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성명서] 동성애자 병사가 경험한 끔찍한 인권침해 사건 진정을 기각한 국가인권위원회를 규탄한다!




지난 4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은 한 동성애자 병사가 육군 37사단에서 경험한 인권침해 사건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던 A 병사가 평소 친하게 지낸 선임병과 성접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전역할 때까지 성추행 가해자꼬리표를 달아야 했고 아무런 질병이 없음에도 의무실에 동성애자 격리조치로서 강제입실을 당한 사건이었다.

 

조사과정에 A 병사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성추행 가해자로 몰아세워지며 남자랑 섹스를 해보았는지등의 질문을 종용당하며 수치와 모멸을 감내해야 했다. 이것으로 모자라 부대는 병사를 의무실에 강제로 입실시켰다. 지휘관들은 병사를 투명인간 취급하며 다른 병사들에게 가까이 접근하거나 말도 걸지 못하도록 지시했다. A 병사는 부대 안 외딴 섬처럼 의무대에 격리되어 5개월을 보내야 했다. 일련의 시간들은 A 병사가 전역 한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깊은 상처로 남아있다.

 

이 모든 행위는 동성애자 병사의 인권과 평등을 보장해야 한다는 부대관리훈령을 위반한 것이다. 해당 부대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하여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은 개인의 정체성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하는 군부대의 무지와 무능함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국방부의 적극적인 재발방지와 자정의 노력을 촉구하고 무엇보다 사건 당사자가 경험했을 끔찍한 악몽을 깨기 위해 진행되었다.

 

하지만 반년이 훌쩍 넘도록 진행된 조사는 한 장짜리 기각공문으로 돌아왔다.

 

인권위는 조사 과정과 영창에 들어가기 전후 인권침해에 대한 피해 당사자의 진술, 그리고 목격자의 진술들이 객관적 증거가 아니라고 잘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요구하는 객관적 증거의 기준은 무엇인가. 반면, A병사의 격리조치에 대해서는 상반된 판단을 내렸다. 기각 공문은 진정사건 피해자가 사실이 아님에도 의무실로 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정황이 있다거나, 의무대에서 완벽하게 고립돼 있었다기보다는 환경미화, 외부출입, 흡연 등을 한 정황에 따라 군부대 측의 조치가 강제성을 인정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밝힌다.

 

상식적으로, 동성애자 병사에 대한 격리조치로 이루어진 강제 의무실 입실에 있어서, 어느 당사자가 아프지도 않은데 의무실로 가겠다는 생각을 할 수 가 있으며, 강제적으로 의무실에 입실하여 외출, 외박, 휴가가 모두 제한된 상태라고 해서 흡연이나 부대 내 식당 출입, 기무사 출입 등 역시도 가능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이러한 정황이야말로 이상하지 않은가?

 

국가인권위가 주장하는 정황이야말로 사실이나 정황에 어긋나거니와, 인권침해 당사자에게는 객관적 증거 부족을 들며 기각하면서, 부대 측의 의견에는 정황에 기대어 손들어준 것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동성애자 차별적인 군대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피해당사자에게 객관적 증거를 요구한 것은 외려 피해당사자의 진술을 애당초 기각하기 위한 수사였다. 성소수자 인권을 보호해야할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장이나 가치가 무엇인지, 그런 것이 있기는 한 것인지조차 회의가 든다. 누구를 위한 국가인권위원회인가. 국가인권위원회가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는커녕 인권침해사건에 대해 귀를 닫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기각결정 중에는 군 조직 특성상 인권침해에 이르렀다 단정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있었다. ‘군 조직 특성이 무엇인가? 인권침해가 일어날 만한 공간이므로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말인가? 한 병사가 동성애자임을 이유로 성추행 가해자로 낙인찍어 수치와 모욕을 감내하게 만들고, 심지어 강제격리까지 시킨 사건을 기각해버린 국가인권위원회는 대관절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지 회의를 갖게 한다.

 

반인권적인 군부대 측 주장에 일방적으로 손을 들어준 국가인권위원회의 유명무실한 태도는 결국 또 다른 육군 37사단 사건들을 양산할 것이다. 부대 내 성소수자 차별적 태도에 대한 문제제기를 기각한 진정결과는 인권의 울타리로부터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처우일 뿐이다. 더구나 사회에 만연한 반인권적 혐오에 힘을 실어주고 그 속에서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A병사는 전역 후 지금에 이르는 일 년여의 시간이 지나도록 잊을 수 없는 고통을 견뎌야 했음에도 용기내서 이 사건을 사회에 알렸다. 하지만 이를 군대의 입장에 기대어 기각한 국가인권위원회는 기본적인 인권에 대한 호소를 재차 짓밟았다. 이에 우리는 국가인원위원회의 반인권적인 진정 기각처리를 규탄한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기관으로서 국가인권위원회의 본래 모습을 찾기를 바란다. 반인권을 공인하는 국가인권위원회는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세우기를 촉구한다.

 

 

 

20171월 11 일

 

공익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68
396 [성소수자부모모임X정치하마X행성인 공동성명]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기꺼이 살고 싶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5.17 52
395 [성소수자노동권팀 성명] 35년 해고 노동자 김진숙을 일터로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12.15 160
394 [성명서]혐오를 선동하며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공격한 KBS 이사 조우석은 사퇴하라! 성소수자 운동은 시민사회와 연대하며 혐오선동과 마녀사냥에 단호하게 맞설 것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10.15 2004
393 [성명서]정부의 대국민 전면전 선포를 규탄한다 - 정부의 대국민담화문에 대한 인권단체 입장 및 경찰폭력 규탄 동인련 2008.06.30 7472
392 [성명서]성소수자 인권재단 법인설립 허가를 거부하는 법무부 ‧ 서울시 ‧ 국가인권위원회를 규탄한다 동인련 2015.03.04 1329
391 [성명서]밀양 단장면 용회동 박00 주민을 석방하라 덕현 2013.10.17 3843
390 [성명서]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규탄한다 병권 2014.12.19 1745
389 [성명서] 혐오세력에게는 불관용이 정답이다 - 제 15회 퀴어퍼레이드에 부쳐 웅- 2014.06.12 2361
388 [성명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병역면제취소처분의 위법성을 인정한 판결을 환영하며 - 병무청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인권침해적 병역처분 관행을 즉시 시정하라! 동인련 2015.02.02 1613
387 [성명서] 카이스트 부총학생회장 후보자 한성진님의 커밍아웃을 지지합니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6.12.06 968
386 [성명서] 창원시 HIV감염 여성에 대한 마녀사냥을 멈춰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6.13 1342
385 [성명서] 인권을 휴지통에 버릴 것이냐! 서울학생인권조례 개악 시도는 중단되어야 한다. 덕현 2014.02.14 2781
384 [성명서] 성평등한 민주주의는 시대적 요구이다- 서로를 지지하며 연대를 바탕으로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자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8.03.03 243
383 [성명서] 성소수자의 부모와 가족들은 퀴어문화축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원합니다. file 모리 2015.06.22 947
382 [성명서] 사람을 철거한 자리에 세운 송전탑, 한국전력 사장 조환익은 산업자원부 장관 자격 없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6.13 387
381 [성명서] 미네르바 구속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유죄를 인정한 것이다 동인련 2009.01.16 7917
» [성명서] 동성애자 병사가 경험한 끔찍한 인권침해 사건 진정을 기각한 국가인권위원회를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1.13 613
379 [성명서] 대법원의 반인권적 군형법상 추행죄 판단 판결을 규탄한다! 동인련 2008.06.16 6367
378 [성명서] 대법원의 반인권적 군형법상 추행죄 판단 판결을 규탄한다! 동인련 2008.06.16 6345
377 [성명서] 국가인권위원회의 부실화를 부추기는 무자격, 반인권 인사의 임명에 반대한다. 웅- 2015.01.09 1433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