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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하며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이 공간은 2003년 고 육우당을 떠나 보낸 후 그를 추모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지금은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난 모든 성소수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2003.04.29 12:27

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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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녀석, 모진 녀석... 어떻게 그런 모진 짓을 한거냐.. 남아있는 우리는 어떻게 하라고... 네가 죽었다는, 그것도 자살이라는 소식을 전해듣고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얼마나 황당했는지.. 항상 우리앞에선 웃던 네가, 밖에선 얼마나 힘든 압박을 견디고 살았던지 왜 우린 너와 이야기하지 못했던걸까.. 같이 일하고 같이 집회에 나가고 같이 술먹으면서도, 왜 힘들어하는걸 알지 못했던걸까.. 난 아직도 니가 죽었다는게 실감나지가 않아. 내 카메라속에 있는 필름엔 아직 네사진이 들어있는데, 내 컴퓨터안엔 니가 웃고있는 사진이 생생하게 담겨있는데, 넌 없댄다. 이제 내카메라들로 널 찍을수가 없댄다. 나만보면 네가 하던 말, "누나, 담배 하나만.." 그말이 너무나도 생생한데... 더이상 주고싶어도 내 담배를 네게 건네줄수도 없구나.. 이땅에서 동성애자로 살아간다는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지만, 그렇지만 그렇다고 세상을 등지기보단, 우리와 함께 더 힘을 모아 싸웠어야 했지 않냔말이다. 우리가 함께 해서 하나 둘 조금씩 천천히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며 함께 기뻐할수도 있었지않냔말이다.. 이제 그만 슬퍼해야한다. 아니 우린 슬퍼할 시간이 없다. 너의 죽음으로 빚을 진 우리는 더 열심히 싸우고 노력해야할테니까... 언론들이 지랄같이 나불대는것과도, 빈소에서 얼쩡거리며 성질돋구던 기자들과도, 그리고 머리가 굳어버린 한국의 보수기독교와도... 헌아, 잘가라.. 니녀석이 살아있다면 흠씬 두들겨패주고싶지만, 하지만 동성애자라고 이름석자를 당당히 밝혀도 행복할수있는 그런 곳으로 간다는 너를.. 웃으며 보내줘야 할테니까.. 가서 행복하라고 빌어줘야 할테니까... 잘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