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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환자는 진료 받을 권리가 있다!

‘특수장갑’이 아니라 ‘인권’이 부재, HIV감염인 차별한 병원을 규탄한다

 

지난 2월 서울의 S대학종합병원이 수술용 특수장갑이 없다는 이유로 HIV감염인의 고관절 전치환술(인공관절 시술)을 거부한 바 있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차별이라 판단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7월 7일에 A대학종합병원장에게 향후 동일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 수립 및 인권교육 실시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S대학종합병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HIV감염인, 환자, 보건의료, 인권단체와 진보정당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환영하면서 한편으로 한국의 HIV감염인 및 환자들이 진료거부를 당하는 현실의 심각성에 대해 우려와 분노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S대학종합병원은 HIV감염인을 제일 많이 진료하는 병원 중 하나이다. 한국에서 HIV감염인이 확인된 지 26년이 된 오늘날, HIV감염인을 제일 많이 진료하는 병원에서 진료거부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HIV감염인에 대한 일상적인 진료거부의 심각성 그 자체를 보여준다. S대학병원에서조차 ‘특수장갑'이 없다는 얼토당토않은 사유를 들어 진료거부를 했다면 다른 병원의 경우 더 빈번하게 HIV감염인을 진료거부하고 있을 것이란 점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간 HIV감염인들은 수술이나 정신질환의 경우는 물론이고 HIV와 상관없는 피부발진, 감기, 충치 등의 치료를 거부당해 왔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가벼운 질환을 치료하기위해 1,2차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진료거부를 당한 감염인은 감염내과가 있는 대학병원 등의 종합병원으로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1,2차 병원을 전전하다 진료거부를 피하기위해 대기시간이 길더라도 감염내과의 협진의뢰를 받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대학병원을 갔는데도 진료거부를 당한다면, 그것도 HIV감염인을 제일 많이 진료하는 대학병원이라면 HIV감염인은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

 

차별의 발생보다 더 큰 인권적 문제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못하거나 거부를 당한 경우에도 그것을 시정하기 위한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의료법 제15조(진료거부 금지 등) ①항은 ‘의료인은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환자들은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거부당했을 때 이 상황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또한 의료기관을 상대로 개인이 ‘진료거부’임을 증명하고 싸울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구제조치가 미흡하다. 이것은 단지 HIV감염인 뿐 아니라 힘없는 모든 환자들이 당면하는 문제이다. 더군다나 사회적으로 위축되어있는 HIV감염인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HIV감염인들은 그 동안 ‘특수장갑의 미비’와 같은 구체적인 사유조차 없이 ‘HIV감염인을 진료해본 적이 없어서’라든지 ‘HIV감염인을 치료할 장비가 없어서’, ‘병실이 없어서’와 같은 불명확한 이유를 들어 치료를 거부당하였다. 심지어 아무 설명도 없이 다른 병원에 가보라고 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이 현실이다. 항의하거나 이유를 물어도 병원이 HIV감염인의 의견을 무시하면 그만이고, 보건복지부에 민원을 제기하면 ‘진료거부는 위법’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더 적극적으로 용기를 내어 이번 경우처럼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진정을 하더라도 현행법 테두리내에서 위법적인 근거를 우선하여 기각 또는 각하당하기 일쑤이다. 최후의 수단으로 고소 고발의 형태로 법정에서 해결하기 위해서는 HIV감염인들은 자신의 신원을 노출해야 하는 또 다른 사회적 위험에 내몰리게 된다.

 

HIV감염인들이 병원에서 당하는 차별은 진료거부 뿐만이 아니다. HIV감염인들이 개별적으로 병원에서의 차별에 대해 질의하거나 시정을 요구하여왔지만, 매번 HIV감염인들이 시정을 요구하고 시정이 되었는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병원에서 HIV감염인에 대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번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는 한 사례에 국한된 것이라기보다 HIV감염인을 제일 많이 진료하는 병원에서조차 진료거부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병원에서의 HIV감염인 차별에 대한 심각성을 경고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S대학병원은 지체없이 HIV감염인 치료에 있어 차별적인 관행을 고치고, 인권교육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S대학병원뿐만아니라 모든 의료기관에서 HIV감염인의 진료를 거부하는 일이 없도록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2011년 7월 14일

 

HIV/AIDS감염인모임 LOVE4ONE, 건강나누리, 한국HIV/AIDS감염인연대 KANOS, 암시민연대, 한국GIST환우회,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공공의약센터,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젊은보건의료인의공간 다리, 보건의료학생 매듭, 건강세상네트워크, 환자복지센터,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불교인권위원회, 사단법인 유엔인권정책센터, 새사회연대, 구속노동자후원회,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 사회진보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연대의세계화를꿈꾸는사람들의공동체 경계를넘어, 진보신당 성정치위원회,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