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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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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법대로 하자던 자본과 권력은 어디에 숨었나

- 성소수자 노동자는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강제 연행을 규탄한다

 

오늘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농성 중이던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13명이 전원 연행되었다. 지난 30일 고용노동부가 법원에서 불법 파견으로 인정한 공정을 직접고용 시정명령 대상에서 제외한 것에 항의하며 시작된 농성은 불과 이틀 만에 강제해산되고야 말았다.

 

우리는 노동자와 사회적 소수자가 자본과 권력이 만든 법 테두리 안에서 스스로 합법적 존재임을 입증하도록 강요받아온 사실을 안다. 법적 성별정정을 신청한 성소수자에게 법관의 재량이라며 인권침해의 소지가 다분한 서류와 증거 따위를 요구하는가 하면, 영외에서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진 성소수자 군인에게 좋아하는 체위를 묻고 여자를 좋아하도록 노력해보라는 말 따위를 수사과정에서 하도록 용인하는 것이 바로 자본과 권력이 말하는 법일 테다. 돈과 시간을 틀어쥐고 있는 저들은 법대로 하자며 평등과 권리를 요구하는 노동자와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짓밟기에 분주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대법원에서 불법 파견 확정 판결을 받고도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농성을 지속하고 있는 톨게이트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그러한 형국에 처해 있다. 

 

그뿐인가. 일터 안팎에서 차별과 인권침해의 피해를 입은 성소수자 노동자가 권리구제에 나서지 못하고 좌절하는 큰 이유 중 하나도 법과 제도의 불비(不備)에 따른 위축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합리한 통념을 깨고 정당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며 결국 법원에서까지 불법 파견 인정 판결을 수 차례 받아냈다. 

 

그렇다면 모든 것이 법에 따라 옳게 바뀌었는가. 공장은 여전히 불법 파견의 온상으로 남아 오히려 위법한 현장의 흔적을 지우는 데만 급급한 상황이다. 수 차례의 불법 파견 인정 판결에도 현대·기아차 자본은 이를 해결하기는커녕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야기한 것은 위법을 시정하여야 할 검찰과 고용노동부가 자신의 책무 이행을 미뤄왔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이루어진 검찰의 늦장 기소와 고용노동부의 반쪽짜리 직접고용 시정명령은 책무를 이행한 것이 아니라 범죄를 묵인하고 동조하는 것에 가까운 행위였다. 현대·기아차 자본의 처벌 수위를 낮추고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법원이 인정한 불법 파견 공정에 대한 내용을 공소장과 시정명령지시서에서 제외한 것은 불법 파견 가해자에게 최대한의 면죄부를 내어주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확고한 의중이라고 밖에는 달리 해석할 방도가 없다.

 

불법 파견은 반인륜적 범죄다. 자본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고착화하면서도 일터 내 안전과 해고에 대한 책임은 일체 부담하지 아니하려 하는 몰염치의 산물이며 인간에 대한 기본적 예의의 상실이다. 불법 파견의 가장 큰 피해자는 완성차공장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면서 동시에 우리 성소수자 노동자들이기도 하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가장 쉽게 해고될 수 있는 일터는 다름 아닌 고용에 대하여 사용사업주가 일체에 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하는 간접고용, 나아가서는 불법 파견 사업장임을 우리는 안다. 불합리한 법에 의해, 법조차 무시하는 거대 권력에 의해 노동자와 성소수자들이 삶의 바깥으로 내몰리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이러한 자본과 권력의 만용을 용인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대·기아차 자본의 반인륜적 범죄행위에 대하여 면죄부를 내어준 검찰과 이에 굴종하여 반쪽짜리 시정명령을 내린 고용노동부를 강력히 규탄하며, 문재인 정부가 연행된 비정규직 노동자 13명의 즉각적인 석방과 법원 판결에 입각한 제대로 된 직접고용 시정명령 그리고 현대·기아차 책임자 처벌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가 한국 사회에 만연해진 불법 파견의 뿌리를 뽑고 모든 노동자가 평등하고 존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구축하여야 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끝까지 노동존중 책무를 회피하고 불법 파견을 방조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성소수자 노동자와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강고한 연대를 딛고 선 더 큰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단언한다. 

 

2019년 10월 2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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