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성명] 성소수자 노동자는 모든 노동자가 안전한 일터를 위해 투쟁할 것이다

-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를 추모하며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를 추모하며.png

 

 

 

2018년 12월 10일 태안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가 작업 도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졌다. 그의 이름은 김용균. 그의 사망 원인은 다름 아닌 위험의 외주화였다.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의 책임 회피 속에서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위험 부담이 집중되는 구조는 비단 그뿐만 아니라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원인으로 이미 수도 없이 고발당한 바 있다.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이후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위험의 외주화는 여전히 한국 사회 곳곳에 남아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김용균법’이라 불리며 국회 문턱을 넘은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안은 정작 그가 일하던 발전소의 비정규직 동료 노동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허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정부와 여당의 방조 속에 발전소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은 여전히 논의의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은 오히려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방향으로 법과 행정을 후퇴시키는 일에 더욱 분주히 나서고 있다. 자본이 노동시간을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의 입법을 강행하는가 하면, 주 52시간 근로시간 상한제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을 유예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나선 모습은 과연 정부와 여당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보호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묻게 한다.    

 

참다못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물으며 노동개악을 저지하기 위하여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구했지만, 여전히 대통령은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면담에 응하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만나지 않는 대통령은 차별과 혐오 속에 매일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고 있는 성소수자의 고통도 외면하기 바쁘다. 대신 대통령이 만난 사람은 불법적 경영세습을 위해 기득권에 수십억원대 뇌물을 주었다는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재벌기업의 총수였고,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어느 종교 집단의 지도자였다. 문재인 정부가 과연 누구에게 귀를 기울이고 있으며, 어떠한 요구를 받아 안아 실현하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결코 마냥 앉아 좌절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안전하지 못한 일터에 대한 침묵과 방조, 노동개악으로 인한 입법과 행정의 후퇴가 성소수자의 노동안전보건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임을 안다.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은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더욱 불안한 고용형태와 위험한 작업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트랜스젠더 노동자의 죽음과 결코 다르지 않다.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에 대한 성폭력이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 성중립적인 작업환경을 보장하지 아니함으로써 발생하는 각종 안전·보건 측면의 고통은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지언정 분명 성소수자가 일하는 일터에서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중대한 위협이다. 

 

따라서 우리 성소수자 노동자들은 고 김용균 노동자의 1주기를 추모하며,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고 존엄하게 일하며 살아갈 수 있는 일터와 사회를 쟁취하기 위한 행동에 적극 앞장서 나갈 것이다. 특별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드시 이루어 노동자의 생명과 존엄을 위협하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될 수 없음을 자본과 정권에 분명히 각인시킬 것이다. 

 

‘더 이상 죽을 수 없다’는 노동자와 성소수자의 비명은 다른 종류의 절규가 아니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 당장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실질적 해결방안을 적극 강구하라. 

 

2019년 12월 10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5403
383 [성명] 경남도의회는 학생인권조례를 조속히 제정하라! - 또다시 혐오에 굴복한 경남도의회 교육상임위를 규탄하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5.16 187
382 [차제연 논평] 성소수자 행사에 대한 장소 불허 이제 그만!!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5.13 144
381 [성명] 성소수자의 일터에 변화를 일으키자 - 2019 세계노동절대회 참가와 노동개악 저지 투쟁을 결의하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5.01 232
380 [입장문] 국가 통제에 저항해온 모든 이들의 승리 -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부쳐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4.11 160
379 [무지개행동 논평] 브루나이는 동성애를 범죄화하는 샤리아 형법 시행을 즉각 철회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4.09 144
378 [무지개행동 논평] 한국 주거권 실태에 대한 UN주거권 특별보고관의 최종권고안을 환영하며 정부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3.15 154
377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성명]'청정'해야 할 것은 질병이 아니라 질병에 대한 혐오다.-(사)대한에이즈예방협회 제 11대 회장 윤해영의 취임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3.12 330
376 [연명 성명] 우리 모두는 HIV감염인의 존엄한 삶에 연대한다. 어느 대학 소셜미디어를 통해 드러난 에이즈혐오 사건에 부쳐, 그 모든 비난과 욕설에 함께 맞서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3.06 227
375 [무지개행동 논평] 국가인권위의 동성커플 진정 각하에 대해, 평등한 혼인을 위한 적극적인 논의를 바란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3.04 184
374 [무지개행동 성명] 비과학적이고 인권침해적인 ‘전환치료’의 문제에 (사)한국상담심리학회의 분명한 입장을 촉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2.20 268
373 [전환치료근절운동네트워크 성명] ‘전환치료’를 시도한 상담사에 대한 (사)한국상담심리학회의 영구제명 결정을 환영하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2.20 322
372 [무지개행동 논평] 종교교리를 이유로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는 대학과 이를 방관하는 국가의 각성을 촉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1.10 210
371 [공동입장문]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청와대 청원 답변에 대한 공동입장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8.12.19 259
370 [공동입장문]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청와대 청원 답변에 대한 공동입장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8.12.19 370
369 [무지개행동 기자회견문]3.8 세계여성의날 맞이 성소수자 기자회견 - 성소수자가 춤출 수 있는 성평등 민주주의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8.03.06 223
368 [성명서] 성평등한 민주주의는 시대적 요구이다- 서로를 지지하며 연대를 바탕으로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자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8.03.03 247
367 [성명]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충남도 인권조례는 절대 폐지되어서는 안 된다.” -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인권조례 폐지 재의 요구를 환영하며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8.02.27 157
366 [논평]동성 군인의 합의에 의한 성관계 무죄 판결을 환영하며 - 군형법 상 추행죄(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더는 미뤄선 안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8.02.23 177
365 [군 관련 성소수자 네트워크 논평] 군형법상 '추행'죄 기소 건에 대한 서울북부지법 무죄선고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8.02.23 144
364 [논평] 평창올림픽 개막에 부쳐- 우리는 모두를 위한 스포츠를 원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8.02.09 256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31 Next
/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