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논평] 브루나이는 동성애를 범죄화하는 샤리아 형법 시행을 즉각 철회하라

 

 

지난 4월 3일, 브루나이는 동성애, 간통 등의 행위에 대해 투석형, 태형을 가하는 샤리아 형법(Syariah Penal Code Order 2013)을 전면 시행했다. 브루나이에서 2014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어 온 샤리아 형법은 이미 인권침해적이고 과도한 형벌로 인해 여러 차례 비판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브루나이는 “독립된 이슬람 주권국이고, 독립국가로서 자체적인 법률을 시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며, 단계적으로 법적용을 확대했고 급기야 이번 전면시행에 이른 것이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성소수자의 존재를 범죄화하고 삭제하려는 브루나이의 이러한 법 시행을 강력히 규탄한다.

 

샤리아 형법에 따르면 무슬림이 동성애를 한 경우 태형과 징역형에 처해지며, 경우에 따라서는 투석에 의한 사형까지 처해질 수 있다. 또한 비무슬림이라 하더라도 무슬림과 관계되어 있다면 동일하게 처벌을 받는다. 단지 남들과 성적지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처벌을 받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것이다.

 

브루나이의 이와 같은 동성애 범죄화가 국제인권기준에 위반된다는 사실은 너무나 명백하다. 이미 1994년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동성 간 합의된 성적 행위를 금지하는 법이 자유권규약 제 17조(사생활의 권리), 제26조(차별금지)를 위반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여러 국제인권기구들에서 동일한 결정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또한 지난 2018년에는 인도 최고법원이 식민지 시대 이래 지속된 동성애처벌법에 위헌결정을 내리는 등, 세계 각국에서도 동성애를 처벌하는 법률은 점차 폐지되어, 현재 전 세계 60% 이상의 국가들에서는 동성애를 범죄화하지 않고 있다. 브루나이는 독립된 주권국가라는 변명을 하기 이전에, 국제인권조약을 비준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세계적인 진전을 후퇴시키는 이번 결정을 내린 것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무지개행동은 브루나이의 성소수자 커뮤니티에게 깊은 연대를 보낸다. 성소수자는 어디에나 있고, 당연히 브루나이에도 성소수자들이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샤리아 형법의 시행은 브루나이의 성소수자와 그 지지자들에게 심각한 낙인과 차별, 인권침해를 가하고 있다.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포함해 어떠한 차별과 혐오에 맞서 싸우는 연대체로서, 그리고 아시아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써, 무지개행동은 브루나이의 성소수자와 지지자들과 연대하며 끝까지 함께 싸워나갈 것이다.

 

‘평화가 깃든 브루나이 독립국(Negara Brunei Darussalam)’, 브루나이의 이와 같은 공식명칭에도 브루나이에서 성소수자들은 단지 다수와 성적지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평화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무지개행동은 브루나이가 진정으로 독립국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진다면, 국가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소수자들의 존재를 어떻게 인정하고 이들의 인권을 보호할지부터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브루나이는 이번 샤리아 형법 시행을 즉각 철회하고, 성소수자의 불가침의 인권을 보장하라!

 

 

2019. 4. 9.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66
376 [무지개행동 논평] “성소수자 평등과 차별금지는 어디에” -제4차 국가별 정례 인권검토 (UPR) 최종 보고서 채택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7.14 115
375 [무지개행동 논평] 故 변희수 하사의 전역처분을 취소한 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며, 군의 진정한 사죄와 반성을 촉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0.12 81
374 [무지개행동 논평] 국가인권위의 동성커플 진정 각하에 대해, 평등한 혼인을 위한 적극적인 논의를 바란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3.04 180
373 [무지개행동 논평] 대통령집무실 앞 집회금지의 위법함을 확인한 법원 결정을 환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11 54
372 [무지개행동 논평] 대한민국 정부는 성소수자 인권 보장에 대한 각 국가들의 권고를 전면 수용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1.31 126
371 [무지개행동 논평] 동대문구의 퀴어여성생활체육대회 대관차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기각판결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8.17 30
370 [무지개행동 논평] 동성혼 법제화, 비혼 출산 지원, 생활동반자 제도화 ‘가족구성권 3법’ 발의를 환영한다. 국회는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고 시대 요구에 응답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5.31 123
369 [무지개행동 논평] 두 거대양당 후보는 언제까지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무지와 외면으로 일관할 것인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2.24 39
368 [무지개행동 논평] 미국 연방대법원의 동성커플에 대한 평등권 보장을 환영하며 file 동인련 2013.06.27 5793
367 [무지개행동 논평] 미국대사관 무지개깃발 게양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6.16 185
366 [무지개행동 논평] 방송국, 정치인, 공무원의 성소수자 혐오표현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표명 결정, 이제는 평등을 위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9.01 122
365 [무지개행동 논평] 법무부 성소수자 수용처우 및 관리방안(수정)에 대한 논평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8.27 88
» [무지개행동 논평] 브루나이는 동성애를 범죄화하는 샤리아 형법 시행을 즉각 철회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4.09 136
363 [무지개행동 논평] 성별정정에 있어 성전환수술 요구가 인권침해임을 확인한 인권위 결정을 환영한다. 국회와 법원은 적극적으로 권고를 이행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5.26 103
362 [무지개행동 논평] 성소수자, 다양한 가족들의 삶을 모욕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혐오발언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2.03 55
361 [무지개행동 논평] 우리 사회 공고한 성별이분법에 도전하는 나화린 선수의 전력질주를 응원합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6.21 119
360 [무지개행동 논평] 유엔의 준엄한 권고, 정부는 성소수자 인권 실현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11.28 66
359 [무지개행동 논평] 인권의 가치를 왜곡하는 혐오에 동조한 연세대학교를 규탄한다 - 연세대학교는 ‘연세정신과 인권’ 선택 교양 전환 결정을 즉시 철회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9.24 269
358 [무지개행동 논평] 자유한국당은 성소수자 차별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9.25 148
357 [무지개행동 논평] 정치의 실패를 기억하며, 우리는 당신들을 넘어설 것이다 - 차별금지법 제정 쟁취 단식투쟁과 농성 마무리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26 75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