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김문수 혐오발언 방치하는 인권위 각하 결정 규탄한다 

정치인 혐오발언에 대한 입장과 대응책을 분명하게 밝히라

 

 

지난 해 6월 19일 196개 단체와 874명의 개인은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였던 김문수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 이유를 기억할 것이다. 김문수는 "동성애는 담배보다 유해하다", "여성은 자기를 다듬어줘야 된다"는 발언 등으로 성소수자 차별을 조장하고 성차별을 강화했다. 세월호 유가족의 진실을 향한 투쟁을 "죽음의 굿판", "죽음의 관광"이라는 말로 멸시하고 조롱하는 발언도 수많은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최소한 선거기간 중 후보로부터 이런 말을 듣게 되는 상황이 끝나야 한다는 공감대도 모였다. 

 

그런데 1년도 훨씬 지나 인권위는 '각하' 결정을 통보했다. "이러한 발언이나 선거공약만으로 구체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고"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의한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사유였다. 다만 “정치인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차별 발언과 관련하여 위원회 차원의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혐오와 차별 해소에 나서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인권위가 정작 정치인의 혐오발언에 대해 문제적인 각하 결정을 내린 것에 실망과 분노를 감출 수 없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번 각하 결정을 규탄하고 정치인들의 혐오발언에 대한 인권위의 명확한 입장과 강력한 대응을 요구한다. 

 

첫째, 최근 인권위를 통해 발간된 <혐오표현 리포트(이하 리포트)>는 혐오표현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지역, 인종,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어떤 개인, 집단에게 (1)모욕, 비하, 멸시, 위협 또는 (2)차별, 폭력의 선전과 선동을 함으로써 차별을 정당화, 조장, 강화하는 효과를 갖는 표현" 이와 같은 정의에 비추어도 김문수의 발언은 명백한 혐오표현이다. 인권위는 김문수의 발언이 사회가 맞서야할 혐오표현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짚어야만 한다. 

 

둘째, 인권위는 혐오표현의 해악을 무시하고 있다. 그 해악은 무엇일까? 표적집단 구성원들이 모욕감을 느끼고 위축되거나 두려움을 느끼고 일상의 여러 영역에서 제약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자신을 드러내고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게 되고 존엄이 훼손되는 상황에 반복적으로 처하게 된다. 이것이 "구체적 피해"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인가. 게다가 선거시기의 혐오표현은 사회 공론장에 정치적 주체로 등장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가로막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차별을 조장하고 강화하는 효과가 더욱 크다. 이런 피해가 혐오표현이 차별이고 폭력인 이유며 인권위의 <리포트>에도 그 해악이 설명되어있다. “구체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각하하겠다는 이번 결정 내용은 혐오표현 문제에 대한 인권위의 이해도 자체를 의심케 한다. 인권위는 이번 결정의 문제적 내용을 해명하고, 무엇이 혐오표현의 해악인지를 사회에 정확하게 알려야 할 것이다. 

 

셋째, 같은 표현이라도 그것을 하는 사람의 지위에 따라 혐오표현의 해악은 달라진다. <리포트>도 그 점을 짚고 있다. "정치인, 주요 정당 인물, 고위공무원, 종교지도자 등 사회적 영향력이나 권위를 가진 사람"의 혐오표현에는 "긴급하고 강한 사회적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나 선거시기는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후보들의 발언이 '선동'의 성격을 띠는 시기며 일상적 시기보다 발언의 공개나 확산 범위가 매우 큰 시기다. 따라서 지방선거 후보로서 김문수가 했던 혐오표현에 대해서는 더욱 강한 입장이 필요하다. 또한 총선을 앞둔 지금, 정치인들의 혐오표현에 대한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그럼에도 어떠한 구체적인 입장도 없이 형식적인 내용의 각하만을 통보한 이번 결정은 몹시 무책임하다. 

 

넷째, 인권위는 "정치인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차별 발언과 관련하여 위원회 차원의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내용을 덧붙여 통지했다. 정치인의 혐오차별 발언을 억제하고 무력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혐오표현을 혐오표현이라고 짚어주고, 혐오표현의 문제를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을 권고하는 등 지금 당장 인권위가 내릴 수 있는 결정 또한 충분히 많다. 혐오발언이 법상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각하하고 정책 검토를 할 수밖에 없다는 인권위의 입장이 과연 최선인지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고민을 주문한다. 무엇보다 정책적 검토에 대한 이번 언급이 인권위의 역할을 회피하기 위한 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의 혐오표현 문제에 대한 인권위의 입장과 대응방안이 매우 분명하고도 구체적인 형태로 나와야 할 것이다. 인권위의 지체 없는 대응을 촉구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김문수의 발언이 혐오표현임을 분명하게 지적하라.  

2. 김문수의 발언에 어떤 문제가 있으며 혐오표현이 어떤 해악을 낳았는지 널리 알려라. 

3. 김문수를 비롯한 정치인의 혐오발언을 억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조속히 밝혀라. 

 

2019년 11월 12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64
576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김한길 의원의 입장 표명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1 덕현 2013.03.27 4744
575 차별금지법 제정을 중단한 법무부는 직무유기를 넘어 차별을 조장하는 것 동인련 2011.01.28 6086
574 중국 정부는 구금된 페미니스트․LGBT 활동가 5명을 즉각 석방하고 페미니스트∙LGBT 활동가와 사회운동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 이주사 2015.03.18 1399
573 제15회 퀴어문화축제 개최를 환영하는 시민사회단체 공동성명 퀴어퍼레이드는 계속되어야 한다.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file 병권 2014.06.02 3306
572 정부는 인권위의 무력화 시도를 중단하라! 동인련 2008.12.12 6178
571 정부는 유엔 사회권위원회의 권고를 성실히 이행하라. (성적지향 등이 삭제된 채 폐기된 정부 원안) 차별금지법 관련 유엔 사회권위원회 한국 정부 답변에 대한 비판 file 동인련 2009.11.25 7049
570 정부 여당은 민영화법인 서비스법과 규제프리존법 합의 추진을 중단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8.14 150
569 인권침해 반성없는 정부를 규탄한다.- UN 사회권 심의에서 보여준 정부의 천박한 인권의식 - 동인련 2009.11.18 5262
568 이태원 참사 피해자 명단 공개에 대한 인권단체 입장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11.28 70
567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학살과 봉쇄를 중단하라 file 동인련 2008.12.30 6484
566 이명박 정부는 학생인권에 대한 저열한 공격을 멈추라! -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악과 교과부의 월권해석을 규탄한다 동인련 2012.04.17 5749
565 의견서] 강원도 교육청은 학생인권 훼손을 철회하고 인권의 가치를 지켜내기 바랍니다. 동인련 2013.03.12 4695
564 유일한 동성애 처벌법, 군형법 제92조의 6 폐지하라! - 군형법 제92조의 6 폐지를 위한 1만인 입법청원운동에 돌입하며 - 동인련 2013.05.16 5197
563 용산참사 피고인들에 대한 법원의 선고는 제2의 사법살인이다! 동인련 2009.10.30 5266
562 용산 참사 관련 미공개 3천 쪽 수사기록을 공개하라! 동인련 2009.05.08 6059
561 여성성소수자 궐기 선언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10.12 739
560 에이즈혐오 확산의 주범 자유한국당 규탄 기자회견문 - 에이즈 혐오의 집합소 자유한국당은 감염인의 목소리를 들어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12.12 229
559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 사퇴는 이명박 정권의 국가인권위에 대한 정치적 탄압의 결과이다. 동인련 2009.07.02 6540
558 스스로 불명예를 떠안은 충남도의회의 학생인권조례폐지안 가결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12.18 67
557 수동연세요양병원의 사실왜곡에 대한 입장표명 및 법적대응 기자회견 웅- 2015.01.22 305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