 HIV감염인이 주체가 되고 이들을 지지하는 이들이 연대하는 ‘HIV감염인 인권의 날’로 자리매김하고자 했다. 그러나 2013년, 대한민국에서는 세계에이즈의 날이 사라지고 HIV감염인은 폭도로 몰렸다. 그동안 정부는 HIV감염인을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사람’이라고 낙인을 찍더니 이제는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HIV감염인이 죄인처럼 죽어지내지 않고 감히 ‘피켓’들고 기자회견하는 모습만 보아도 폭도가 떠오를 만큼 혐오스러웠나? HIV감염인들이 시민들에게 수동연세요양병원의 문제를 알리는 것이 예산 3500만원을 들인 행사를 이틀 앞두고 과감히 취소할 만큼 있어서는 안 될 일인가?

 

HIV감염인을 국가인권위원회로, 복지부앞으로, 국회로 쫓아다니게 만든 것은 정부이다. 2011년에 수동연세요양병에서 에이즈환자들이 폭언, 구타,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 제보되자 함구를 강요하고 문제를 덮은 이들이 누구인가? 자살을 시도하고서야 ‘감옥’같은 그곳을 벗어난 에이즈환자도 있고, 급기야 올해 여름에 ‘큰 병원으로 보내 달라’는 환자의 요구를 묵살하여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3년간의 입막음, 일상적 감시와 격리, 수동연세요양병원과 질병관리본부의 공모를 알려야했다. 죽지 않고 그 ‘감옥’을 빠져나오기 위해서, 살기위해서 말이다. 또다시 우리의 입을 막고자 하는가?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나서서 HIV감염인에게 폭도라는 낙인을 씌우고 차별을 자행한 2013년 오늘을 잊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우리 입을 막지 말라!

 

2013년 11월 30일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한국HIV감염인연합회 KNP+, 이훈재(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66
256 [무지개행동 성명]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 조장하는 광고 게재한 경향신문은 즉각 사과하고 광고 선정 기준 재검토하라! 동인련 2013.06.28 5338
255 [무지개행동 성명] 새정부 첫날, 보여줄 것이 혐오뿐인가 - 김성회 비서관의 성소수자 혐오발언, 대통령은 책임지고 혐오차별해소에 압장서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11 48
254 [무지개행동 성명]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은 차별금지법이 아니다. 갈등의 원인은 일부 종교세력의 눈치를 보는 이재명 대선후보의 편향적 행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1.09 42
253 [무지개행동 성명] 비과학적이고 인권침해적인 ‘전환치료’의 문제에 (사)한국상담심리학회의 분명한 입장을 촉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2.20 260
252 [무지개행동 성명] 더불어민주당은 2007년 누더기 차별금지법 사태를 재현하고 싶은건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2.16 132
251 [무지개행동 성명] ‘성소수자’ 삭제한 2022 교육과정 개정을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11.15 250
250 [무지개행동 성명] 성소수자를 밀어내고 차별과 혐오로 광장을 메우려는 서울시에 분노한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서울광장 사용을 수리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5.04 113
249 [무지개행동 논평] 혐오에 편승해 기본적 책무를 져버린 서울시의회 책임자들은 책임을 지고, 서울 시민 모두에게 사과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2.02 68
248 [무지개행동 논평] 헌법재판소의 군형법 추행죄/전파매개행위죄 합헌 결정에 부쳐, 평등을 위한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10.28 72
247 [무지개행동 논평] 한국 주거권 실태에 대한 UN주거권 특별보고관의 최종권고안을 환영하며 정부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3.15 144
246 [무지개행동 논평] 평등법 발의를 환영하며,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위한 국회의 신속한 논의를 촉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6.16 50
245 [무지개행동 논평]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허가,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수술강제가 인권침해라는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3.15 71
244 [무지개행동 논평] 코로나19 확진자의 이태원 클럽 방문 사실 공개를 인권침해로 본 국가인권위의 결정을 환영하며, 인권에 기반한 방역을 촉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0.20 108
243 [무지개행동 논평] 차기대선? 뭐하러 홍준표 찍나 – 2021년에도 계속되는 홍준표 대선주자의 혐오표현, 그 후안무치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1.02 69
242 [무지개행동 논평] 종교교리를 이유로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는 대학과 이를 방관하는 국가의 각성을 촉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1.10 202
241 [무지개행동 논평] 정치인들이 더 이상 편의에 따라 성소수자 시민의 권리를 볼모삼지 말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9.09 87
240 [무지개행동 논평] 정치의 실패를 기억하며, 우리는 당신들을 넘어설 것이다 - 차별금지법 제정 쟁취 단식투쟁과 농성 마무리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26 71
239 [무지개행동 논평] 자유한국당은 성소수자 차별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9.25 144
238 [무지개행동 논평] 인권의 가치를 왜곡하는 혐오에 동조한 연세대학교를 규탄한다 - 연세대학교는 ‘연세정신과 인권’ 선택 교양 전환 결정을 즉시 철회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9.24 265
237 [무지개행동 논평] 유엔의 준엄한 권고, 정부는 성소수자 인권 실현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11.28 66
Board Pagination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