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에서 사과드립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운영위원회입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이하 행성인)는 성폭력을 포함한 인권침해와 공동체에서의 배제, 인권단체로서의 책임을 방기한 것에 대해 피해자와 피해자를 지지하시는 모든 분들, 그리고 행성인을 믿고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행성인 운영위원회는  (1) 행성인 회원이었던 케이 전 퀴어활동가의 성폭력과 노동착취, 횡령 등 인권침해 가해 문제제기에 대한 단체의 미흡한 조치, (2) 반상임활동가(현재 직무정지 되었고, 조정위원회에 회부되어 있습니다)이자 전 사무국장인 나라 활동가의 성폭력 가해 사실에 대한 방조와 묵인, (3) 현 성소수자노동권팀장의 성폭력과 주취폭력 등에 대한 피해자와 피해자를 지지하는 분들의 문제제기를 통해, 문제제기의 대상이 된 회원 뿐 아니라 행성인의 조직문화와 구조에도 폭력을 용인하고 묵인하도록 만드는 잘못이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행성인은 사회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성소수자들이 찾아오는 인권단체입니다. 하지만 행성인은 단체가 내걸었던 ‘평등한 공동체’의 가치조차 실천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성폭력을 포함한 많은 폭력을 방기하고 조장한 가해단체였습니다. 다양한 회원들이 찾아오는 단체를 표방했지만, 다양한 목소리는 위계적 구조와 관성으로 물든 문화에 가로막혔습니다. 폭력과 배제를 경험하게 했고, 결국 공동체에서 떠나고 내쫓기게 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인권단체라는 이름을 내걸고 활동하는 행성인을 향한 사람들의 지지와 신뢰를 보며, 가해자가 반성 없이 버젓이 활동하는 것을 보며 더욱 심한 고립감과 좌절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사회의 차별과 배제 속에서 살아가는 많은 소수자들에게 인권이라는 가치는 삶의 한줄기 희망이지만, 행성인의 폭력적이고 배제적인 문화는 많은 피해자들에게 그 한줄기 희망에 대한 신뢰까지 빼앗았습니다. 회원들의 신뢰 속에 인준받은 운영위원회는 단체의 가치를 실현하지 못한 책임이 큽니다. 

 

문제제기의 목소리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 개인화되고 사소화되었습니다. 많은 활동가들은 문제제기를 귀담아듣지 않았고, 오히려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을 불편한 사람, 예민하고 까다로운 사람으로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단체 중심 문화는 회원 개개인의 참여와 노력을 조직의 성과로 수렴시켰습니다. 문제제기가 수용되지 않는 구조 속에서 피해자들은 행성인을 떠날 수 밖에 없었고, 문제제기는 공식적으로 논의되지 못했습니다. 더 나은 공동체로 변할 수 있도록 많은 회원들이 주셨던 기회들을 행성인은 저버렸습니다. 

 

행성인은 사람이 아닌 성과를 우선시하는 조직이었습니다. 폭력과 배제의 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보다, 활동의 성과를 늘 우선시했습니다. 성과주의 속에서 더 많은 활동을 하는 활동가에게 더 많은 권력이 주어지고, 중요한 역할이 맡겨졌습니다. “헌신”은 활동가 개인들이 단체와 스스로를 동일시하기 쉽게 만들고, 성폭력과 주취폭력, 차별하고 배제하는 문화를 개선할 책임에 대한 면죄부가 되었습니다. 더 많은 활동, 더 좋은 성과가 우선시 된 활동 속에서 천 명에 달하는 회원이 있는 단체가 되었지만, 회원의 목소리를 듣는 구조를 만드는 일은 계속해서 후순위로 밀려 논의되지 못했습니다. 10명 이내의 운영위원회가 행성인의 모든 활동을 논의하고, 회원들과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그 자체로 무책임한 것이었습니다.

 

행성인은 인권 없는 인권단체였습니다. 행성인의 활동 속에서 피해를 경험하신 모든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행성인의 문제에 대해 용기내어 지적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성인은 다시 신뢰를 얻을 수 있을 때까지 계획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조직문화 점검 및 내부 자정을 위한 활동에 집중하겠습니다. 이에 운영위원회는 이 모든 상황의 중대함을 통감하며 비상체제를 결의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현재 운영위원회는 전원 총사퇴 하겠습니다. 그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책임을 지고 사건해결과 조직점검에 임하며, 외부 전문가 및 반성폭력 활동가 등을 자문위원회로 위촉하여 단체문제를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일련의 성폭력 등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가해자에 대한 진상조사와 징계, 반성폭력 규약 제정, 단체 조직문화와 구조 및 활동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성찰과 시스템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18.03.17.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운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