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성명서] 헛손질과 책임회피는 이제 그만, 세월호 피해자의 인권을 요구한다.
세월호 피해자의 인권보장을 촉구하는 인권단체성명

참담한 요즘,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어느 인권 피해자 가족들이 했던 말을 기억하게 됐다. “우리는 정말 안간힘을 다해 버티고 있는데, 그런 우리에게 무슨 힘을 더 내라고 하는 것인지 … 힘내라는 말을 듣는 것조차 힘들었어요.”
지난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로 한국 사회 구성원들 저마다 가슴 속 응어리를 부여잡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아무리 크다 한들 피해자와 가족들의 고통에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차마 힘내시라는 말 같은 건 못하겠다. 다만 ‘당신들의 고통에서 쉽게 눈을 돌리지 않겠다’, ‘당신들의 기억을 함께 기억 하겠다’고 다짐할 뿐이다. 온 땅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의 염원에 기대어 실종자의 생환을 기도하고 또 기도할 뿐이다.
우리는 그러한 염원의 일환으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정부와 책임자들에게 촉구한다.

1. 책임의 우선순위를 뒤집지 마라.

우리는 인간으로서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환경을 매일 매순간 대면하며 살아간다. 그런 환경 속에서 세월호와 같은 재난을 겪지 않으려면 모두가 각자 위치에서 제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는 인권을 존중할 책임이 있고, 우리들 각자가 시민으로서 갖는 정치적‧도덕적 책임이 있다.
하지만 이런 책임과는 성격이 구분되는 엄연한 법적 책임과 정부가 져야 할 정치적 책임이 있다. 이번 재난과 관련된 분명한 역할과 지위를 가진 자들이 있다. 규제를 푼 자, 무리한 증축을 인정한 자, 무리한 운행을 지시하고 방관한 자 등 원인이 밝혀질수록 명확한 책임자는 더 나올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부는 그들 중에서 핵심이자 최고의 의무 당사자이다. 어느 국제 인권법에서나 정부는 시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실현할 의무의 주 당사자이다. 하물며 생명에 대한 인권, 재난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에 대해선 워낙 기본적인 것이라 더 붙일 말이 필요 없다.

그런데 사건 발생부터 지금껏 보여준 정부의 태도는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는 뱀을 연상시킨다. 도덕적 책임조차 지지 못한 자들과 불안정한 비정규직들로 채워진, 뻔히 드러난 선원들을 처벌하는 일이 지금 가장 급한 것일까? 처벌하기 너무 손쉬운 이들을 때려잡기 위해 문자 서비스를 압수수색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범인을 잡아들이는 것이 책임을 ‘정의롭게’ 묻는 것인가?
재난으로부터 보호받을 인권에 대한 책임은 ‘위로부터’ 지는 것이고 정부가 우선적으로 져야 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자.


2. 이차 가해를 중단하라.

몸도 마음도 탈진 상태인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 그들에게 정부가 가하는 이차 가해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평상시에도 경찰의 사찰, 경찰의 사진 채증, 무리한 집회 진압 등 공권력의 남용은 인권침해의 온상이 되어 왔다. 그런데 재난 시에 그것도 피해자 가족들에게 그러한 공권력의 남용을 보이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실종된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새벽의 찬바람 속을 걷는 이들에게 자행한 이차 가해에 대해 엄중히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

3. 알 권리와 기억할 의무를 보장하라.

이 같은 일이 왜 벌어졌는지 알 권리, 진실에 대한 권리는 어떠한 피해보상보다 앞선 기본적이고 중요한 권리다. 개별 피해자와 밀접하게 연관된 사람들에게 소중한 권리일 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그렇다. 장차 피해가 재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우리 모두의 ‘기억할 의무’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그런데 정부가 세월호 사고와 관련하여 제기되는 의견이나 제안들을 유언비어로 몰거나 엄단하겠다는 엄포를 놓는다. 그것은 알 권리의 보장과는 거리가 먼 시민의 권리에 대한 협박이다.


각종 오보와 인권침해적인 언사의 남발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정부와 집권당 관계자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생채기를 낸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정부의 갈지자 사고대처와 그에 대한 불신이 소위 ‘유언비어’를 자초한 면이 크다. 엄연히 잘못된 일 또는 유언비어를 ‘정의를 위해 알아야만 할 사실’과 구분 못할 우리가 아니다. 가려듣고 보는 것은 우리 시민들이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이니 정부가 골라줄 필요 없다. 정부관계자와 공영방송의 인권침해적인 언행에 대해서나 자정하고 자숙하길 바란다.

4. 정의롭고 효과적인 구제를 받을 권리를 보장하라.

너무 큰 피해와 상처를 입어서 피해자나 가족들, 더 넓게는 사회구성원들이 과연 일상적인 삶으로의 회복이나 복귀가 가능할지 두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존엄성에 상처를 입는 새로운 침해를 받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하고 또 주의하길 바란다. 여러 면에서 너무 늦었으나 이제라도 정의롭고 효과적인 구제를 받을 권리를 철저히 보장하라.

5. 모든 인간의 평등한 존엄성을 존중하라.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국적, 신분, 지위, 나이, 성별 등의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구제와 사후 조치에서 평등한 존중이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는 세월호 피해자들의 고통을 함께 하는 ‘사회’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 그런 ‘사회’의 일원으로 우리는 정부의 책임 이행을 끝까지 감시하고 채근할 것이다.
<끝>


2014년 4월 23일
세월호 피해자의 인권보장을 촉구하는 인권단체 일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83
439 [취재요청] [12월 1일 HIV감염인 인권의 날 기자회견] 에이즈환자 존중하는 새로운 요양병원 마련하라! file 정욜 2013.11.26 3816
438 <논평> 동성애혐오를 조장 캠페인을 두고 봐서는 안 되는 이유 인권 옹호의 목소리를 더 멀리 퍼뜨리기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 덕현 2013.11.27 5276
437 [기자회견문] 우리가 증인이고 피해자다. 에이즈환자 존중하는 요양병원 마련하라! file 정욜 2013.11.27 4198
436 호모포비아들의 공격과 학교측의 안일한 대응에 맞서 싸우는 '무지개 감신 모임'과 두가지 사랑 공동체 상영을 지지하며 병권 2013.11.28 4117
435 [성명] 대한민국에서 사라진 세계에이즈의 날, HIV감염인을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자’로 낙인찍은 정부를 규탄한다 정욜 2013.11.30 4422
434 규탄 성명 - 성소수자와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무지, 기만적인 온정주의 아래 사실을 은폐하고 에이즈환자를 두 번 죽이는 조선일보를 강력히 규탄한다! 병권 2013.12.02 4648
433 보 도 자 료 - ‘에이즈관련 단체들의 피켓시위’를 이유로 세계에이즈의 날 기념행사를 취소한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다 병권 2013.12.03 4305
432 보도자료 - 평등한 가족구성권, 다양한 가족구성권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 및 혼인신고 수리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 file 동인련 2013.12.10 4621
431 성명서 - 2013년 인권의 그날들을 기억하는 우리, 불평등에 맞서는 연대로 인간의 존엄을 선언하다 file 동인련 2013.12.10 3575
430 [세계인권선언 65주년 기자회견] HIV감염인에게 인권을! 에이즈환자 요양사업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하라! 에이즈의 날 기념행사 취소에 대해 사과하라! file 동인련 2013.12.10 4660
429 [논평] 성북주민인권선언 제정, 아쉽지만 그래도 환영한다. - 차별 없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은 더 확대되어야 한다.- 동인련 2013.12.10 4480
428 “평등한 가족구성권, 다양한 가족구성권”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 및 혼인신고 수리 촉구 기자회견 이경 2013.12.11 4732
427 [성명] 인권의 가치에 재갈을 물리려는 동성애혐오자들을 강력히 규탄한다. - 성북주민인권선언 선포식 파행의 책임은 모두 그들에게 있다 - 덕현 2013.12.12 4757
426 12월 10일, “학생인권조례, 지키자!” 제65주년 세계인권선언일 맞이 서울, 경기 청소년 서명운동 발표 기 자 회 견 file 동인련 2013.12.12 4508
425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 혼인신고 불수리 규탄 성명 이주사 2013.12.17 4445
424 [성명] 서울시교육청은 서울학생인권조례 개악안 당장 철회하라! -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차별금지 삭제는 성소수자 학생을 삭제하는 것이다! file 동인련 2013.12.30 4962
423 학생인권의 원칙을 누구 맘대로 훼손하는가? - 문용린 서울교육감의 서울학생인권조례 개악 시도 규탄한다 - 덕현 2014.01.03 3507
422 <기자회견문> 서울학생인권조례 함부로 개악마라! 너는 언제 한번이라도 시행한 적 있었더냐! file 덕현 2014.01.08 3832
421 보도자료-『유엔인권이사회 제2차 국가별 인권상황정기검토(UPR) 권고에 따른 유엔인권권고 이행계획에 대한 시민사회 제언』보고서 발행 한국 정부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인권권고 이행계획 밝혀야 13개 정부 부처에 2차 UPR 권고 이행계획에 대한 공개 질의서 발송 file 동인련 2014.01.14 3538
420 <성소수자 시국선언> 일 년이면 충분하다. 혐오와 폭력이 판치는 정부 아래에서 못 살겠다! 박근혜 퇴진하라! file 동인련 2014.01.14 4538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