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행동하는 성소수자가 세상을 바꾼다!
- 조직화된 혐오 선동의 시대에 20주년을 맞이하는 행성인의 투쟁 선언




    2016년은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과 부정부패로 점철된 보수정치세력의 실상이 낱낱이 드러난 한 해였다. 수많은 시민들이 함께 분노했고, 거리를 메웠다. 공권력에 막혀있던 광장을 열었고, 청와대로 향하는 길을 냈다. 2016년 마지막 날 밤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정권의 즉각적인 퇴진과 민주주의의 회복을 요구하는 촛불을 들었다. 아주 오랜만에, 시민들은 사회가 나아지리라는 기대와 염원을 나누며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다. 2017년 한국 사회는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그러나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새로운 민주주의 구축은 단지 정권 퇴진만으로 이루어 질 수 없다. 다르고 낯선 존재, 약하고 작은 존재들이 사회적으로 배제되지 않고 목소리 내는 데에서 새로운 민주주의의 상상은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광장 한 켠에서 여성, 장애인, 청소년, 성소수자를 포함한 다양한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들의 자리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목소리와 행동들을 기억한다. 이에 행성인은 2017년 한국사회의 변화의 국면에서 성소수자의 존엄과 평등한 권리를 요구하는 투쟁을 만들어 갈 것을 선언한다.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정치적 선동의 도구로 활용되는 시대를 끝내자. 지난 몇 년 간 성소수자 혐오는 극우 정치세력에게 유용한 리볼버였다. 세를 키우던 혐오선동은 이명박 정권 들어 진보정치가 후퇴하는 분위기 속에 상승곡선을 그리더니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모습을 보였다. 관료사회도 성소수자 혐오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성소수자 인권사업을 파기하고 보호 제도를 폐지하면서 공직자들이 드는 이유는 ‘반대민원’이었다. 공공기관에서 혐오는 집단민원이었다. 아니, 집단민원은 관료집단 스스로 성소수자를 차별하기 위한 명분이요 불쏘시개였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에는 반성소수자 인사들이 공직에 안착했다. 거리 위의 집회부터 방송과 언론, 사회 서비스와 정책 개입에 이르기까지 다차원적인 선동은 사회의 대기를 혐오로 메웠다.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선동의 포화를 없애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혐오가 정치적 선동의 도구로 활용되는 현실을 바꾸는 것이다. 혐오의 논리가 잔존한다면 성소수자 혐오가 사라질지라도 성소수자를 향한 총구는 결국 다른 소수자를 겨누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를 규합하고 결속을 도모하며 소수자 혐오를 조장하고 이용하는 극우 정치집단의 파시즘적 전략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다른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과 연대를 넓혀 나가며 함께 혐오선동에 맞설 것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없애고 동등한 시민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자. 성소수자의 삶을 개선하고, 동등한 시민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변화의 노력들은 혐오선동과 보수정권의 벽 앞에 번번이 좌절되어 왔다. 2016년에도 헌법재판소는 동성애가 “비정상”이라고 이야기 하며, 동성 간 성행위를 처벌하는 군형법상 ‘추행’죄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으며, 에이즈 예방법 상 전파매개행위 금지조항은 여전히 감염인의 시민권을 가로막는다. 혐오세력의 조직화된 반대 속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은 요원하다. 결혼제도에서의 배제가 동성커플의 삶을 어떻게 불안하고 위태롭게 하는지, 의료적 트랜지션에 대한 의료보장이 트랜스젠더가 건강하게 삶을 영위하고 미래를 계획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삶의 이야기들을 통해 성소수자에게 필요한 제도적 변화를 함께 상상하고 요구해 나갈 것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성적 낙인을 강화하고 내밀한 성적 관계에서 질병을 가진 존재를 불법화 하는 법제도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 할 것이다. 제도적 권리의 공백이 우리의 일상과 관계들을 어떻게 취약하게 만드는지를 이야기 할 것이다. 제도가 만들어내는 낙인과 구체적 권리의 부재가 삶의 경험들을 어떻게 주변화 하고, 우리 스스로에 대한 인식에 어떤 상흔을 남기는지를 이야기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성소수자의 인권 증진과 제도적 권리의 보장이 사회에 발 딛고 살아가는 성소수자 개개인의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임을 구체적으로 드러낼 것이다.



성소수자 공동체의 관계를 단단히 엮어내고, 서로를 돌보자. 2016년 퀴어퍼레이드 다음날 우리는 미국 올랜도 게이 클럽 ‘펄스’에서 발생한 비극적 총기 난사 사건을 전해 들어야 했다. 미국에서 발생한 이 비극적 사건은 제도적 권리보장이 성소수자에 대한 뿌리 깊은 낙인의 종식을 의미하지 않음을 증명했다. 또한 이 사건은 성소수자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우리의 삶과 감정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공동체의 비극과 불행에 우리가 얼마나 큰 영향을 받는지를 보여주었다.


우리는 공동체의 관계들을 다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는 수많은 조건들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에서 함께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돌볼 것이다. 가족으로부터 내쳐진 이들과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해 삶터를 떠나온 이들을 챙기고, 사람과 사람들을 연결할 것이다. 서로가 평등하게 관계 맺는 공동체를 일구며, 혐오와 차별에 우리의 일상이 망가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서로를 붙잡을 것이다.  



 20년 전 행성인의 시작에는 1997년 ‘노동법안기부법개악에 반대하는 동성애자 연대투쟁위원회’가 있었다. 그간 우리는 사회의 혐오와 차별에 분연히 일어났던 성소수자들의 행동으로부터 세상이 바뀌어 왔음을 경험했다. 당신과 나의 결속과 연대는 우리를 지탱하고 나아가 목소리 키웠다. 조직화 된 혐오 선동의 시대에 20주년을 맞이하는 행성인은 지금껏 그래왔듯 싸우는 사람들과 함께 연대하고,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내면서 거리에서 한 해를 보낼 것이다. 함께 싸우자! 행동하는 성소수자가 세상을 바꾼다!




2017년 1월 1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75
597 #트랜스젠더_나답게_살_권리! - 트랜스젠더 추모의날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11.19 148
596 <우리 곁의 트랜스젠더들의 빛나는 삶을 기념합니다> - 3.31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이하며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3.31 146
595 (성명발표) 한국정부의 외국인 입출국 조치에 대한 반기문 UN사무총장의 격찬 보도를 반박하며 - 정욜 2010.01.21 8499
594 12.10 세계인권선언일 71주년 맞이 논평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12.10 223
593 12월 10일, “학생인권조례, 지키자!” 제65주년 세계인권선언일 맞이 서울, 경기 청소년 서명운동 발표 기 자 회 견 file 동인련 2013.12.12 4504
592 18대 총선 후보자들과 함께하는 ‘성소수자 반차별 선언’ 동인련 2008.04.08 8573
591 1월23일, 에이즈 사업관련 질병관리본부의 반인권/위법/불통 업무처리에 대한 공익감사청구를 하다!!! 정욜 2014.01.23 3605
590 2010 교육감 선거 청소년들의 요구를 지지합니다. 동인련 2010.05.07 8674
589 2011.7.14 [기자회견문] 모든 환자는 진료 받을 권리가 있다! ‘특수장갑’이 아니라 ‘인권’이 부재, HIV감염인 차별한 병원을 규탄한다 file 정욜 2011.07.15 5871
588 2021 이태원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 주최단위 공동성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1.23 78
587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DAHOBIT) 선언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17 91
586 2022년 세계 난민의 날 공동성명 -난민법 제정 10년, 법무부는 난민보호의 책임을 다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6.21 177
585 2023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투쟁대회 공동선언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5.22 122
584 221명 지지선언 : 성소수자 차별과 동성애혐오 없는 학교를 위해 서울특별시 교육감 재선거 이수호 후보를 지지합니다 동인련 2012.12.18 6891
583 3.8 세계여성의날을 맞이하며 - 자유롭고 평등한 삶을 위해 싸운 여성들을 기억하고 차별과 혐오에 맞서 연대하자 동인련 2015.03.05 1331
582 4월 25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성소수자혐오 발언과 이후 항의 행동 경과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입장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5.02 674
581 5.17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맞이하며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5.17 196
580 9인의 헌법재판관들에게, 헌법재판소의 존재를 묻는다! 병권 2014.12.22 1549
579 < 3차 민중총궐기 소요문화제 선언문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12.21 644
578 < 공동 규탄 성명> 마포서, 여성연행자 속옷까지 벗겨가는 모욕행위 일삼아 연행자에 대한 반인권적이고 불법적인 처우를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 동인련 2008.08.18 908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