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논평] 2019년의 한가운데서 이곳저곳의 퀴어문화축제를 환영하며

 

 

지난 5월 19일, 제2회 전주퀴어문화축제가 평화롭게 막을 내렸다.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올해로 20주년을 맞는다. 퀴어문화축제 개최가 10회를 넘긴 대구를 비롯하여 부산, 인천, 광주, 제주 등 전국 주요 도시로 확산하는 추세다. 그간 축제는 양적으로만 성장한 것이 아니다. 광장을 채우는 시민들의 구성도 노동/여성/인권/정당 그리고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매우 풍성해졌다. 2019년은 역사적인 스톤월 항쟁 50주년을 맞는 해이자, 아시아 최초로 타이완에서 혼인평등이 법제화된 해이다. 이렇듯 다양한 의미 가운데 놓여있는 2019년, 우리는 역사의 어느 지점을 지나고 있는가?

 

언론이 축제를 설명할 때면 끊임없이 소환되는 주제가 있다. 갈등이다. 퀴어문화축제를 둘러싼 갈등의 핵심은 분명하다. 축제를 무산시키려 시도하거나, 참가자들을 향해 저주에 가까운 언사를 쏟아내는 일부 편협한 세력이야말로 갈등의 책임자이다. 혐오선동이 문제다. 이러한 혐오선동이 제도와 권력에 의해 묵인된 결과, 작년 인천퀴어문화축제 현장에서는 물리적 폭력을 포함한 대규모 증오범죄로 이어졌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악용하여 한 몫 챙기려는 정치권의 책임도 크다. 지난 20일,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이 「민주당은 차라리 '퀴어당'으로 커밍아웃하라」는 제목으로 낸 논평이 대표적이다. 한국당은 논평에서 "과도한 노출과 노골적인 행동, 선정적인 문구"가 문제라는 철지난 논리를 되풀이하며 축제를 비하하였다. 그러면서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는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을 규율하지 않는 민주당을 향해 회색분자라느니 기회주의자라느니 하고 비판하였다.

 

성소수자 인권을 위하여 더불어민주당이 어떤 행보를 보였는지는 우리가 평가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 등 주요 입법과제에서 민주당이 보여준 행보는 '퀴어당'이라는 찬사를 받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지난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에 당대표가 나서 "개인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동성애 반대"한다고 말한 자유한국당은 입 다물라. 단순히 혐오의 말잔치를 벌이는 수준이 아니라 국정감사나 예산편성 등 일체의 의정활동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우기 위해 사력을 다한 자유한국당은 명실공히 한국 최악의 성소수자 혐오정당이다. 차별선동을 통한 혐오의 정치는 사라져야 할 구태 정치다. 평등과 인권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하루빨리 받아들기를 우리 정치권에 강력히 촉구한다.

 

퀴어문화축제의 목적과 취지에 공감하시는 성소수자 당사자/지지자 여러분께 말씀드린다. 축제는 정치적이다. 퀴어문화축제가 보다 다양하고 민주적으로 구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축제 조직위원회에게만 맡길 문제가 아니다. 가치중립적이어야 한다느니, 정치색을 띠면 안된다느니 하는 압력과 유혹을 물리치자. 평등한 사회를 바라는 성소수자 당사자/시민들의 힘을 모아서 더욱 자유롭고 넓은 광장을 함께 쟁취하자.

 

서울퀴어문화축제의 20주년을 함께 기뻐한다. 끝으로 전국에서 새로이 터져나오는 지역 퀴어문화축제가 안전하고 즐거운 행사로 뿌리내릴 수 있는 방법을 여러분과 함께 고민하고 싶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모든 성소수자가 존엄하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

 

 

2019년 5월 24일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70
396 [논평] 평창올림픽 개막에 부쳐- 우리는 모두를 위한 스포츠를 원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8.02.09 252
395 [논평] 학생들을 죽인 것은 학교가 아닌가! 우리에게 인권친화적 학교를! - 진주외국어고등학교 사망 사건 재발방지를 촉구하며 동인련 2014.04.24 2726
394 [논평] 혐오선동으로 더럽혀진 20대 총선, 평등을 위한 투표가 답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6.04.12 722
393 [논평]’원숭이 두창’을 보도하는 언론 행태에 부쳐- 낯선 질병에 성소수자를 동원하는 언론은 나쁜 손을 잘라라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31 111
392 [논평]더 이상 TV에서 성소수자를 지우지 마라! - 은하선 씨에 대한 EBS <까칠남녀>의 일방적 하차 통보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8.01.16 525
391 [논평]동성 군인의 합의에 의한 성관계 무죄 판결을 환영하며 - 군형법 상 추행죄(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더는 미뤄선 안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8.02.23 173
390 [논평]문재인 대통령 시대, 군내 내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염원한다 -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5.15 568
389 [논평]삶의 질 악화는 차별과 혐오를 키운다. 쉬운 해고, 평생 비정규직, 임금삭감 노동개악을 반대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09.21 702
388 [논평]성소수자 외면하고 탄압하는 소치 올림픽, ‘모두의 올림픽’ 아니다 러시아 정부는 성소수자 탄압을 중단하라! file 덕현 2014.02.07 4024
387 [논평]인권과 평화의 파괴자 트럼프 방한 반대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11.06 127
386 [논평]차별과 혐오에 맞서 행동할 때, 세상을 바꾸는 시간을 만들어갈 수 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11.27 264
385 [논평]한 트랜스젠더의 퇴사 소식이 보여준 트랜스젠더 차별의 현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12.29 1659
384 [동인련논평] 서울학생인권조례는 인권의 가치를 온전히 담아내야 한다. 이경 2011.09.19 5055
383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정부 발의안)]에 대한 인권시민사회단체 의견 동인련 2009.11.18 6302
382 [모두의 결혼 입장] 한동훈 대한민국 법무부(Ministry of Justice) 장관의 동성혼 법제화와 생활동반자법안에 대한 입장과 관련한 설명입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8.22 195
381 [무지개행동 기자회견문] 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 아이다호를 마무리하며 - 우리가 모이면 그곳이 광장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9.01 124
380 [무지개행동 기자회견문]3.8 세계여성의날 맞이 성소수자 기자회견 - 성소수자가 춤출 수 있는 성평등 민주주의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8.03.06 219
379 [무지개행동 논평] "기억하고 애도하며, 그리고 함께 살아갑시다" - 2021년 트랜스젠더 가시화 주간과 추모의 날을 맞아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1.23 47
» [무지개행동 논평] 2019년의 한가운데서 이곳저곳의 퀴어문화축제를 환영하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5.28 102
377 [무지개행동 논평] 20대 국회의원 선거, 혐오를 선동한 주류 정당을 규탄하며 우리는 소수자 인권을 말할 수 있는 권력을 원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6.04.15 821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