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낙태죄 폐지 입장문.png

 

 

[입장문]

국가 통제에 저항해온 모든 이들의 승리

-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부쳐 -


오늘 헌법재판소는 낙태 처벌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를 판결했다. 형법 제정 이후 66년 만에 여성의 몸에 가해지던 형벌이 위법임을 인정한 것이다.

 

오늘의 결정으로 비로소 여성들은 국가로부터 자신의 몸을 온전히 돌려받게 되었다. 이는 여성의 몸을 도구로 다루었던 지난한 역사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고, 여성의 삶에 가해졌던 고통의 역사와 그 굴레를 내려놓는 데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 또한 우생학과 정상성 규범을 공고히 해온 출산의 선택이 국가에 의해 강제되거나 금지되는 것이 아닌 모두에게 열린 선택으로 나아갈 교두보이기도 하다.

 

이제 낙태죄는 없다. 이는 우리가 전혀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마주해야 하는 출발선에 서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늘의 결과는 국민을 정상 비정상으로 나누고 통제하며 병리화하고 범죄화했던 차별과 성적 낙인의 역사와 이를 바꾸기 위한 오랜 투쟁이 새로운 변화의 서장을 열었음을 시사한다.

 

7년 전의 결과와 비교할 때 헌법불합치는 고무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이는 물론 낙태죄 폐지를 외치며 성적 낙인과 범죄화를 주도해온 국가에 맞서 싸운 불온한 이들의 집단적인 투쟁 덕분이었다. 가려진 몸들과 드러낼 수 없는 존재들, 자신의 선택을 폭력과 낙인으로 돌려받아야했던 이들이 제대로 살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싸움이기도 했던 것이다. 내가 누구이건 어디에서 누구와 살던, 어떤 몸이건, 재산이 얼마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실천하고 임신과 출산, 양육에 관련된 모든 것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 투쟁의 성과는 낙태죄 헌법불합치의 결과에만 한정될 수 없다. 우리의 외침은 이제 국회와 정부를 향한다. 이들은 인권의 준엄한 결단을 새겨야할 것이다. 내년 총선의 화두 또한 차별받고 배제받은 이들의 인권이 화두가 될 것이다. 오늘의 판결은 성소수자 인권을 둘러싸고 산재해 있는 군형법상 추행죄 폐지와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상 전파매개행위 금지조항 폐지, 나아가 차별금지법 제정 등과 같은 오랜 투쟁의 청신호일 수 있음을 알린다.

 

투쟁의 성과를 축하하고 기억하며 모두의 인권이 배제되거나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 행성인도 모두가 배제되지 않는 연대와 실천에 함께 할 것이다.

 

오늘은 함께 싸워온 동지들과 마음껏 축배를 들자. 내일 다시 투쟁의 깃발을 올릴 것이므로!

 

2019.04.11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70
396 [논평] 평창올림픽 개막에 부쳐- 우리는 모두를 위한 스포츠를 원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8.02.09 252
395 [논평] 학생들을 죽인 것은 학교가 아닌가! 우리에게 인권친화적 학교를! - 진주외국어고등학교 사망 사건 재발방지를 촉구하며 동인련 2014.04.24 2726
394 [논평] 혐오선동으로 더럽혀진 20대 총선, 평등을 위한 투표가 답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6.04.12 722
393 [논평]’원숭이 두창’을 보도하는 언론 행태에 부쳐- 낯선 질병에 성소수자를 동원하는 언론은 나쁜 손을 잘라라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31 111
392 [논평]더 이상 TV에서 성소수자를 지우지 마라! - 은하선 씨에 대한 EBS <까칠남녀>의 일방적 하차 통보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8.01.16 525
391 [논평]동성 군인의 합의에 의한 성관계 무죄 판결을 환영하며 - 군형법 상 추행죄(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더는 미뤄선 안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8.02.23 173
390 [논평]문재인 대통령 시대, 군내 내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염원한다 -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5.15 568
389 [논평]삶의 질 악화는 차별과 혐오를 키운다. 쉬운 해고, 평생 비정규직, 임금삭감 노동개악을 반대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09.21 702
388 [논평]성소수자 외면하고 탄압하는 소치 올림픽, ‘모두의 올림픽’ 아니다 러시아 정부는 성소수자 탄압을 중단하라! file 덕현 2014.02.07 4024
387 [논평]인권과 평화의 파괴자 트럼프 방한 반대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11.06 127
386 [논평]차별과 혐오에 맞서 행동할 때, 세상을 바꾸는 시간을 만들어갈 수 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11.27 264
385 [논평]한 트랜스젠더의 퇴사 소식이 보여준 트랜스젠더 차별의 현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12.29 1659
384 [동인련논평] 서울학생인권조례는 인권의 가치를 온전히 담아내야 한다. 이경 2011.09.19 5055
383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정부 발의안)]에 대한 인권시민사회단체 의견 동인련 2009.11.18 6302
382 [모두의 결혼 입장] 한동훈 대한민국 법무부(Ministry of Justice) 장관의 동성혼 법제화와 생활동반자법안에 대한 입장과 관련한 설명입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8.22 195
381 [무지개행동 기자회견문] 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 아이다호를 마무리하며 - 우리가 모이면 그곳이 광장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9.01 124
380 [무지개행동 기자회견문]3.8 세계여성의날 맞이 성소수자 기자회견 - 성소수자가 춤출 수 있는 성평등 민주주의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8.03.06 219
379 [무지개행동 논평] "기억하고 애도하며, 그리고 함께 살아갑시다" - 2021년 트랜스젠더 가시화 주간과 추모의 날을 맞아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1.23 47
378 [무지개행동 논평] 2019년의 한가운데서 이곳저곳의 퀴어문화축제를 환영하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5.28 102
377 [무지개행동 논평] 20대 국회의원 선거, 혐오를 선동한 주류 정당을 규탄하며 우리는 소수자 인권을 말할 수 있는 권력을 원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6.04.15 821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