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논평]차별과 혐오에 맞서 행동할 때, 세상을 바꾸는 시간을 만들어갈 수 있다

지난 25일, 성소수자들은 다시금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로부터 이틀 전, CBS의 교양 프로그램인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하 세바시)’의 SNS 채널을 통해 공개된 ‘성소수자도 우리 사회의 분명한 구성원입니다’라는 강연이 ‘일부 교회 집단과 교인들의 항의’를 이유로 돌연 비공개 처리되는 것을 목격해야 했기 때문이다.

세바시 측의 비공개 결정에 대해 차별에 반대하는 많은 이들은 강력하게 항의했다. 비공개 결정을 알리는 게시물에 “혐오로 얼룩진 비공개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모아 댓글로 남겼고, 과거 세바시에 출연하여 “차별과 폭력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많은 연사들이 자신들의 강연 동영상에 대한 비공개 처리를 요구하며 세바시 측의 불합리한 결정에 저항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비판이 거세게 일자 세바시 측은, “차별과 폭력을 거부하기 위한 강연회를 열어왔던 우리가 거꾸로 저희를 믿고 강연해준 강연자와 그 강연에 공감해준 분들에게 차별과 폭력을 저질렀음을 고백한다.”는 공식적인 사과의 입장과 “세바시는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모든 차별과 폭력에 반대합니다.”는 분명한 의사표명을 하며 강연의 비공개를 해제했다. 이는 성소수자 혐오 선동에 대해 단호히 맞선 연대 투쟁의 값진 성과임과 동시에, 세바시 측이 차별과 폭력을 거부해온 그동안의 입장을 아프게나마 다시금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행성인은 세바시 측이 잘못된 결정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의 입장을 밝히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나섰다는 점에 환영과 격려를 전한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성소수자들은 여전히 혐오 선동에 대한 우려를 떨칠 수 없는 현실에 있다.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의료·교육·문화·복지·체육시설이 제공하는 공간과 서비스 등의 이용에 있어 우파 개신교를 구심점으로 하는 성소수자 혐오 선동 세력이 온갖 술수를 부리며 차별, 배제, 침묵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에 대한 평등의 가치를 전파하여도 모자랄 언론은 흔히 혐오 선동을 그대로 전달하거나 형식적 중립을 핑계로 인권과 존엄의 문제를 찬반의 대상으로 격하시키고 있다.

언론이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압에 의해 언론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일방적인 폄하와 비방만을 전파한다면, 독자와 시청자의 권익보호, 공적인 책임의 수행이라는 언론의 사명은 허울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벌어졌던 수많은 사건들을 돌이켜 봤을 때, 이번 세바시 제작진 측의 영상 재공개 결정은 혐오에 굴하지 않은 용단이며, 차별과 혐오에 맞서 세상을 바꾼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세바시 측의 결단으로 이번 사태가 다 끝난 것은 아니다. 세바시는 독립된 법인이지만, CBS의 자회사로 기독교 자본의 간섭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세바시 제작진들에게 불이익이 가해질 수 있다. 이러한 일이 벌어진다면 차별에 맞선 세바시의 결정을 지켜내기 위해 함께 싸우자.

우리는 지워지는 것에 저항함으로써 함께 세상을 바꾸는 시간을 만들고 있다.

2017년 11월 27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1.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Date2010.05.12 By동인련 Views85407
    read more
  2. [성명] 부산 HIV감염된 20대 여성 성매매 사건에 대한 긴급 성명 “문제는 공포를 재생산하는 언론보도와 여성 감염인에 대한 인식, 정책의 부재다”

    Date2017.10.20 By오솔 Views151
    Read More
  3. [차제연 성명] 인권의 역사는 거스를 수 없다. 충남도의회는 지금이라도 자신의 소임을 다하여라 -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 재의한 표결에 부쳐

    Date2024.02.06 By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71
    Read More
  4. [성명] 성소수자 노동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을 지지한다

    Date2019.07.03 By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213
    Read More
  5. [성명] 사실상 최저임금 감액 결정에 유감을 표명한다

    Date2019.07.12 By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13588
    Read More
  6.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성명] 시대의 오명을 자처하는 프로축구단 대전시티즌은 유죄다

    Date2019.07.15 By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260
    Read More
  7. [성명] 성소수자 노동자는 불법파견 없는 고속도로를 위해 끝까지 연대할 것이다 -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노동자 불법파견 대법원 확정 판결에 부쳐

    Date2019.08.29 By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200
    Read More
  8.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논평]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단계론으로 회피하지 마라

    Date2019.09.09 By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154
    Read More
  9. [무지개행동 논평] 정치인들이 더 이상 편의에 따라 성소수자 시민의 권리를 볼모삼지 말라!

    Date2019.09.09 By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99
    Read More
  10. [성명] 앞으로 봐도 뒤로 봐도 수납 노동자가 옳다. - 한국도로공사는 톨게이트 수납원 1500명 모두 직접 고용하라!

    Date2019.09.16 By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227
    Read More
  11.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논평] '차별금지법 거론 말라'? 국가인권위는 제정 추진 계획을 밝혀라

    Date2019.09.24 By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129
    Read More
  12. [무지개행동 논평] 인권의 가치를 왜곡하는 혐오에 동조한 연세대학교를 규탄한다 - 연세대학교는 ‘연세정신과 인권’ 선택 교양 전환 결정을 즉시 철회하라

    Date2019.09.24 By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280
    Read More
  13. [성명] 법대로 하자던 자본과 권력은 어디에 숨었나 - 성소수자 노동자는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강제 연행을 규탄한다

    Date2019.10.02 By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208
    Read More
  14. [공동논평] 트랜스젠더 여성의 숙명여대 입학을 환영한다 - 더 많은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존중하는 사회가 되자

    Date2020.02.04 By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189
    Read More
  15. [논평] 성소수자 인권이 변화의 키워드다- 혐오에 매달려 생명연장하려는 적폐세력을 규탄한다

    Date2017.08.21 By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144
    Read More
  16. [논평] 교육부는 스스로 판 함정에 빠지지 말고 학생인권 보장에 적극 나서야 한다 - 교육부의 '임신․출산한 학생의 교육권 보장 등' 정책에 대해

    Date2013.10.08 By덕현 Views3936
    Read More
  17.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논평] 김조광수, 김승환 씨의 결혼을 축하하며 다름이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 보다 다양한 이들의 권리와 관계가 보장되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Date2013.09.04 By병권 Views4882
    Read More
  18. <성소수자인권운동진영 성명>범민련 남측본부는 성소수자, 성소수자운동에 대한 그릇된 시각이 담긴 해당 기사를 즉각 삭제하고, 공식 사과하라.

    Date2007.09.05 By동인련 Views12563
    Read More
  19. [연대성명]평화적인 민주화 요구 시위를 무력으로 탄압하는 버마(미얀마)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

    Date2007.10.01 By동인련 Views6505
    Read More
  20. [논평] 보수기독교, 또 다시 동성애자를 죽음으로 내몰 작정인가?

    Date2007.10.17 By동인련 Views7103
    Read More
  21. [보도자료] 헌법의 평등 이념을 실현하고 사회적 소수자, 약자를 보호하는 차별금지법은 제정되어야 합니다

    Date2007.10.23 By동인련 Views706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1 Next
/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