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성명]'청정'해야 할 것은 질병이 아니라 질병에 대한 혐오다.
                                       (사)대한에이즈예방협회 제 11대 회장 윤해영의 취임에 부쳐,
 
 
 
 
 

 


‘에이즈 없는 청정 한국 선포식’. (사)대한에이즈예방협회 제 11대 회장 윤해영의 취임식 캐치프레이즈다. 귀를 의심하게 만든다. 질병 없는 사회, 질병 퇴치를 위한 목적을 두고 ‘청정’ 운운하는 고릿적 수사를 2019년 한국사회에서 다시 듣게 되었다. 

‘청정’을 표명한 것인즉, 질병이 더럽다는 뜻이렷다. 이는 곧 이 사회의 구성원인 HIV감염인과 AIDS환자, HIV/AIDS 당사자 모두를 씻어내고 퇴치해야 할 오염물로 취급하고 있다. 

말꼬리 잡는다고 생떼 쓰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좋다. ‘청정’의 계보를 찾아보자. ‘에이즈 없는 청정 한국’ 따위의 표현을 사용한 이는 그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염안섭 수동연세요양병원 원장을 비롯한 소위 동성애 혐오 인사들이 에이즈 혐오를 빗대어 ‘에이즈 청정국가’를 운운한 바 있다. 그리고 당시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장을 맡은 윤해영은 성소수자 혐오인사 염안섭 수동연세요양병원 원장을 두둔하며 2014년 방영된 ‘KBS 추적 60분’의 ‘얼굴없는 사람들-AIDS환자의 눈물’의 내용에 대해 항의했다. 

‘청정’은 단어의 의미상 더럽고 치워버려야 하는 존재를 상정한다. 그는 제 치세를 위해 HIV/AIDS 당사자들을 던져버려야 할 더러운 것으로 취급한다. 그러지 않고서 ‘청정’의 표현은 이렇게 쓰일 수 없다. 어떻게 명색이 대한에이즈예방협회 신임 회장이라는 자가 질병을 두고 ‘청정’을 갖다 붙인단 말인가. 명색이 대표라는 자가 제 소관의 질병을 단순 삭제할 대상으로 보는 것은 아닌가. 이는 아픈 이를 지원해야 하는 제 역할을 망각한 태도이다. 

그가 수장에 임명된 대한에이즈예방협회는 ‘에이즈와 함께하는 건강한 세상’을 미션으로 둔다. 더욱이 저들은 ‘에이즈 예방 및 감염인 지원 분야에서 창의적이고 질 높은 서비스를 창출하는 최고의 기관’을 비전으로 표명하며, ‘에이즈 예방과 감염인 및 환자의 권익을 옹호하고 복지를 증진’한다고 할 만큼 질병당사자를 최우선 삼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 오른 수장이 ‘에이즈 청정’ 운운하는 것은 기만이다. 질병 당사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제 본분을 상실한 작태이다. 아니, 그의 언급은 수장으로 취임한 이가 제 단체를 모독한 행위다. 그로 하여금 ‘에이즈 청정 한국’ 운운하도록 방관한 협회의 상위기관인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한 견제와 모니터링도 하지 않고 무엇을 했단 말인가. 어떻게 혐오발언을 입에 올리는 이를 질병예방기관의 수장으로 임명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그만의 문제일 뿐 아니라 혐오선동을 제어하고 인권의 가치를 알려야 하는 기관과 국가의 무책임을 보여준다. 

그는 제 취임식에 ‘에이즈 예방과 차별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애쓰시는’ 이들을 초대했다. 설마 그가 초대한 이들까지도 ‘질병 없는 청정’ 영역을 바라고 있을까. 질병당사자의 존재를 절멸하는 표현을 쓰는 이가 대표에 임명되기를 바라고 있었을까. 

대한에이즈예방협회는 에이즈로 고통받고 소외받는 모든 사람들을 환대하는 정신을 기본으로 삼는다. 이에 신임 대표 윤해영은 질병을 두고 ‘청정’ 운운한 데 대해 해명해야 할 것이다. 질병의 반대말에 ‘청정’을 가져다 붙인 작태는 질병을 얼마나 혐오하고 있는지 보여줄 뿐이다. HIV감염인, 에이즈환자 등 HIV/AIDS 당사자들은 모두 ‘사람’으로 이 사회에 존재한다. ‘청정’이라는 표현으로 사람의 존재를 훼손하는 대한에이즈예방협회 신임회장 취임식은 영원히 부끄러운 과오로 남을 것이다. 우리는 대한에이즈예방협회가 그 역사와 미션 가치에 걸맞는 모습을 유지하길, 되찾길 바란다. 

 
 
 
 

 


                                                                   2019년 3월 12일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 /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 러브포원 /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 / 에이즈환자 건강권보장과 국립요양병원마련을 위한 대책위원회 /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 장애여성공감 /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PL모임 ‘가진사람들’ /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 커뮤니티 ‘알’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75
397 [논평] 평등의 원칙을 실현할 수 있는 차별금지법의 조속한 제정이 이루어져야 file 덕현 2013.04.15 4893
396 [논평] 평창올림픽 개막에 부쳐- 우리는 모두를 위한 스포츠를 원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8.02.09 252
395 [논평] 학생들을 죽인 것은 학교가 아닌가! 우리에게 인권친화적 학교를! - 진주외국어고등학교 사망 사건 재발방지를 촉구하며 동인련 2014.04.24 2726
394 [논평] 혐오선동으로 더럽혀진 20대 총선, 평등을 위한 투표가 답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6.04.12 722
393 [논평]’원숭이 두창’을 보도하는 언론 행태에 부쳐- 낯선 질병에 성소수자를 동원하는 언론은 나쁜 손을 잘라라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31 115
392 [논평]더 이상 TV에서 성소수자를 지우지 마라! - 은하선 씨에 대한 EBS <까칠남녀>의 일방적 하차 통보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8.01.16 525
391 [논평]동성 군인의 합의에 의한 성관계 무죄 판결을 환영하며 - 군형법 상 추행죄(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더는 미뤄선 안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8.02.23 173
390 [논평]문재인 대통령 시대, 군내 내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염원한다 -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5.15 568
389 [논평]삶의 질 악화는 차별과 혐오를 키운다. 쉬운 해고, 평생 비정규직, 임금삭감 노동개악을 반대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09.21 702
388 [논평]성소수자 외면하고 탄압하는 소치 올림픽, ‘모두의 올림픽’ 아니다 러시아 정부는 성소수자 탄압을 중단하라! file 덕현 2014.02.07 4024
387 [논평]인권과 평화의 파괴자 트럼프 방한 반대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11.06 127
386 [논평]차별과 혐오에 맞서 행동할 때, 세상을 바꾸는 시간을 만들어갈 수 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11.27 264
385 [논평]한 트랜스젠더의 퇴사 소식이 보여준 트랜스젠더 차별의 현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12.29 1659
384 [동인련논평] 서울학생인권조례는 인권의 가치를 온전히 담아내야 한다. 이경 2011.09.19 5055
383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정부 발의안)]에 대한 인권시민사회단체 의견 동인련 2009.11.18 6302
382 [모두의 결혼 입장] 한동훈 대한민국 법무부(Ministry of Justice) 장관의 동성혼 법제화와 생활동반자법안에 대한 입장과 관련한 설명입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8.22 201
381 [무지개행동 기자회견문] 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 아이다호를 마무리하며 - 우리가 모이면 그곳이 광장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9.01 128
380 [무지개행동 기자회견문]3.8 세계여성의날 맞이 성소수자 기자회견 - 성소수자가 춤출 수 있는 성평등 민주주의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8.03.06 219
379 [무지개행동 논평] "기억하고 애도하며, 그리고 함께 살아갑시다" - 2021년 트랜스젠더 가시화 주간과 추모의 날을 맞아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1.23 51
378 [무지개행동 논평] 2019년의 한가운데서 이곳저곳의 퀴어문화축제를 환영하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5.28 102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