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임태훈은 2002년 9월 13일 부로 동인련 대표직을 사임합니다. 3년여 동안 동인련 대표로서 동성애자 인권 확보를 위해 투쟁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고 연대와 지지를 보내주신 동지들에게 고마운 마음 항시 간직하고 있습니다. 동인련은 그 동안 한국에서 동성애자인권운동의 지평을 열었으며, 괄목할 만한 성장·성과와 함께 대안을 제시하였습니다. 그 와중에 동성애자인권운동가라 자처하는 몇몇 사람들조차도 한국에서 동성애자인권운동은 불가능하다며 떠들기도 했었고, 동성애자의 차별과 인권을 들먹거리는 저와 동인련은 언제나 매도되거나 돈키호테 취급을 받아 왔습니다. "어리석은 자가 그 어리석음을 끝까지 고집하면 현명한 자가 된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묵묵히 뚝심으로 동성애자 해방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또한 동성애자 인권문제를 알리고 함께 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외부로는 "오지랍 넓은 놈"이란 소리를 듣기도 했고, 내부에서는 "쓸데 없는 일까지 맡아와서 귀찮게 한다"는 불평들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렇게까지 시민사회단체들을 기웃거리며 그들과 함께 힘을 실어 동성애자의 인권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만들어 내려고 애쓰는 와중에 올바른 국가인권위원회 설립을 위한 단식농성에도 참여하게 되었고, 제 시민단체들의 또 다른 무수한 의미있는 활동들에 다방면으로 그들과 연대를 해 왔습니다. 우리의 힘이 작은 이상 우리에게 그 누구의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면 훨씬 더 나은 운동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결국 이러한 제 활동에 대해 어느 동성애자 활동가로부터는 "권력을 쌓기 위한 행위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감내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까지도 저를 믿고 지지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회원들과 활동가 및 지지자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동인련이 있었다 하겠습니다. 동인련의 많은 활동가들과 회원들은 동성애자 인권운동에 그 누구보다도 헌신과 노력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수많은 활동을 함께 하면서 개인적인 성격과 활동의 스타일들이 다름으로해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았고 그로 인해 동인련을 떠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분들께서 저에 대한 비난과 비판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동인련의 존재의미와 가치를 누구보다 존중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사람은 바뀌겠지 하는 희망도 가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자기성찰과 반성으로 활동가들과 회원들에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저 자신의 오만함과 자만심이 여러분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활동가들이 바라는 것처럼 저 역시 동성애자 인권운동 진영의 좀더 나은 발전을 충심으로 기대하면서 앞으로의 시간은 지금까지 여러분들이 저에 대해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지적한 것들을 잘 이행하고 일신하는 기회로 삼을 것입니다. 현재 우리사회에는 억압받고 소외된 소수자 안의 소수자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저는 지금까지처럼 이들을 위해 헌신하며 노력할 것입니다. 믿고 의지하며 함께 활동해 오던 동인련 내부의 절친했던 활동가들까지 밖으로 나가 대표직 사임을 요구하고, 차기 대표를 내정하여 총회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 혼자 막무가내로 동인련의 대표직을 붙들고 있을 하등의 이유가 저에게는 없습니다. 오늘 부로 저 임태훈은 동인련의 대표직을 사임하겠습니다. 비록 동인련 대표직은 사임하지만 한 사람의 동성애자 인권활동가로서 현재까지 제가 몸담아 온 동인련에서의 활동들은 앞으로도 더욱 더 심기 일전하여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아무쪼록 다가오는 동인련 총회에서 훌륭하고 헌신적인 차기대표가 선출되어 다시는 이런 일로 동인련이라는 소중한 우리들의 단체가 소란스러워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길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습니다. 그 동안 동인련 대표라는 직함을 제가 보유하고 있음으로 해서 생겨난 동인련 내부는 물론 한국 동성애자 사회의 불편한 분위기들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리며,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관심 어린 애정으로 사태의 진전을 지켜봐 주시고 충고를 해 주신 많은 분들께 한없는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제부터는 동인련의 대표가 아닌 동인련 활동가로서의 임태훈의 모습을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으로 임태훈 동인련 대표직 사임의 글을 마칩니다. 2002년 9월 13일 임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