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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인권의 그날들을 기억하는 우리, 
불평등에 맞서는 연대로 인간의 존엄을 선언하다



“이러한 약속을 온전히 구현하려면 도대체 인권이 무엇인지, 그리고 도대체 자유가 무엇인지에 관해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니겠는가?”
세 계인권선언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인권과 자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것의 실현을 구체화하기 위한 여러 규약들이 잇따라 제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존엄하다는 약속을 담은 세계인권선언 제정 65주년을 맞는 지금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도대체 인권이 무엇인지, 그리고 도대체 자유가 무엇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통치권자의 지배 아래, 점점 심화되는 불평등의 한 극단에서 사람들의 기본권이 짓밟히고 생명조차 압류당하고 있다. 


박 근혜는 기억조차 못하겠지만, 2013년 인권의 그날들을 우리는 가슴 아프게 기억하고 있다. 2012년 12월 19일 박근혜 후보의 당선 이후 “정치는 멎었고 사적인 혐오감으로 공적 사안을 처리하는 인적 지배”의 모습이 하나둘 가시화되었다. 쌍용차 국정조사 약속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지 않는 정몽구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삼성의 노동자가 죽어나가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삼성은 무노조 경영 원칙을 통해 인권을 제압하고 있다. 박근혜의 지배 아래 대자본은 더욱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대자본이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직접 고용하지 않는 수많은 하청, 알바, 특수고용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권리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정권에 맞서 함께 싸우고 함께 사는 삶을 꾀하는 이들에게는 ‘종북’의 딱지가 날아든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를 시작으로 종북몰이가 본격화되었다. 공포와 혐오를 동원하는 ‘종북’의 정치는 보수집권세력의 ‘반북의 무정치’에 다름 아니다. 빈곤이 사람들을 절망으로 내몰고 사람답게 먹고살 권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때, 응답할 것이 없는 자들의 무능력함은 ‘종북’에 대한 집착으로 드러나고 있다. 밀양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지키려고 할 때에도, 교사와 공무원이 스스로 모여서 함께 싸우고자 할 때에도, 보수세력은 지킬 것이 ‘반북’밖에 없는 것처럼 저항세력에 ‘종북’의 딱지를 붙이고 있다. 


우리는 또한 ‘종북’의 낙인이 한국사회에 만연한 혐오의 정서를 따라 흐르고 있음을 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국회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을 국회의원이 스스로 철회하는 사태까지 이르게 했으며 이주민들에 대한 혐오 역시 줄어들 기색이 없다. 으레껏 추진하기 마련인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도 없는 것을 보면, 집권세력이 차별을 해소할 의지가 없음은 분명해 보인다. 당연한 일이다. 집권세력이 자행하고 있는 기본권에 대한 공격은 불평등의 감각을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은 어른보다 미성숙하고,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무능력하다는 류의 감각들은 보수세력이 힘을 키우는 토양이 된다. 


국 정원의 대선 개입이 명명백백한 사실로 밝혀지고, 정권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초라한 근거인 선거 결과조차 허물어지고 있다. 우리는 통치권자인 박근혜에게 “도대체 인권이 무엇인지, 그리고 도대체 자유가 무엇인지” 설명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를 거대한 침묵의 벽 안에 가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인권의 가치와 요구를 알게 되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더욱 빠른 길일 것이다. 


인권의 날들을 기억하는 우리는 이미 불평등에 맞서는 연대를 시작하고 있다. 우리는 저마다의 싸움 속에서, 모든 사람의 존엄을 보장하는 세상만이 각자의 존엄을 보장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또한 우리가 서로 기대어 함께 살 때에만 사람답게 먹고살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우리는 2013년 고통과 분노의 기억 사이에 스며있는 작고 따뜻한 시간들도 우리 모두의 기억으로 간직한다. 혐오에 굴하지 않고 용기 있게 거리에서 커밍아웃하는 사람들, 노동탄압을 뚫고 복직이나 단체협상을 쟁취해낸 사람들, 시간을 기록하고 원칙을 지키며 한걸음씩 나아가는 청소년들, 해군기지를 평화의 인간띠로 이어선 사람들, 울산으로 밀양으로 희망버스를 타고 한걸음에 달려간 사람들, 작은 목소리로 이어말하기를 시작한 사람들, 이 모든 사람들이 2014년 인권의 그날들을 만들어갈 것이다. 그날들은, “도대체 인권이 무엇인지, 그리고 도대체 자유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통치권자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이 될 것이다. 아니, 더 이상 통치권자가 아닌 날이 될 것이다. 



2013년 12월 10일 
인권의 그날들과 함께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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