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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하며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이 공간은 2003년 고 육우당을 떠나 보낸 후 그를 추모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지금은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난 모든 성소수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조회 수 1563 댓글 0
나는 열아홉 살 청년을 알지 못합니다. 나는 그가 왜 고등학교를 자퇴했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나는 그의 유서를 보지 못했습니다. 육우당六友堂 술, 담배, 녹차, 파운데이션, 수면제, 묵주 그의 다른 이름들로 그를 만납니다. 그러나, 그는 더이상 이세상 사람은 아닙니다. 그는 더이상 프로시조시인의 꿈을 키울 수 없습니다. 그는 더이상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없습니다. 그는 더이상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없습니다. 소주 두 병, 유서 다섯 장, 그리고 그의 전재산 34만원 싸늘하게 식어져 굳어 있는 그의 시신 옆에 남은 것들. 그가 마주했을 소주 두 병만큼의 아주 고독한 시간을 생각합니다. 취해가는 시간만큼 선명해졌을 기억들을 떠올립니다. 살아온 어느 세월보다 극적이었을 그 순간을 생각해 봅니다. 한 글자 한 글자 피를 적으며 눈물 흘렸을 그 순간을 생각해 봅니다. 나는 당신 앞에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나는 당신 앞에 살아온 나이가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나는 당신 앞에 아무것도 아닌 정신마저 병들어 가는 나약한 지식인입니다. 왜 바보같이 눈물을 흘렸으며 왜 바보같이 목숨을 버렸습니까 왜 바보같이 친구들과 가족들을 버렸습니까 왜 바보같이 열렬한 젊음을 헌신짝 버리듯 그렇게 버렸습니까 왜 바보같이 남보란듯 사랑하기를 포기하였습니까 이제는 이 모든 당신을 향한 원망이 부질없다는 것도 압니다. 당신이 가야할 구천 삼만리 험한 길 노잣돈도 못된다는 걸 압니다. 당신을 '온전한 나'로 서있기에 너무나 불친절했을 세상, 당신을 '온전한 사람'으로 살아가기에 너무나 불평등했을 사회, 당신과 저와 우리들 모두가 대면하고 마주하고 살아왔습니다. 당신의 죽음을 추모하는 글 밑에 버젓이 동성애와 진보와 보수를 지껄여대는 어느 개같은 씨벌넘이 존재하는, 당신의 죽음을 가십거리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떠들어 대는, 여전히 불친절하고 여전히 불평등한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살아서 보다 나은 세상에서 사랑 한 번 해보고 가지 그랬습니까 살아서 보다 나은 세상에서, 편견과 차별이 없는 참평등세상에서 멋들어지게 부모님께 효도 한 번 하고 가지 그랬습니까 한 줌의 재로 이미 산에 들에 뿌려졌을 당신. 우리 모두는 당신의 그 마지막 선택에 부끄러워 해야 합니다. 당신이 이 세상에 사라진 의미에 무임승차 하지 말아야 합니다. 더이상 침묵하지 말아야 합니다. 당신이 꿈꾸었던 '에덴동산을 위하여' 우리는 당당해야 합니다. 여기까지 밖에 오지 못했지만 우리는 여기까지 왔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뼈 아픈 눈물 흘립니다. 님이여 나를 사랑하는 모든 나여 '꽃따라 별따라 에덴으로 그리운 에덴 동산으로 평화로운 낙원'으로 편히 가소서 그곳에서 부디 님의 반쪽 찾아 평화로운 날 되소서 기가막혀 기가막혀 기가막힌 이승의 몹쓸 미련 거두고 편히 쉬소서 부디 극락왕생 하소서...

  1. No Image 30Apr
    by 내얘기
    2003/04/30 by 내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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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그 문제로 자퇴했었어요.

  2. No Image 30Apr
    by 영민
    2003/04/30 by 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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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나아가야지요. 정말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3. No Image 30Apr
    by 이조소현
    2003/04/30 by 이조소현
    Views 1306 

    고인의 죽음에 명복을 빕니다.

  4. No Image 30Apr
    by rodhos
    2003/04/30 by rodhos
    Views 1293 

    죽음 권하는 사회...

  5. No Image 30Apr
    by 8con
    2003/04/30 by 8con
    Views 1290 

    부디..

  6. No Image 30Apr
    by 모모
    2003/04/30 by 모모
    Views 1295 

    차마.

  7. No Image 30Apr
    by 욜
    2003/04/30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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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하기로 했습니다.

  8. No Image 30Apr
    by 지혜
    2003/04/30 by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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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 이렇게 살았단다.

  9. No Image 30Apr
    by 샤크라™
    2003/04/30 by 샤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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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다간 만 꽃 한송이가 졌습니다.

  10. No Image 30Apr
    by 고테츠
    2003/04/30 by 고테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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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1. No Image 30Apr
    by 태지매니아
    2003/04/30 by 태지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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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당신으로 인해 다시 사는군요

  12. No Image 30Apr
    by 이반
    2003/04/30 by 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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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3. No Image 30Apr
    by 하늘아래
    2003/04/30 by 하늘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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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가지 못해서 부끄럽습니다

  14. No Image 30Apr
    by 슬픔이여 안녕
    2003/04/30 by 슬픔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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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

  15. No Image 30Apr
    by 토루군
    2003/04/30 by 토루군
    Views 1325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16. No Image 30Apr
    by haya
    2003/04/30 by ha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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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ny me and be doomed

  17. No Image 30Apr
    by 즐거운편지
    2003/04/30 by 즐거운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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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사랑한 모든 나여

  18. No Image 30Apr
    by 바람편지
    2003/04/30 by 바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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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히 쉬시길....

  19. No Image 30Apr
    by 길
    2003/04/30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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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화분의검은꽃 - 姑육우당을추모하며

  20. No Image 30Apr
    by 명복을빕니다.
    2003/04/30 by 명복을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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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의 소중한 웃음을 이젠 만져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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