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더 이상 TV에서 성소수자를 지우지 마라!  

- 은하선 씨에 대한 EBS <까칠남녀>의 일방적 하차 통보에 부쳐 

 

EBS <까칠남녀>가 고정 출연자인 섹스칼럼니스트 은하선 씨에게 일방적인 하차를 통보했다. 은하선 씨는 커밍아웃한 바이섹슈얼로 <까칠남녀> 출연진 중 다양한 성소수자 관련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펼치며, '젠더 토크쇼'라는 프로그램의 성격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그런 상황에서 EBS의 일방적인 하차 통보는 느닷없는 조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BS는 은하선 씨가 '출연진으로서 결격사유'가 있어 하차 통보를 받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결격사유가 어느 시점에 발생하였는지에 대하여는 '밝힐 수 없다'며 침묵으로 일관한다. 이는 하차 통보의 배경을 더욱 의심스럽게 만들 뿐이다. 아니, 그러한 배경은 모두가 익히 알고 있다. <까칠남녀>의 성소수자 특집 방영분과 관련하여 성소수자 혐오 선동 세력은 시정잡배에 가까운 위협을 가하지 않았던가. 성소수자 특집 방영 이후  혐오선동세력은 은하선 씨를 타깃삼아 각종 혐오 발언을 일삼으며 EBS를 압박했다. 이 와중에 ‘지난달 25일 은하선 작가가 SNS에 <까칠남녀> 담당 피디 전화번호라면서 퀴어문화축제를 후원하는 번호를 올려놓은 것이 배경이 됐다’는 말은 명분 없는 하차를 은폐하며 EBS가 성소수자 혐오 선동에 굴복했음을 드러내는 핑계일 뿐이다.

 

공영방송에서 성소수자의 존재와 삶에 대해 언급한 것은 방송국 뿐 아니라 성소수자 당사자들에게도 민감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까칠남녀>가 보여온 성평등의 관점은 많은 성소수자들로 하여금 방송에 신뢰를 갖도록 했고, 실제로도 방송에 나온 성소수자들의 모습은 당사자들에게 힘을 줬다. 이런 와중에 성소수자 패널 하차 결정은 '젠더 토크쇼'를 표방하며 성차별과 고정관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온 프로그램의 의의를 제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나 다름없다. 혐오발언의 표적이 되는 성소수자를 강제로 쫓아내면서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유쾌하고 솔직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는 것만큼 모순적인 표현이 있을까. 이번 EBS의 결정은 혐오선동에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어떻게 휘둘리는가를 보여준다. 더욱이 그것이 안하무인식 드잡이에 굴복한 결정이라는 데 대한 실망과 분노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은하선 씨에 대한 EBS의 일방적 하차 통보는 혐오 선동의 칼춤 장단에 성소수자를 제물로 바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2000년 9월 홍석천 씨의 커밍아웃 이후 18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성소수자는 방송과 미디어에 나올 수 없는 존재로 낙인찍힌다. 언제까지 우리는 존재 자체가 '결격사유'인 비참한 삶을 성토해야 하는가.

 

강제 하차결정이 내려지고 몇몇 패널들은 하차 반대를 선언하며 녹화 보이콧을 결정했다. 이미 SNS를 중심으로 하차반대 캠페인이 진행중이기도 하다. 이는 성소수자 패널을 하차시킨 <까칠남녀>가 견지해온 성평등과 반차별의 관점과 공명하는 대중의 응답이자, 반인권선동에 흔들리고 있는 방송에 보내는 경고의 신호이다.  EBS는 방송법이 정한 소수자 인권 보호의 원칙을 다시금 되새김으로써 일방적 하차 통보를 즉각 철회하고, <까칠남녀> 제작진에게 독립적인 방송 제작 환경을 보장하여 공영방송의 역할과 위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여야 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이번 사태를 목도하며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쫓겨나고 거절당하는 사회 전반의 성소수자 차별을 반드시 뿌리뽑겠다는 결의를 다지고자 한다. 더 이상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억지 주장을 가만히 듣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바라건대, 성소수자가 자신의 삶에 대해 유쾌하고 솔직한 목소리로 이야기할 수 있는 <까칠남녀>로 우뚝 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2018년 1월 16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66
376 [성명서] “국회는 대한문 앞에서 벌어지는 불법 사태와 인권침해에 대한 경찰 책임 엄중히 물어야 한다” 덕현 2013.10.17 3782
375 [성명서] 6월 4일,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고 인권과 존엄, 안전을 위해 혐오에 맞서 투표합시다. file 웅- 2014.05.26 2651
374 [성명서] 동성애혐오성 집단 괴롭힘으로 인한 청소년 성소수자의 자살에 학교 책임이 없다는 반인권적 판결을 내린 대법원을 규탄한다! file 병권 2013.08.13 5317
373 [성명서 및 국가인권위 권고 수용 여부 답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두 마포구청장 후보들을 규탄한다! - 마포구청장 후보들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즉각 응답하라! file 병권 2014.06.02 2752
372 [성명]철거민의 정당한 외침에 살인으로 답한 이명박 정권 퇴진하라! 동인련 2009.01.20 8324
371 [성명]진실을 가둘 수는 없다. 박래군을 석방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07.20 790
370 [성명]이주노동자의 노동3권 쟁취를 위한 투쟁을 지지하며, 노동부는 이주노조 설립필증을 즉각 교부하라!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07.28 1104
369 [성명]영상물등급위원회는 청소년 보호를 빌미로 동성애혐오를 조장하는 <친구사이?>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시정하라! 동인련 2009.11.11 6410
368 [성명]삶과 존엄을 지키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 정부의 노동개악 지침 강행 규탄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6.01.25 695
367 [성명]범법자 이건희는 사면하고 무고한 시민은 연행하는 더러운 세상! 동인련 2009.12.30 6734
366 [성명]노동자연대는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에 함께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성폭력 2차 피해를 양산하는 가해 행위를 즉각 중단하십시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12.18 220
365 [성명]국민여론 외면한 아프간 재파병 결정 당장 철회하라 동인련 2009.11.04 5225
364 [성명]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을 모두의 싸움으로 만들어 나가자! - 성소수자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을 적극 지지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6.09.28 679
363 [성명] 헌법재판소의 군형법 제92조에 관한 반인권적 합헌결정을 규탄한다! file 동인련 2011.04.01 6834
362 [성명] 합리적 판단 능력을 상실한 법무부를 규탄한다! 동인련 2007.11.26 6960
361 [성명] 한양대학교 LBGT 인권위원회 설치에 대한 총투표 실시에 반대합니다. 동인련 2011.12.05 5330
360 [성명] 한국의 성소수자들은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민중들을 지지하고 연대합니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3.19 13839
359 [성명] 필요한 약은 주지 않고 안전하지 않은 쇠고기는 강제로 먹이려는 이명박 정권을 강력히 규탄한다! 동인련 2008.05.30 7159
358 [성명] 포괄적 차별금지법 21대 국회 발의를 환영하며- 평등을 향한 열망에 국회는 제정까지 흔들림없이 나가야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6.29 154
357 [성명] 토론조차 이루어지지 못한 서울학생인권조례 개악시도 토론회.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아닌, 인권침해와 폭력의 문제이다. 덕현 2014.01.17 3331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