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
자동차가 생겼습니다. 활동 안팎으로 알고 지낸 노조 지부장님께서 새 차를 뽑으면서 양도해주셨어요. 차를 받을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받고 나니 애정이 막 생기면서 요즘 차량 꾸미기에 정신이 없어요. 물론 제가 꾸미기라고 해봐야 좀 더 편한 주행을 위한 여러 장치들과 세차용품같은 것들을 이것저것 알아보는 정도지만요. 사지도 않을거면서 그런 걸 알아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답니다.
자차로 출퇴근한 지 이제 일주일되었는데요. 가장 좋은 것은 출근길에 CD를 듣는다는 거에요. 차가 연식이 좀 되어서 CD플레이어가 된단 말이죠. 제가 가진 몇 개 안 되는 CD들을 아침에 골라 듣는 재미가 상당해요. CD로 음악을 들은지가 백만 년만이라 감성이 돋아요. 그동안 이사할 때마다 조금씩 버려왔는데 갑자기 버린 CD들이 막 아깝고. 하지만 미련을 버려야겠죠. 남은 CD만이라도 들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갖기로 합니다.
연식도 있고 주행거리도 있지만 아껴 아껴 오래 잘 타고 싶네요. 앞으로 행성인 짐 운반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보겠습니다.
오소리
영어가 싫다… 해외 펀딩 결과 보고서 작성때문에 몇날 며칠 영어 문서만 들여다보고 있었더니 상임활동가의 사정 쓸 기력을 잃었습니다… 사요나라…… 하려다가 힘을 내서 써봅니다…
최근 큐레센도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요즘 큐레센도는 행성인 송년회에 올릴 공연곡을 연습 중인데요. 연습도 재밌거니와 큐레센도 멤버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즐겁습니다. 얼마 전에는 큐레센도 멤버들 몇 명과 함께 가평-춘천 여행도 다녀왔어요. 여행 과정에서 숙소 문제로 인해 화나는 일도 있었지만 (숙박 업체측의 사기 행각으로 인한 마찰)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이 지나고 나니(사실 아직 대응중. 가만 안둬. 너넨 사람 잘 못 건드렸다) 술 안주거리고, 함께 여행한 이들과 더 돈독해지는 경험이었습니다. 함께 여행 가는 시간이 즐거워서 여행 모임계도 만들었답니다. 다음 행선지는 어디가 될까 기대되는 마음입니다.

(집 아님. 펜션 아님. 여행가서 들린 카페임. 여행 모임계에서 총무와 사모님을 맡고 있습니다.)
이안
계절이 바뀌면서 옷장 속 색깔도 바뀌는 때가 왔습니다. 좀 반듯하게 말하자면 환절기라고 부르는 게 맞겠죠. 절대 못 버릴 것 같은 아끼는 옷, 이상하게 손이 자꾸 가는 편한 옷, 저걸 또 언제 입을까 싶은데 일 년에 한 번은 꼭 찾는 옷, 반대로 언젠가 꼭 입어야지 다짐해놓고 올해 한 번도 안 입은 옷…. 그런 것들이 어지럽게 한 데 섞여 매일 여닫는 서랍장과 내년 봄이나 돼야 열릴 수납장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시간. 그러다보면 ‘아, 이제 얘랑은 끝이구나’ 하면서 버리게 되는 옷도 발견합니다.
사실 물건을 잘 못 버리는 편입니다. 깜빡 잃어버리기는 잘하면서 손으로 직접 버리는 건 잘 못 합니다. 저와 비슷하다면 공감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 같습니다. 좋아서 가졌고 맘에 들어서 갖고 있던 것들이 갑자기 내 공간에서 물리적으로 완전히 사라진다는 생각을 하면, 아깝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상실감이 들어서 어떻게든 좁은 상자 안에 차곡차곡 넣어두려고 애쓰던 시간들. 물론 그게 나쁘거나 잘못됐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고 싶은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다만 어느 순간, 꼭 손에 잡히도록 갖고 있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생기기 시작하고 그것이 곧 나를 이루고 있(었)음을 알면 내게서 멀어지고 떠나가는 감각 또한 자연스러워집니다. 자연스럽다고 쉬운 건 아니지만요, 적어도 ‘잃었다’거나 ‘사라졌다’는 생각에 잠도 못 자며 슬퍼하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어딘가 남되 계속 보이지는 않으니 어느 새 생각하지 않게 되니까요. 생각나지 않는데 슬퍼할 만큼 깊숙한 것은 아니라는 것도 깨닫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옷을 다 정리하고 나면, 단지 얼룩이 지워지지 않는 흰 옷이나 모서리가 찢어진 책, 솜이 제멋대로 뭉친 인형, 엉덩이에 이가 나간 머그컵에 한정된 건 아니라는 사실도 한 번쯤 생각해봅니다.
아니, 그래놓고 여전히 생일 때 받은 손편지라던가,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같이 그린 그림 종이같은 건 여전히 갖고 있습니다. 다 스캔 떠놓고 버려버릴까? 생각도 여러번 했는데 아직 안 했습니다. 그 많은 걸 언제 다 하고 있냐는 핑계를 대면서, 화면 속 데이터로 저장하고 나면 정말로 버려야할 것 같은 기분에 아직도 책상 서랍 한 켠에서 꺼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건 남겨도 되고, 저건 버려도 된다고 나누는 게 아직은 어렵습니다. 소중한 건 점점 늘어나고, 잊어버리면 사라질까봐 아직은 무서운 것 같습니다. 그래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해가 바뀔 때마다 연습하고 있습니다. 물건을 남기는 것과 나라는 사람에게 남는 것이 어떻게 다른 지를 차차 느끼면서요.
남웅

10월은 행사 초대로 섭외로 일로 연락 돌리고, 틈 날 때마다 전시 보러 돌아다니고, 작가/활동가/이런저런 사람들 미팅하고, 청탁 받은 글들 쓰고, 심사 보고, 행사 뛰고, 자문이랑 평가 프로그램 참여하고, 인터뷰 두어 개 하고, 지역 퀴퍼 다니고, 비엔날레 본다고 부산 광주 창원 가고, 유등제 본다고 진주 가고, 남들 보는 영화 찾아 보고, 책 조금 읽고, 몇 권 사고, 드문드문 사람들 만나서 술 먹고 밥 먹고 남 걱정하고, 빠그러진 프로젝트 담당자 만나서 시마이 하고, 데이팅 어플에서 실속 없는 채팅 몇 차례 하고, 세미나 두어 개 하고, 옷장 신발장 정리하고, 화분들 방 안에 들이고, 야식 줄여나가고, 독감 예방 접종 맞고, 노는 시간 낭낭한 친구 따라 드라이브 가고 브루어리 찾아다니면서 맥주 많이 마셨다. 회의랑 웹진 발행 같은 건 매월 하니까 세지 않기로 한다. 몇 달 전부터 준비한 여행이 취소돼서 아쉬웠는데, 그게 무슨 대수인가 싶을 만큼 나중엔 일정이 겹쳐 조정하는 게 일이 되어버릴 정도로 뭘 많이 한 거 같은 10월 끝.
호림
지역 출장이 많은 한 달을 보내고 있습니다. 모두의 결혼에서 진행하는 혼인평등소송 설명회 때문인데요. 이번주엔 대전, 다음주엔 광주, 그 다음주엔 부산… 바쁘고 정신없는 일정 속에 KTX 마일리지가 열심히 쌓이고 있네요.
바쁜 일정이라고 지치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역 출장의 묘미는 지역 맛집 찾아다니기. 먹는 것에 진심인 동료 활동가들 덕에 한정된 시간 내에 최대한 알뜰하게 맛집을 찾아가고, 빵집도 찾아가며 출장의 재미를 찾는 중입니다.
지난 주말에는 광주퀴어문화축제와 광주에서의 소송 설명회가 있었는데요. 맛의 고장, 호남이라 한끼한끼 고심하며 맛있는 음식들을 찾아다녔더니, 궂은 날씨 속에서도 출장의 고단함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마침 광주비엔날레 기간이라 바쁜 시간을 쪼개서 전시를 보기도 했어요. 미술에 조예가 깊지 않은 저에게 전시 관람은 산책을 동반한 명상에 가까운데요. 두 시간동안 전시를 보고 나니 바쁜 일상 활동으로 복잡했던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어요.
곧 다가올 다음 행선지는 부산입니다.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은 2-3시간 남짓이지만, 이 시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요리조리 머리를 굴려 보며 출장을 기다리기도 해요. 그게 출장 많은 활동가 일상의 소소한 재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