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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명     서

<이번 HIV감염인 살인사건은 사회의 편견이 부른 결과이다.>

지난 2002년 12월11일 모든 일간지와 뉴스에서는 20대의 한 HIV감염인이 40대 HIV감염인을 살해하고 피해자카드를 도용해 쓰다 붙잡혀 긴급구속영장을 신청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그는 자신의 에이즈감염사실에 대하여 피해자가 동성애사이트에 폭로해 신변에 위협을 느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경찰과 보건당국이 책임을 서로 떠넘기며 일주일정도 HIV감염인이 살해된 현장을 방치해 주민들의 빈축을 샀다는 기사와, 가해자 핸드폰에 남아있는 기록과 경찰조사를 통해 가해자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한 사람들에 대해 국립보건원과 함께 에이즈감염여부 사실을 조사할 것이라는 기사도 함께 보도되었다. 우리는 HIV감염인에 대한 모든 인권제반사항이 부족하고 그들에 대한 편견이 난무한 사회에서 편견을 더욱더 조장하는 언론과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반인권적 수사당국의 행동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자신의 에이즈감염사실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살인까지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HIV감염인과 에이즈환자가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윤리적으로 부도덕한 사람으로 낙인찍는 사회에서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이것은 우리사회에서 에이즈에 대한 심리적 공포와 사회적 편견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가늠하게 해 준다. 한국에서 HIV/에이즈감염인의 생활은 어떠한가? 2002년 4월22일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정부는 에이즈감염인과 환자들에게 검사비 지원중단을 통보하였고,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18조를 보면 취업에 제한을 두고 있어 실제 HIV감염인은 현실적으로 직장을 가질 수 없게 되어있다. 이는 한국사회 내에서 HIV/에이즈감염인이 치료 및 검사를 받을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며, 치료는 엄두조차 못 내고 죽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HIV/에이즈감염인은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으로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취급받고 있다. 이번 사건 역시 경찰 스스로 가지고 있던 편견과 무지로 마치 피를 만지면 에이즈에 감염된다는 식으로 살인현장을 일주일간 방치했던 행동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그 기사를 본 많은 사람들이 HIV/에이즈감염인과 같이 있으면 안된다는 인식을 갖도록 만들었다. 결국 HIV/에이즈감염인은 죽어서도 인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현실을 명확하게 보여 주었다.

또한 경찰은 현재 국립보건원의 협조를 구해 가해자의 핸드폰에 기록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취해 역학조사를 취하려하고 있다.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제10조(역학조사)에 의하면 충분한 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역학조사가 가능하도록 규정되어있고, 이에 거부하는 사람들은 벌칙규정에 나와있듯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이하의 벌금에 받게된다. 이것은 반인권적 조항으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규정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이 조항에 근거해 이번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혹시나 있게될 인권침해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를 표명한다.  

한국사회 내 HIV감염인에 대한 인권은 매우 척박하다. 도덕적이고 종교적 인식아래 지탄의 대상이 되고, 무지로 인한 사회적 편견은 그들을 한국사회 내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한다. 이번 사건은 그 사회적 편견으로 인한 비극의 결정판이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의 반인권적 행태와 역학조사를 통한 무리한 수사에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에 대하여 분명하게 반대한다. 우리는 앞으로 HIV감염인과 에이즈환자와의 연대를 더욱더 공고히 하여 사회적 편견과 싸워나갈 것이며 다음과 같이 요구하는 바이다.


우리의 요구
- HIV감염인에 대한 반인권적인 언론의 보도행태를 중지하라!
- 개인의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무리한 수사확대 중지하라!
- 반인권적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전면 개정하라!


동 / 성 / 애 / 자 / 인 / 권 / 연 /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