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오늘(7월 20일) 박근혜 대통령은 신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위원장에 이성호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내정했다. 그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서울 고법 수석부장판사,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남부지방법원장을 지냈으며, 2013년 11월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5조 2항에는 “위원은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중에서 다음 각 호의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인권위법에 명시된 자격에 부합하는 근거를 전혀 밝히지 않았다. 그가 법조인으로서 인권과 관련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려진 바도 없고 청와대가 인권위원장으로 그를 내정한 배경에도 그의 인권 관련 경험과 전문지식으로 무엇을 높이 평가하였는지, 어떤 점이 인권친화적이었는지도 발표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임명권을 행사하는 대상이 대법원장과 같은 법 관련 기구의 수장이 아니라 인권기구의 수장인 인권위원장이라는 점을 청와대는 분명하게 상기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의 인선발표에서는 이성호 후보자가 위 인권위법에 명시된 자격에 부합하는 여부와 그 근거를 전혀 밝히지 않았다.  


국가인권기구 간 국제조정위원회(ICC)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정기심사에서 국가인권위 위원의 인선절차의 부재를 언급하며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투명한 인선절차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내내 ICC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고 박근혜 정권 시기에도 이러한 권고 이행을 위한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그 결과 ICC는 2014년 3월과 10월, 2015년 3월까지 세 번이나 인권위원회 위원 구성의 다원성과 인선절차의 부재를 우려하면서 한국 국가인권위에 대한 정기심사를 내년으로 보류하였다. 이는 인권위의 등급 하락과 사실상 다르지 않다. ICC는 8월 인권위원장 교체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인선절차를 강조하였다.

 

이번 이성호 후보자의 내정 과정은 이러한 ICC의 권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ICC 승인소위는 파리원칙 B.1항과 ‘의사결정 기구의 선출과 임명’에 관한 일반견해 1.8항을 참조하라면서, “a) 공석을 널리 공개, b)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지원자의 수를 최대화, c) 지원, 심사, 선출, 임명 과정에의 광범위한 논의 및/혹은 참여 도모, d) 선결된 객관적이고 공시된 기준을 바탕으로 지원자 평가, e) 지원자들이 대표하는 기관보다 그들의 개인적 역량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구성원 선출”을 권고하였다. 이는 최소한 인권위원 인선절차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인선 과정에서 위의 어느 것도 행해졌다는 것을 우리는 들은 바가 없다. 


그래서 전국의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이성호 후보자의 내정 전부터 국가인권위 위원장 인선절차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준)(약칭 ‘인권위원장 대응 연석회의’)를 구성하여 인권위원장 인선절차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현병철 위원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부터 청와대에 투명한 인선절차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인권위를 통해 청와대에 전달하였다. 또한 기자회견과 1인 시위를 통해 투명한 인선절차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하였다. 나아가 인권위원장 선임 절차에 대한 어떠한 공식적인 의견표명도 한 바 없다.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투명한 인선절차를 만들라는 국제인권기구의 권고를 통째로 무시하는 밀실 선임이 이루어졌다. 또 한 번 불통의 정신을 발휘한 것이다.  


현재 인권위원 11명 중 8명, 그리고 상임위원 4명 중 3명이 법조인이다. 이러한 인적 구성은 인권위원의 다양한 인적 구성을 요청하는 파리원칙과 ICC의 권고에 반하는 것이다. 법조인 중심의 인적 구성은 파리원칙 B.1항과 ‘다양성 보장’에 대한 일반 견해 1.7항에 부합하지 않는다. 또 ICC가 권고한대로 “국가인권기구의 지도부 및 직원 구성의 다양성은 국가인권기구가 속한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인권 문제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대처 능력을 향상시키며 또한 모든 국민들의 국가인권기구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 시킬 수 없을 뿐더러 “한국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한다. 더구나 인권위원이 대부분 법조인으로 구성되면서 인권위의 판단이 국제인권기준과 같은 인권의 잣대가 아닌 실정법의 형식논리에 갇혀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번 이성호 후보자의 내정은 법조인에 지나치게 치우친 인적구성을 심화시킬 뿐이다.

 

인권위법에서 대통령에게 인권위원장의 임명권을 부여한 것은 대통령의 전속적인 선임권한을 규정한 것이 아니다. 투명한 인선절차와 다양한 인적구성은 인권위원 구성의 핵심이고 인권위의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활동을 위한 전제인 것이다. 인권위원장 대응 연석회의는 이번 인권위원장 후보자 내정을 밀실인사로 규정한다. 이번 밀실인사는 여전히 인권위를 독립적인 국가인권기구로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입맛에 맞게 운영되도록 하려는 관행을 벗을 의지가 없다는 청와대의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제인권기구의 권고를 무시하는 청와대를 규탄한다! 청와대는 어떤 추천 절차와 어떤 인선 기준으로 인권위원장을 내정했는지 밝혀라. 다시 한번 청와대에게 촉구한다. 인선절차 없는 인권위원장 내정을 철회하고 인권위원장 인선기구를 구성하라.

 

 

 

 

2015년 7월 20일 

국가인권위 인권위원장 인선절차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준)(약칭 인권위원장 대응 연석회의)

공익인권법 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국제민주연대, 불교인권위, (사)인권정책연구소, 새사회연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유엔인권정책센터,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중심 사람,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장애차별금지추진연대,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5403
384 [성명] MBC는 HIV/AIDS 공포 조장과 혐오 선동을 멈춰라! ‘에이즈감염 여중생 성매매’ 뉴스를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10.11 198
383 5.17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맞이하며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5.17 198
382 트로트가수 권도운 님의 용기있는 커밍아웃을 환영합니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10.06 198
381 당신이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2022년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성명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11.20 198
380 [모두의 결혼 입장] 한동훈 대한민국 법무부(Ministry of Justice) 장관의 동성혼 법제화와 생활동반자법안에 대한 입장과 관련한 설명입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8.22 201
379 법관블랙리스트, 민주주의 문제 양승태 대법원장 사퇴하고 진상규명 해야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8.14 202
378 [성명] 법대로 하자던 자본과 권력은 어디에 숨었나 - 성소수자 노동자는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강제 연행을 규탄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10.02 204
377 [성명] 성소수자 배제하려는 여성가족부에 묻는다. 성평등을 성평등이라 부르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성평등을 실현하는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8.01.02 204
376 [성명] 일터의 평등을 위한 한 걸음의 전진을 시작하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 부쳐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7.16 205
375 [성명] 성차별적 사회의 구조가 악마다 - 텔레그램 성착취 가해자들의 엄벌을 촉구하며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3.24 205
374 [미디어모니터링 논평] 공영방송은 저열한 트랜스 혐오 선동을 멈춰라 - 1월 25일자 MBC <생방송 오늘아침> 방송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1.28 206
373 [인권단체 성명]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인권을 짓밟는 독재시대로 돌아가려는가? 충남 인권조례 폐지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8.01.17 207
372 [공동 기자회견문] 성소수자의 존엄과 인권을 회복하기 위한 전진 -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 대책본부를 출범하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5.12 208
371 [성명] 성소수자 노동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을 지지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7.03 209
370 [무지개행동 논평] 종교교리를 이유로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는 대학과 이를 방관하는 국가의 각성을 촉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1.10 210
369 [무지개행동] 낙태죄 완전 폐지 성소수자 선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11.04 210
368 [성명] 성소수자와 HIV 감염인을 범죄화하고 낙인찍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규탄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10.26 214
367 [성명] 변화를 위한 퀴어한 연대와 실천을 이제는 저들도 알고 있나니 - 스톤월항쟁을 기념하며 1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6.28 215
366 [충남 인권조례 폐지를 반대하는 전국 인권활동가, 인권단체 긴급 성명] 충청남도 도의회는 인권조례를 반드시 지켜야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8.02.02 217
365 [여성의날 성명] 트랜스 여성도 여성이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3.08 217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31 Next
/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