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1 오소리 I 아이다호공동행동 기획단]

 

아이다호,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은 1990517,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국제질병분류(ICD) 목록에서 삭제한 날을 기념하는 뜻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지금은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과 차별에 경종을 울리고 성소수자 인권 증진의 필요성을 알리는 날로서 전 세계적으로 기념하고 있는 날입니다.

 

한국에서도 2012년부터 아이다호를 기념하며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 경험하는 차별과 혐오의 문제를 알리는 캠페인과 액션을 벌였습니다. 올해 2020년에는 오랜 시간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권리를 요구해온 성소수자들이 대중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며, 사회 변화를 외치고 있음을 드러내고자 권리야 빛나라!”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여러 가지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그 중 하나가 지하철 광고였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에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성소수자들의 얼굴 사진을 광고에 담아 게시함으로써, 성소수자는 드러나지 않을 뿐, 수많은 성소수자들이 당신의 일상 속에서, 대중 사회에서 이미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캠페인의 취지상,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을 때 의미가 더욱 빛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참여가 적어 캠페인이 잘 진행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 누구라도 불특정 다수에게 본인의 얼굴을 노출한다는 것에는 부담을 느낄 수 있는데, 하물며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으로 인한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라면 본인의 얼굴을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시키는 것이 더욱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려가 무색하게도 얼굴 사진 모집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참여해주어 권리가 빛나는 광고 시안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캠페인에 참여하신 분들이 사진을 보내주시며 함께 보내주신 메시지들이 있습니다. “무사히 게재되길 바란다.”, “성공적인 주최를 기원한다.”, “성소수자가 혐오 없이 맘 편한 세상, 함께 만들어가자.”, “더 이상 두려워하고 싶지 않다.” 오백만원이 넘는 광고 금액 모금에도 수많은 분들이 후원으로 화답하여 목표액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성소수자 광고가 전무한 한국 사회에서 지하철 광고에 대한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수백 명의 열망을 서울교통공사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깨부쉈습니다. 게시 거부 사유와 심의 위원 명단을 묻는 정보공개청구에도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엄연히 국가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공공기관입니다. 공정성을 유지해야하는 공사에서 누가, 어떤 기준으로 광고를 심의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건 공정성이 심각히 의심되는 부분입니다.

 

심의 점검 사항 중에는 이러한 문항이 있기도 합니다. “차별 및 편견·혐오를 조장하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가.” 차별을 조장하는 자가 누구입니까. 성소수자 차별을 행하고 있는 심의 위원들이 이러한 문항으로 광고를 심의하고 있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과 차별에 경종을 울리고 성소수자 인권 증진의 필요성을 알리는 날을 맞이하여 진행한 이번 캠페인에 서울교통공사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로 응답하고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심의 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수백 명의 성소수자들의 열망에 게시 거부가 아닌 승인으로 응답하며 아이다호를 함께 기념해야 할 것입니다.

 

민원이 그렇게 두려우십니까. 그렇다면 이번에는 성소수자 차별행위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드리겠습니다. 광고가 게시되는 그 날까지 시민들의 항의 액션은 지속될 것입니다.

 

 

[발언2 사과 I 얼굴되기 캠페인 참여자]

 

저는 이번 아이다호 지하철 광고에 실릴 예정이었던 517명의 얼굴 중 한 명입니다. 실제로 지하철 광고가 게재되면 광고가 있는 지하철역을 찾아가서 인증샷이라도 남겨볼까 했습니다.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이 광고를 보며 성소수자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성소수자가 당장 자기 옆자리에 앉아있는 평범하고도 다양한 사람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할까 하면서 혼자 기대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광고가 게재되지 못할 수도 있다니 참 아쉽습니다.

 

한국의 성소수자들에게는 얼굴을 드러낸다는 것, 심지어 존재를 드러내는 것조차 아직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자기의 정체성을 숨기고 일상 속의 혐오와 차별을 속으로 삼키며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이 적다고 할 수 없을 겁니다. 저라고 지하철 광고와 유튜브 광고에 제 얼굴이 나오는 게, 이 자리에서 말하는 게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닙니다. 그치만 저보다 상황이 어려운, 자기를 숨겨야만 생존할 수 있는 다른 성소수자들에게 나름의 응원이 되고자 이 광고에 참여했습니다.

 

인권위 앞의 을지로3가역에선 하루 67천명의 사람이 타고 내립니다. 홍대입구역에선 하루 20만명이 타고 내립니다. 당연하게도 지하철을 이용하는 수십만의 사람 중 성소수자는 반드시 있습니다. 저만해도 오늘 을지로3가역에서 내렸습니다. 아침에 출근을 하러, 저녁에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라는 글귀를 본 성소수자는 어떤 기분일까요? 혼자가 아니라는 기분, 사소하게라도 응원을 받은 기분이지 않을까요. 어쩌면 비성소수자들도 그 글귀를 보고 지하철을 타고 가는 잠깐이나마 주변 사람들에 대한 말과 행동을 되돌아볼 수도 있습니다. 혐오는 누군가가 자기와 완전히 상관 없다고 생각할 때 생기는 거니까요.

 

광고의 내용이 무엇이길래 서울교통공사는 민원이 들어오면 즉시철거하겠다며 벌벌 떠는 걸까요? 성소수자가 모여서 지하철역에 독을 풀겠다는 내용이기라도 한 걸까요? 아닙니다. 광고는 그저 517명의 성소수자가 여기 있다고, 수 많은 성소수자 역시 우리 주변에 있다고, 그들을 혐오하지마라고 할 뿐입니다.

 

서울교통공사가 홈페이지에 인권경영 선언문이란 것을 만들어 올려뒀더군요. ‘우리는 세계인권선언을 지지하고 국제기준 및 규범을 준수한다.’ ‘우리는 국적, 성별, 인종, 장애, 종교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다.’ 차별과 혐오를 하고 있는 사람은 누굽니까? 광고를 게재하는 성소수자들입니까. 아님 민원을 제기할거라는 알 수 없는 시민입니까. 서울교통공사는 누구의 편에 서서 말하고 있는 겁니까. 민원에 대응하는 것이라는 변명은 웃길 뿐입니다. 흡연자가 금연광고를 보기 불편해한다고 해서 광고를 내리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존재를 알리고 혐오를 반대하는 광고는 왜 그렇지 못해야 합니까? 사람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흡연보다 덜 해롭습니까?

 

서울교통공사가 인권경영이라는 거창한 선언에 맞게 행동하길 바랍니다. 차별과 혐오에 있어 중립을 지키겠다는 것은 결코 중립도 아니고 정의도 아니라는 것을 알기 바랍니다.

 

 

[발언3 예정 I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요즘 언론에 차별금지법이 참 많이 나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로 오는 요청, 언론인터뷰에 많은 분들이 "이번엔 차별금지법 제정될거 같은데 관련 글 좀 써주실 수 있을까요?"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차별금지법 제정에 언론의 주목도가 어느 때보다 큽니다. 제정의 필요성을 보여주려는 것인지 자꾸만 왜 이 나라에, 이 사회에 차별금지법이 필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들이 발생합니다. 이번 서울교통공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정당한 사유 없는 차별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나라는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일상을 드러냄에도 한치의 거리낌이 없으나 성소수자는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문장 하나 드러내기를 꺼려합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다고 반대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틀렸습니다. 차별금지법이 명시하는 차별금지사유로 인해 나를 드러내고 이야기하기를 꺼려지는 상황을 막아주는 것이 차별금지법입니다. 나의 존재를 드러내고 말함에 있어 주저함이 없어지는 것이 표현의 자유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표현의 자유 억압의 타파를 위해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진다고 차별이 모두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없애나가야 할 차별을 짚어줍니다. 서울교통공사의 이러한 정당한 사유 없는 광고불허, 민원이 들어온다면 환불없이 광고를 내리겠다는 통보. 모두 차별입니다. 그것을 차별이라 선언할 것입니다.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진다고 이 나라가 평등한 세상으로 달려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이 차별인지 짚으며 그것을 하나씩 줄이며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평등을 향해 움직일 수 있도록 걷게 할 것입니다.

 

변화는 시작되었고 시민들은 국회를 움직일 것입니다. 가장 늦은 국회를 평등열차에 태워주느라 힘이 듭니다. 그래도 태워 갈 것입니다. 설마 서울교통공사가 일 안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국회보다도 평등에 합류하는 것이 늦을 계획은 아니라 믿겠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대는 모든 부당한 차별에 반대하기에 차별금지법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러기에 법제정으로 바쁜 요즘과 같은 일과에서도 차별에 맞서는 자리에 함께 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연대라 부릅니다.

우리의 연대는 당신들의 혐오를 이겨낼 것 입니다.

이 싸움의 끝까지 연대하겠습니다.

 

 

[기자회견문]

 

성소수자 광고는 게시되어야 한다. 서울교통공사는 차별을 중단하라!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문구를 담은 이 광고가 게시를 거부당했다. 이유조차 알지 못한 채

 

지난 512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IDAHBIT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 위와 같은 문구와 다양한 성소수자와 지지자들의 얼굴 사진들을 담은 광고를 게시하고자 서울교통공사에 신청을 했다. 5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맞아 한국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통상 지하철 광고 심의는 10일 가량 걸린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는 성소수자관련 광고는 의견광고에 해당하므로 한 달 이상의 심의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통보하였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611일 서울교통공사는 대행사를 통해 광고 게시가 심의 결과 불승인 되었다고 통보했다. 문제는 거부 사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동행동에서 공문을 통해 심의결과를 요청했으나 서울교통공사는 외부 광고심의위원회 개최결과 10인 중 4인 찬성으로 불승인되었다고만 이야기하고 역시 사유를 알려주지 않았다. 심의내역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도 거부했다. 외부 광고심의위원회는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어떤 논의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 전혀 공개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광고 게시만을 거부한 것이다.

 

답답한 마음을 안고 공동행동은 재심의를 신청했다. 서울교통공사가 자신들의 과오를 바로잡을 기회를 다시 한 번 준 것이다. 그러나 626일 서울교통공사는 다시 대행사를 통해 설령 광고가 게시되더라도 민원발생 시 철거될 수 있으며 이 경우 환불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했다. 결국 광고 게시의 진짜 이유는 민원이었다.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또 발생할지도 모르는 민원을 단지 성소수자 광고라는 이유에서 민원을 우려해 거부한 것이다. 이미 퀴어문화축제, 여성성소수자생활체육대회 등이 성소수자 혐오에 기반한 민원을 이유로 공공기관에서 차별이 이루어졌고, 이에 대해 수차례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권고 등이 나왔음에도 또 다시 이루어진 차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공동행동은 서울교통공사의 성소수자 차별을 규탄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다. 이는 성소수자 광고라는 이유로 게시를 거부하며 구체적 심의내역도 공개하지 않는 서울교통공사에 책임을 묻고자 함이며, 동시에 서울교통공사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것이기도 하다. 서울교통공사는 지금 당장 차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광고 게시 결정을 내려라. 서울교통공사의 인권경영 선언문은 국제인권기준 및 규범을 준수하며 국적, 성별, 종교, 장애, 인종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말뿐인 인권경영이 아닌 진정으로 인권에 기반하여 자신의 책무를 다하여라.

 

바야흐로 차별금지법 제정의 움직임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되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평등법 제정 권고를 내렸다. 시민들 10명 중 9명이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며 평등과 존엄에 찬동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2007년 차별금지법 논의 초기부터 지속된 차별과 혐오에 맞서 성소수자와 지지자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온 결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울교통공사의 뻔뻔한 차별행위에 분노할지언정 좌절하지 않는다. 서울교통공사에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민원을 넣고 온라인상에서 성소수자와 지지자들의 얼굴들을 드러내는 액션을 함께 할 것이다. 광고 게시 불승인이 일상 속에 존재하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울 수 없음을, 평등을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분명히 보여줄 것이다.

 

평등과 존엄은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시대착오적인 차별행위를 중단하고 광고를 게시하라!

 

#서울교통공사는 차별을 중단하라

#성소수자 광고 게시하라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다

 

 

2020. 7. 7.

2020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DAHBIT) 공동행동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