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논평]한 트랜스젠더의 퇴사 소식이 보여준 트랜스젠더 차별의 현실


최근 언론을 통해 국내 대기업에 다니던 트랜스젠더가 성전환 수술을 하기 위해 병가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한 뒤 퇴직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MTF트랜스젠더인 이 성소수자는 병가 거부에 대한 항의 표시로 사원정보란 프로필 사진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냈다고도 한다. 이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트랜스젠더들이 경험하는 차별적 현실의 일면을 보여준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심각한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은 구직과정과 직장생활에서 많은 어려움과 차별을 경험한다. 특히 트랜스젠더는 고용시장에서 차별과 괴롭힘에 가장 취약한 집단이다.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동성애자/양성애자의 14퍼센트, 트랜스젠더의 16퍼센트 가량이 정체성 때문에 해고나 권고사직을 당한 경험이 있다. 트랜스젠더의 경우 암묵적으로 사직을 종용받아 비자발적으로 퇴사한 경험도 8.9퍼센트에 달했다. 트랜스젠더 가운데 15.5퍼센트가 정체성을 이유로 입사 취소나 채용 거부를 경험했고, 직장 내에서 차별이나 괴롭힘을 경험한 비율도 64퍼센트로 매우 높았다.

 

일터에서의 편견과 차별, 괴롭힘은 구직활동 위축, 고용의 질적 저하, 경력단절 등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삶 전반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이번 사건에서도 드러났지만 적지 않은 트랜스젠더들이 트랜지션과 직장생활을 병행하거나 잠시 휴직하고 진행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실제로 성전환 수술을 한 트랜스젠더 가운데 다수가 수술을 위해 직장을 그만둔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출발점이다. 회사가 직원의 트랜지션 과정에서 수술 및 회복기간에 휴가제공을 거부하는 것은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유형이다. 트랜스젠더로서의 삶에 필수적인 의료적 조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트랜스젠더들이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거치는 과정이 바로 트랜지션이다. 트랜지션은 이름과 옷차림의 변화부터 호르몬 요법, 외과 수술 등의 의료적 조치가 포함된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트랜지션의 구체적 내용과 기간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트랜스젠더 인권보장을 위해서는 트랜지션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미 한국도 트랜스젠더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및 행복추구권의 견지에서 성별정정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성별정정을 위한 요건이 매우 까다롭고 의료적 조치에 대한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현실은 트랜스젠더들이 존엄과 행복을 누리기 어렵게 만드는 장벽이다.

 

미국의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캠페인에 따르면 2014년 포츈지 선정 500대 기업 가운데 169개 기업이 트랜스젠더 직원에게 성전환 수술을 비롯한 트랜지션 과정에 대한 의료비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보고서가 제안하는 직장 내 트랜지션 지원 가이드에 따르면 의료적 조치에 대한 지원 외에도 외모, 성별 분리된 공간, 업무 및 근무환경, 공식 기록, 비밀 유지 등과 관련해 트랜스젠더 인권보장과 트랜지션 지원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기업체들은 노동개악에 관해서만 글로벌 스탠다드 타령을 할 것이 아니라 차별 해소와 인권증진을 위한 실질적인 변화에 나서야 한다.

 

트랜스젠더가 편견과 차별을 감내하며 일을 하고 돈을 모으고, 직장을 그만두고 수술을 받고 성별정정을 해서 새 삶을 시작했다는 스토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현실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삶의 단절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트랜스젠더들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받고 행복을 찾는 과정을 지지받는 날이 하루 빨리 와야 한다. 아쉽게도 이번에 알려진 사건에서 당사자의 입장은 확인되지 않았다. 자진퇴사라는 결론은 회사 측의 입장이다. 노동자에게 어떤 압력이 있었는지 구체적인 상황을 짚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만 당사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회사에 알리고 병가를 요청했다는 것은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차별과 혐오가 넘실대는 사회에서 스스로를 긍정하는 용기 있는 행동을 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행동과 목소리가 이어지고 쌓일 때 변화는 찾아올 것이다.

 

20151229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trans.pn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64
436 [취재요청] [12월 1일 HIV감염인 인권의 날 기자회견] 에이즈환자 존중하는 새로운 요양병원 마련하라! file 정욜 2013.11.26 3808
435 <논평> 동성애혐오를 조장 캠페인을 두고 봐서는 안 되는 이유 인권 옹호의 목소리를 더 멀리 퍼뜨리기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 덕현 2013.11.27 5268
434 [기자회견문] 우리가 증인이고 피해자다. 에이즈환자 존중하는 요양병원 마련하라! file 정욜 2013.11.27 4190
433 호모포비아들의 공격과 학교측의 안일한 대응에 맞서 싸우는 '무지개 감신 모임'과 두가지 사랑 공동체 상영을 지지하며 병권 2013.11.28 4109
432 [성명] 대한민국에서 사라진 세계에이즈의 날, HIV감염인을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자’로 낙인찍은 정부를 규탄한다 정욜 2013.11.30 4414
431 규탄 성명 - 성소수자와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무지, 기만적인 온정주의 아래 사실을 은폐하고 에이즈환자를 두 번 죽이는 조선일보를 강력히 규탄한다! 병권 2013.12.02 4640
430 보 도 자 료 - ‘에이즈관련 단체들의 피켓시위’를 이유로 세계에이즈의 날 기념행사를 취소한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다 병권 2013.12.03 4297
429 보도자료 - 평등한 가족구성권, 다양한 가족구성권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 및 혼인신고 수리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 file 동인련 2013.12.10 4613
428 성명서 - 2013년 인권의 그날들을 기억하는 우리, 불평등에 맞서는 연대로 인간의 존엄을 선언하다 file 동인련 2013.12.10 3567
427 [세계인권선언 65주년 기자회견] HIV감염인에게 인권을! 에이즈환자 요양사업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하라! 에이즈의 날 기념행사 취소에 대해 사과하라! file 동인련 2013.12.10 4652
426 [논평] 성북주민인권선언 제정, 아쉽지만 그래도 환영한다. - 차별 없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은 더 확대되어야 한다.- 동인련 2013.12.10 4472
425 “평등한 가족구성권, 다양한 가족구성권”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 및 혼인신고 수리 촉구 기자회견 이경 2013.12.11 4724
424 [성명] 인권의 가치에 재갈을 물리려는 동성애혐오자들을 강력히 규탄한다. - 성북주민인권선언 선포식 파행의 책임은 모두 그들에게 있다 - 덕현 2013.12.12 4749
423 12월 10일, “학생인권조례, 지키자!” 제65주년 세계인권선언일 맞이 서울, 경기 청소년 서명운동 발표 기 자 회 견 file 동인련 2013.12.12 4498
422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 혼인신고 불수리 규탄 성명 이주사 2013.12.17 4437
421 [성명] 서울시교육청은 서울학생인권조례 개악안 당장 철회하라! -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차별금지 삭제는 성소수자 학생을 삭제하는 것이다! file 동인련 2013.12.30 4954
420 학생인권의 원칙을 누구 맘대로 훼손하는가? - 문용린 서울교육감의 서울학생인권조례 개악 시도 규탄한다 - 덕현 2014.01.03 3498
419 <기자회견문> 서울학생인권조례 함부로 개악마라! 너는 언제 한번이라도 시행한 적 있었더냐! file 덕현 2014.01.08 3824
418 보도자료-『유엔인권이사회 제2차 국가별 인권상황정기검토(UPR) 권고에 따른 유엔인권권고 이행계획에 대한 시민사회 제언』보고서 발행 한국 정부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인권권고 이행계획 밝혀야 13개 정부 부처에 2차 UPR 권고 이행계획에 대한 공개 질의서 발송 file 동인련 2014.01.14 3530
417 <성소수자 시국선언> 일 년이면 충분하다. 혐오와 폭력이 판치는 정부 아래에서 못 살겠다! 박근혜 퇴진하라! file 동인련 2014.01.14 4530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