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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트랜스젠더 군인은 언제나 있어왔다. 군이 지워왔을 뿐이다.

- 육군 전역심사위원회의 트랜스젠더 하사 변희수씨에 대한 전역 결정을 규탄한다.

 

 

2020년 1월 22일, 대한민국 육군은 트랜스젠더 변희수하사에 대한 전역 결정을 내렸다. 기갑병과 전차승무특기로 임관해 경기도에서 부사관으로 근무 중이던 변희수 하사는 작년 11월 휴가 중 성확정수술을 받고 돌아왔고, 복무지속 의사를 밝혔다. 이에 여러 시민단체는 변하사의 의사를 존중하는 전향적 결정을 촉구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는 21일, 해당 사안에 대해 긴급구제사안으로 판단하여 전역심사 연기 권고를 내렸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우려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도 육군은 ‘굳건’히 전역심사위원회를 개최하였고, 시스젠더 남성 중심적인 시선으로 몸에 등급표를 매기며 근거로 하여 한 개인의 노동의 자유를 박탈하는 결정을 내렸다. 

 

.자신의 상황이 “훌륭한 선례”로 남겨졌으면 하는 변희수씨의 바람에 함께할 것을 우리 모두에게 촉구한다, 자신을 포함해 “모든 성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하고. 논문과 연구서적에만 담겨오던 트랜스젠더 군인 서사를 국가가 생각해봐야할 지점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의 노력에 감사를 표한다, 또한. 이로써 그는 병영 내 평등문화를 위한 숙제를 군에 던져주었다. 그리고 더 넓게는 시스젠더 남성이 아닌 복무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도록 하였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세간에 알려 군대가 트랜스젠더 복무자. 먼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변하사에 깊은 연대를 보낸다.

 

현재 군은 트랜스젠더들에게 안전한 공간이 아니다. 2017년 <한국 트랜스젠더의 차별과 건강>에 참여한 군복무 중이거나 군복무를 마친 트랜스젠더 여성 70명 중 24.3%가 성희롱 또는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보고하였고, 7.1%는 비전캠프 등 부적응기관으로 이송된 경험이 있었으며, 4.3%는 원하지 않는 강제 검진 또는 입원을 요구받았다고 하였다. 군은 조직 내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을 향한 폭력을 용인하고 자행해왔고, 22일의 전역심사결정은 그 폭력적인 관계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 결정은 변하사 개인을 넘어 성소수자 군인들에게 군에 이들이 있을 자리는 없고, 있다면 위력과 군법을 이용해 축출하겠다는 군 당국의 입장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 사건은 2017년 A대위의 폭로로 인해 밝혀진 성소수자 군인 색출, 해군내 성소수자여군 성폭력사건과도 그 흐름을 같이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육군 본부를 비롯하여 한국 사회 어디에나 성소수자는 살아가고 있고, 지극히 당연한 다양성을 인지하지 못한 조직에게 남겨진 건 도태 뿐이다. 더 이상 ‘A’로 불리며 군에서 성소수자이기에 혐오와 차별, 배제와 축출의 당사자가 되는 이가 없기를 바란다. 

 

또한,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전역 처분에 대한 변하사의 법적 대응을 환영하고 적극 지지한다. 군이 아무리 특수할 지라도 군 역시 노동의 현장인 것은 바뀌지 않는다. 22일 판결로 변하사는 부당하게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만으로 직장을 잃었다. 이는 현재 한국의 트랜스젠더의 노동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자신의 성별과 주민등록번호가 일치하지 않아 구직이 어려운 마당에, 직업을 찾아도 차별과 혐오로 인해 장기 근속을 하기 어렵다. 정체성을 지지 받기는 커녕 노동권을 보장받을 선택지가 한정적인 와중에, 군지도부는 이번 사건을 통해 더 좁혀놓았다. 변하사의 직업선택권을 박탈한 22일의 판결은 국가기관이 대놓고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 사건이다. 이에 대한 정의를 변하사와 함께 바라는 바이다. 

 

전역 결정 이후 기자회견에서 변희수 하사는 “저의 성별 정체성을 떠나, 제가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고 하였다. 지당한 말이다. 남성이 아니라서 덜할게 없고, 트랜스젠더라서 덜할게 없다. 되려, 남성/시스젠더/이성애자가 아닌 이의 존재와 자질을 의심하는 사람에게 질문하자. 아닌 이들을 의심하고 배제하는 조직과 사회를 문책하자. 우리가 만들 미래에 차별과 혐오의 자리는 내어주지 말자. 

 

 

2020년 1월 23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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