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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논평] 질병당사자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감염인 의료접근권을 재정부담으로 획책하는 공영방송 KBS를 규탄한다!

 


 

518일 공영방송 KBS 9시뉴스에 HIV/AIDS 관련 뉴스가 방송되었다. “에이즈 환자 급증 치료비 부담 눈덩이’”를 제목으로 단 뉴스는 HIV/AIDS감염률이 줄어드는 세계적 추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HIV/AIDS감염인이 증가한다는 것을 골자로 했다. 그리고 환자 증가가 정부 재정부담을 주고 있어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같은 내용의 뉴스가 다음날 아침 8시 뉴스타임 친절한 뉴스코너에서도 에이즈 환자 급증신속 검사로 확산 차단을 제목으로 달아 반복되었다. ‘친절한 뉴스임에도 불구하고 KBS의 잘못된 단어사용은 전혀 친절하지 않았다. 시종일관 뉴스는 에이즈환자급증의 의미가 HIV/AIDS인지, 기회감염으로 입원치료를 필요로 하는 에이즈 환자인지 명확하지 않게 전달한다. 이는 논점을 흐릴 뿐 아니라 HIV/AIDS 질병당사자들을 모두 중증 환자 취급할 오해를 살 수 있는 명백한 언어오용이다.

 

이런 중에도 KBS는 질병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표현 없이 짐짓 점잖은 어투로 뉴스를 전했다. 공영방송의 체면치레인가. 하지만 점잖은 표현의 심층을 관류하는 뉴스의 관점은 배제로 관철되어 있다. 환자치료비를 정부가 전액 지원하고 있어 재정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단순한 포인트 뒤에 질병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국민의 세금부담으로 직결시켜 문제 삼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날을 품은 것이다.

 

뉴스는 에이즈 환자의 입원 증가세가 무섭다고 전제를 두지만 이에 관한 어떤 수치도 보여주지 않는다. 당연하다. 에이즈 환자를 받아주는 요양병원이 없는 상황에서 증가세 체크는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뉴스에 나온 수동연세요양병원은 외부에서 감사를 하겠다는 말에 곧바로 에이즈 요양환자를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병원이다. 에이즈 환자 입원 증가는 커녕 입원 자체를 거부하기로 선언했다는 말이다. 이는 사실 확인 없는 취재가 공영방송에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뉴스는 HIV/AIDS이슈를 다룸에 있어 질병당사자의 열악한 치료환경은 전혀 다루지 않은 채 환자를 거부하는 병원 측 입장만 다룬다. 하지만 그 역시 핀트가 어긋났다. 환자를 거부하는 병원에게 들어야할 해명요구에 국민 세금으로 에이즈환자를 지원한다는 엉뚱한 주장이 돌아오는 것이다.

 

그 논리란 이렇다.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 이후 민간요양병원에서도 에이즈환자의 입원을 거부할 수 없다는 조항에도 불구하고 에이즈환자는 받을 수 없다. 더구나 HIV/AIDS감염인 증가가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되고, 그 부담은 결국 세금을 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HIV/AIDS를 공격하는 새로운 차별선동 논리이다. 질병당사자들에게 들어가는 의료적 지원이 국민 세금이라고 부담을 안기는 방식은 보수적인 성규범을 들어 질병을 단죄하던 이전의 논리에서 진일보한 레토릭이다. 이는 질병관리와 환자치료지원에 세금이 들어가는 것을 두고 공산주의적 복지정책이라 획책하는 성소수자 차별선동세력의 논리와 일맥상통하다.

 

이를 드러내듯 뉴스의 첫 인터뷰 대상은 수동연세요양병원 염안섭원장이었다. 2013년 부조리한 사건들로 에이즈환자 지정 요양병원이 취소된 이후 지금까지도 장소와 지면을 마다하지 않고 에이즈 동성애자, 요양병원 입원 매우 위험하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인사이다. 그가 어떻게 공영방송에 나올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에이즈환자 거부를 만천하에 공표한 의료인을 해당 뉴스의 인터뷰이로 섭외한 의도가 무엇인가. 그는 한국노인요양병원협회 TF팀장이기도 하다.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 이후 민간요양병원에서도 에이즈환자의 입원을 거부할 수 없다는 조항을 꾸준히 비난하며 동성애=에이즈’, ‘에이즈 국가지원=공산주의 정책을 선동해온 인물이다.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둘러싼 노인요양병원협회의 이해관계를 HIV/AIDS혐오로 포장시켜 공론화하는 방식은 위선적이다 못해 치졸하다.

 

가장 문제되는 것은 감염인 증가를 사회의 위협과 부담으로 선동하는 KBS뉴스의 태도이다. KBS는 공영방송이다. 어떤 이슈든 다른 방송보다도 균형 있고 신중하게 다가가야 한다. 그럼에도 감염인에 대한 재정 부담을 국민의 혈세낭비로 연결시킨 KBS는 심각하게 편향되었을 뿐 아니라 공영방송의 입지를 빌어 많은 시청자들이 보는 앞에 질병당사자들을 조리돌림한다. 질병당사자의 인권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질병확산 방지를 위한 검진과 관리가 어떤 의미일지 심히 우려되는 바이다.

 

KBS의 태도는 일관성을 잃었다. 2014‘KBS 추적 60얼굴 없는 사람들-에이즈 환자의 눈물을 방송하면서 수동연세요양병원의 실상과 에이즈 요양병원환자의 열악한 환경을 다룬바 있다. 하지만 18일의 뉴스에서는 질병당사자들의 문제제기와 요구에는 귀를 막은 채 문제가 되었던 병원의 원장을 의료전문가로 세워 의견을 묻고 있다. 이것이 공영방송의 태도인가?

 

HIV/AIDS에 대한 편향적 내용이 공중파에 등장하게 된 현실을 일개 방송국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일찍이 질병관리본부는 <언론과 미디어를 위한 HIV/AIDS 길라잡이>를 발행하면서 HIV/AIDS에 대한 용어사용부터 질병과 질병당사자를 다루는 언론의 태도를 명시한 바 있다. 언론모니터링은 해당 정부기관의 중요한 역할이기도 하다. 한데 HIV/AIDS에 대한 잘못된 용어사용부터 감염인 인권을 철저히 배제한 내용이 군소언론과 종편을 넘어 공영방송을 통해 전파를 타게 된 현실은 HIV/AIDS에 대한 질병관리본부의 태만과 무책임이라고 밖에는 이야기할 수 없다.

 

공영방송에까지 균형 잃은 목소리, 감염인을 차별하고 질병혐오를 선동하는 뉴스가 등장하게 된 작금의 현실은 참담하기만 하다. KBS는 공영방송임에도 동성애를 더러운 좌파라고 언급하며 반인권적 선동을 서슴지 않는 조우석 미디어펜 주필을 이사로 두고 있다. 그는 새누리당 추천인사이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정부의 태만이 낳은 혐오는 내부에서 싹을 틔우며 사회를 잠식할 총체적인 재난으로 다가왔다. 혐오선동은 이제 공영방송을 장악하면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흐린다. 공영방송 KBS야말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될진대, 어떻게 환자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재정부담으로 문제 삼으며 국민의 세금 운운할 수 있는가. 진정으로 우리가 내는 세금이 아깝다.



 

 

 

2016년 5월 19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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