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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시대의 오명을 자처하는 프로축구단 대전시티즌은 유죄다
‘HIV감염인도 운동선수를 할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부정하는 사회에 경종을 울려라

 


지난 712, 프로축구단 대전시티즌은 보도자료를 통해 브라질 국적의 한 프로 축구선수의 영입을 알렸다. 많은 언론에서 그 프로 축구선수의 장점을 언급하며 활약을 기대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그런데 영입소식이 알려진 후 바로 다음날인 713, 대전시티즌은 단 하루 만에 또다시 보도자료를 내보내며 그 축구선수와의 계약해지를 발표했다. HIV감염인이라는 것이 계약해지의 이유였다. 많은 언론들은 에이즈 양성 반응을 이유로 대전시티즌이 그 선수와의 계약을 해지했다는 소식을 앞다투어 내보냈다. 프로축구단 대전시티즌은 공식적인 보도자료를 통해 한 프로 축구선수의 HIV감염사실을 만천하에 아웃팅하며 인권을 훼손하였고, 많은 언론들은 그 작업에 동참했다. 단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후 에이즈 양성이라며 대전시티즌의 보도자료를 여과없이 사용한 일부 언론들이 뒤늦게 기사를 수정하여 HIV감염여부에 대한 내용을 삭제하고 피해당사자인 축구선수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였지만, 이미 그 축구선수의 HIV감염사실와 얼굴 등 개인정보는 캡쳐되어 소셜미디어에 오르내렸고 여전히 기사링크 미리보기 등으로는 HIV감염사실 등이 제목으로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개인이 얼굴사진까지 첨부되어 HIV감염사실을 아웃팅 당했다. 또한 HIV감염사실만을 이유로 직업을 갖는데 제한을 당했다. 그런데 이 심각한 인권침해를 일으킨 대전시티즌은 폭풍의 눈처럼 나홀로 평화롭다. 대전시티즌의 홈페이지 및 소셜미디어에서는 그 어떠한 사과의 일언반구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대전시티즌은 홈페이지 공지사항 게시판에 채용 취소는 치골 부상으로 인한 것이었습니다.’고 엉뚱한 글을 게시해 놓았다. 몇몇 언론에서 대전시티즌의 아웃팅 행태가 왜 문제적인지 지적하고 있는 지금, ‘에이즈라는 말로 보도자료까지 낸 대전시티즌이 갑자기 치골 부상이라며 말바꿈 하는 것은 잘못을 부정하는 발뺌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이 사태의 피해당사자인 축구선수는 HIV감염여부와 상관없이 축구를 잘하기 때문에 영입이 되었다. 설사 HIV감염사실을 본인이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밝힐 이유가 없었다. 축구를 하는 데 HIV감염여부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HIV감염여부가 실제로 업무능력과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로축구단 대전시티즌은 단순히 HIV감염사실 하나만으로 계약해지, 즉 해고하였다. 이는 심각한 노동권 침해다. ‘HIV감염인도 운동선수를 할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두고 아웃팅과 노동권 침해 등의 심각한 인권침해가 일어난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이른바 메디컬테스트라고 불리는, 운동선수가 되기 위한 건강 검진 항목에 HIV테스트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피해를 입은 운동선수가 알고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으나 만약 모르고 있었다면 강제검진의 문제가 추가되며,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비밀보장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다는 문제가 추가된다.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에는 후천성면역결핍증에 관한 검진을 한 자는 검진 대상자 본인 외의 사람에게 검진 결과를 통보할 수 없다’,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후천성면역결핍증에 관한 검진결과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없다는 등의 내용이 존재한다. 이번 사태에서 그나마 존재하던 이러한 법들이 전면적으로 위배되고 무시당했다.


HIV와 에이즈의 구분도 불가능한 일부 언론들의 보도행태 역시 심히 문제적이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만든 HIV와 에이즈에 대한 언론 가이드라인이 이미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HIV/AIDS에 대해 공포와 낙인을 조장하는 기사가 계속 대중들에게 노출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도 많은 언론들이 권리가 어떻게 침해되었는지가 아니라 에이즈라는 말을 강조하며 공포와 낙인을 확산시키는 방식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공포와 낙인의 확산은 HIV예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인권을 후퇴시킬 뿐이다. 언제까지 우리는 이러한 어리석은 정보전달에 통탄해야 하는가.

 

다시, 우리는 선명히 말한다. HIV감염인도 운동선수를 할 수 있다. 프로축구단 대전시티즌은 유죄다. HIV감염여부가 축구실력과, 업무능력과 상관이 없는데 HIV감염사실 하나만으로 계약을 해지하여 시대의 오명을 자처하는 프로축구단 대전시티즌은 명명백백히 유죄다. 아웃팅을 하는 데 주저하지 않은 언론들도 공범이다. 우리는 시대를 역행하는 프로축구단 대전시티즌과 그에 공조한 언론을 규탄한다.

 

 

20190715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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