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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편견에 맞설 서로의 용기가 되자- 자긍심의 달에 부쳐

 

매년 6월이면 전 세계적으로 혐오와 차별에 맞서 성소수자들이 자긍심을 외친다. 이른바 '자긍심의 달'(Pride Month, 프라이드 먼스)이라 부르는 6월은 1969년 6월 28일 미국 뉴욕의 ‘스톤월’ 바에서 성소수자를 모욕하고 구타해온 경찰에 맞서 돌을 던진 성소수자들이 자신과 동료를 비롯해 이들이 만나고 일상을 만들어온 거리를 지켜낸 투쟁을 기념하고 의미를 새긴다. 공권력의 억압과 조롱, 사회적 배제가 만들어온 수치심에 저항해온 집단행동이 성소수자 자긍심의 근간이 되어 온 것이다. 

 

전 세계 성소수자들은 6월이 되면 사회에서 당당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한국 역시 광장에 모여 성소수자인 자신을 긍정하고 차별에 맞선다. 

 

올해는 여느 때보다 특별하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 10만 명이 달성되었고, 이에 정치권 또한 부응하고 있다. 2020년 6월 국가인권위원회가 국회에 평등법 제정을 권고한지 1년여 만에 집권여당은 ‘평등에 관한 법률’(이하 평등법)이 발의했다. 이는 합의가 필요하다는 오랜 핑계 끝에 일군 시민사회의 성과이다. 

 

해당 법안은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예시적 차별금지사유로 명시하고 어떠한 이유로도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는다. 성별을 남녀 이분법으로 한정하지 않는 것 또한 의미 있는 변화이다. 하지만 차별금지법/평등법을 발의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의 과제를 안는다. 단적으로 최근 발의한 법안은 차별에 문제제기 하였다는 이유로 징계나 해고 등 불이익 당하는 일을 방지하는 불이익조치 금지조항을 생략한다. 이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고, 제정하는 과정에도 우리가 끝없이 차별을 문제삼고 변화를 요구해야 함을 의미한다. 

 

성소수자로서 인정받는 것은 단지 성적 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차별하지 말라는 주장으로 그치지 않는다. 성소수자에게 평등은 사회를 살아가는 성원으로서 어떤 이유로도 불이익과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요구하는 것, 차별을 조장하고 재생산하는 불평등을 찾아 변화시키는 실천까지 포함한다. 차별금지법/평등법의 제정은 성소수자로서 인권 너머 사회에 평등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과정이자 토대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드라마 ‘마인’ 속 성소수자인 주인공은 진짜 자신과 대면하며 이렇게 말한다. “세상의 편견에 맞설 용기가 생겼어.” 물론 현실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성소수자들은 드라마 주인공처럼 자신의 삶을 지지할 수 있는 자원과 일터를 갖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일상을 일궈오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성소수자로서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적 제도가 부재한 상황에 차별금지법/평등법은 이제야 국회 심의를 목전에 두고 있다. 세상의 편견에 맞설 용기 없이도 성소수자인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 평등의 기틀을 2021년 연내 제정으로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학교에서 거부당하지 않으며 자격을 의심받고 조롱거리가 되지 않는 사회, 약함을 그 자체로 긍정할 수 있는 사회로 함께 나아가자.

 

 

2021. 06. 28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