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성명] MBC는 HIV/AIDS 공포 조장과 혐오 선동을 멈춰라!
‘에이즈감염 여중생 성매매’ 뉴스를 규탄한다.




10월 10일 MBC뉴스는 ‘단독취재’를 내걸고 ‘에이즈감염 여중생 성매매’ 제목의 뉴스를 보도했다. 언론과 방송이 에이즈를 죽음과 혐오의 관용어처럼 다루는 상황 속에 이번엔 ‘에이즈 성매매 여중생’으로 대상을 옮긴 것이다.

...

내용인 즉 다음과 같다. 성매매 알선 조직의 꾐에 빠진 여중생이 ‘에이즈’ 감염에 걸렸고, 감염사실을 알고 난 후에도 성매매를 계속했다. 경찰은 A양을 감염시킨 남성을 처벌하기 위해 에이즈를 옮긴 남성은 물론, 성매매한 남성 모두를 추적하려 했다. 하지만 추적은 거의 불가능했다. 모바일 채팅앱을 통해 익명의 성매수 남성을 구했기 때문이다.


일차적으로 뉴스는 성매매한 남성을 가해자로 삼는다. 아니, 보다 정확히는 성매매 자체보다 성매매로 HIV/AIDS를 전파한 것을 범죄시한다. 단적으로 뉴스는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상 전파매개행위금지조항을 들먹이며 감염인의 성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지목한다. 어떤 맥락도 없이 ‘에이즈에 걸린 사람이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문구를 들먹이며 감염인을 근본부터 범죄자인 양 취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뉴스가 그리는 여중생은 어떤가. 성매매한 남성과 달리 여중생은 ‘무고한 피해자’로 그려졌다. 꾐에 빠져 성매매를 하다 감염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뉴스는 여중생이 어떤 배경 속에서 성매매를 하게 되었는지, 어떤 예방교육과 성교육을 접했는지 묻지 않은 채 여성 청소년을 무지한 객체 취급한다. 가족들은 ‘02년생이니까 성관계를 언제 해봤다고 피임기구를 쓸 생각이나 했겠냐’ 한탄한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질병에 대한 정보 제공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정립할 수 있는 성교육이 질병예방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뉴스는 곧장 태도를 바꿔 여중생 역시 자신도 모른 채 다른 남성들에게 감염시켰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위험한 존재로 낙인찍었다. 누군가를 감염시킨다는 점에 에이즈환자는 ‘무고하게’ 감염되었을지라도 모두 가해자라고 몰아세우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뉴스가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한 것은 에이즈 환자 관리에 있다. 뉴스는 에이즈 환자들이 익명으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앱을 통해 질병을 전파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감염인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의도적으로 질병을 전파한다는 범죄자 낙인을 찍는 것이나 다름없다. 뒤이어 뉴스는 현행법상 감염인 관리까지도 문제 삼는다. 감염인 관리가 익명으로 이뤄져 감염경로 파악이 어렵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관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의 감염인 관리가 추적 가능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은 감염인이 애당초 인권을 가질 자격이 없는 자로 취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언제까지 감염인을 맥락도 인권도 필요 없는 자들로 낙인찍고 범죄의 온상인양 그려낼 것인가. 질병에 범죄의 낙인을 찍을수록 HIV감염인은 음지화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혐오선동이야말로 에이즈 예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음을 이미 많은 연구들이 증명해오고 있지 않았던가.


이 사건은 질병에 대한 예방과 교육을 재차 강조한다. 더불어 감염인의 성적 권리와 성문화에 대해서도 다양한 결의 고민지점을 던져준다. 하지만 뉴스는 애당초 HIV/AIDS에 범죄낙인을 찍고 선동하기 바쁘다. 뉴스는 예방과 질병에 대한 정보를 알릴 것을 요구하기보다 감염인이 제 정체를 숨기고 누군가를 전파하고 다닌다고 사건의 책임을 부당하게 뒤집어씌운다. 더구나 모바일 앱을 통한 만남이 이뤄지는 배경을 살피기보다, 익명의 만남과 성매매 자체가 얼마나 위험한가를 강조하며 성적 보수주의를 환기시키는데 여념이 없다. 질병에 대한 혐오 가득한 뉴스는 저널의 태도를 상실한 채, 차별과 배제를 선동할 뿐이다. 혐오로 점철된 언론과 뉴스의 목소리는 질병당사자들을 둘러싼 삶의 맥락을 삭제함으로써 더욱 움츠러들게 만든다. 나아가 감염인을 언제든 추적 가능한 이들로 상정하고 노골적으로 잠재적 범죄자 낙인을 찍어 질병을 음지화하는 보도행태는 공중보건에도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12년 질병관리본부가 제작한 「언론과 미디어를 위한 HIV/AIDS 길라잡이」를 보면 에이즈와 관련한 언론보도 시 HIV 감염인의 사회적 차별이나 낙인을 부추기는 보도를 하지 않아야 하고, ‘탈출’ ‘도망’과 같이 범죄인을 다룰 때의 용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불안감을 주거나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는 흥미 위주의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에서 권고하는 보도지침조차 지키지 않고, 단독뉴스에 눈이 멀어 혐오 편향적인 뉴스를 보도하기 바빴던 MBC는 즉각 사과하라! 혐오를 양산하는 뉴스는 뉴스의 자격을 잃은 황색언론일 뿐이다. MBC는 질병에 대한 혐오선동으로 대중에게 공포를 심어주는 적폐를 당장 멈춰라!




2017. 10. 11


HIV/AIDS 인권활동가 네트워크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 /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 러브포원 / 에이즈환자 건강권보장과 국립요양병원마련을 위한 대책위원회 /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PL모임 ‘가진사람들’/ 한국 청소년 청년 감염인 커뮤니티 ‘알’/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67
576 < 공동성명>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침해적 ‘전환치료’ 행사 대관을 규탄한다! 동인련 2015.03.20 2153
575 < 기자회견문 > 성소수자 혐오세력의 폭력 난동 조장한 서대문구청/서대문경찰서 규탄한다! 동성애혐오, 차별 구청장 문석진은 각성하라! 병권 2014.06.16 2278
574 < 기자회견문 > 트랜스젠더의 삶에 대한 몰이해로 인권침해적 병역처분을 내리는 병무청을 규탄한다! file 병권 2014.07.23 2492
573 <'제2회 알바데이를 맞이하여> 일터에 차별을 없애라! file 동인련 2014.04.29 3188
572 <30개 인권단체 긴급 공동성명> 김영혜 변호사의 대법관 임명제청 반대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6.20 355
571 <공동기자회견문> 인권의 실현은 국가의 의무다. 정부는 인권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라- 이명박 정부에 인권 정책 과제를 제안하며 동인련 2008.03.05 7029
570 <공동성명> KT 노동감시에 대한 엄정한 대책을 촉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9.26 164
569 <기자회견문> “가혹행위 말했다고 6년 동안 따돌림 당한 부사관이 있습니다” file 병권 2014.08.22 2112
568 <기자회견문> 서울학생인권조례 함부로 개악마라! 너는 언제 한번이라도 시행한 적 있었더냐! file 덕현 2014.01.08 3828
567 <기자회견문> 세계교회협의회(WCC) 10차 총회 맞이 한국 성소수자와 이들을 지지하는 해외 협력자들의 선언문 덕현 2013.11.21 3777
566 <기자회견문> 우리 모두 존엄하기에 혐오세력이 인권을 더럽히지 않도록 할 것이다 병권 2014.10.22 2075
565 <기자회견문> 저항하는 소수자들의 행동선언- 에이즈 공포와 낙인을 넘어! 혐오와 차별에 맞서 저항하고 행동하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6.12.01 784
564 <기자회견문> 트랜스젠더 신체훼손 강요하는 병무청의 인권침해를 강력히 규탄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선 권고를 요구한다. file 병권 2014.10.22 1879
563 <기자회견문> 한국판 소도미법 동성애처벌법 군형법상 추행죄를 폐지하라! - 1만인 입법청원에 돌입하며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6.10.11 645
562 <논평> 학력차별에 경종을 울리는 대학입시거부선언을 적극 지지한다. 동인련 2011.11.11 5034
561 <논평> 동성애혐오를 조장 캠페인을 두고 봐서는 안 되는 이유 인권 옹호의 목소리를 더 멀리 퍼뜨리기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 덕현 2013.11.27 5272
560 <논평> 자녀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성별정정을 불허한 법원 결정은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과 존엄을 무시한 처사 - 혐오와 편견이 빚어낸 안타까운 가족사의 책임을 소수자에게 묻는 것이 온당한가 동인련 2014.04.04 2834
559 <백남기 농민 사망 국가폭력규탄 시국선언문> 국민이 준 힘으로 더 이상 국민을 짓밟지 말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6.09.29 650
558 <선언>인권영화제는 계속 되어야 하고, 영비법은 개정되어야 한다 동인련 2008.06.03 6790
557 <성 명> 성소수자 차별을 종용하는 교육부를 규탄한다. - 전북 학생인권조례안은 후퇴 없이 제정되어야 한다. 병권 2013.06.17 480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