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이 검색 창 닫기

search

[활동 후기] 함께 나이 들며 살기 위한 손 내밀기: 〈환대와 밥상〉기획 후기

Post details:

0

Share

지오(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지난 6월 20일, 마포동네퀴어위크 마지막 날에 〈환대와 밥상〉을 열었다. 행성인이 주관하고 행성인 40·50대 회원들이 함께 준비한 프로그램이다. 퀴어가 직접 음식을 만들고 이웃을 초대하는 자리. 환대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환대를 건네는 사람으로도 자리해보려는 시도였다. 행사는 훌륭했고, 설거지를 하면서도 가슴이 뜨거워지니 환대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함께한 모두가 환대의 주체가 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상반기에 꽤 많은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했는데 모두 의미 있었지만 〈환대와 밥상〉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 아마 이 행사를 왜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 처음의 고민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왜 우리는 이걸 시작하게 되었을까.

몇 년 전부터 퀴어 돌봄과 중장년 퀴어 모임에 대해 고민해왔다. 욕구는 무엇일까, 모이면 무엇을 할까.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책도 읽었다. 돌봄은 결국 공동체적 가치를 지켜가는 일이고 지금 우리 사회에 더욱 필요한 가치라는 생각이 커졌다. 내 나이듦에 대한 고민은 결국 이 시대의 혼란과도 맞닿아 있었다. 그렇다고 너무 추상적인 이야기로 흘러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매번 지역으로 시선을 낮췄다. 등산 모임을 하면 되는 걸까. 상조회 같은 것이 필요한 걸까. 행성인이 40·50 모임을 만든다면 무엇이 다를까. 생활도, 지역도, 처지도 다른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돌볼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의 돌봄은 어떤 의미를 남길 수 있을까.

우리끼리 모여 서로를 지지하는 자조모임도 충분히 의미 있겠지만, 모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무언가를 보태는 활동이었으면 했다. 혼자만의 고민은 아니었다. 함께 준비한 40·50 동료들 역시 비슷한 고민과 바람을 품고 있었다. 우리 공동체를 위해 무언가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 서로 다른 모습으로 상상했지만 어렴풋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40·50대 퀴어들은 대체로 저마다 정체성을 둘러싼 파고를 한 번쯤은 건너온 사람들이다. 여전히 퀴어라는 정체성 아래 불안과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지만 한편으로는 그 시간을 지나오며 쌓인 경험도 있다. 그 경험과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으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퀴어들이 지역사회에 조금 더 자연스럽게 뿌리내릴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일을 우리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돌봄은 평범한 일상에서 얼굴을 알고 인사를 나누고 관계를 쌓아가는 데서부터 시작될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그 첫걸음을 40·50대가 함께 내딛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것은 우리 자신의 노년을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고 뒤에 오는 퀴어들이 조금 더 살아가기 쉬운 지역을 만드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해봤다. 〈환대와 밥상〉!

가능하다면 앞으로도 행성인 40·50들과 함께 우리 자신을 돌보는 일, 그리고 지역사회 안에서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을 이어가고 싶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그러니 행성인 모임에서는 자주 보기 어려운 40·50들이 어디선가 이런 고민을 하며 애쓰고 있다는 것도 한 번쯤 떠올려주시고 많이 응원해주시길.

😀
0
😍
0
😢
0
😡
0
👍
0
👎
0

Have any thoughts?

350 Reaction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lgbtpride.or.kr I E·mail : [email protected] I tel : 02-715-9984 I fax : 02-334-9984 I 주소 : (03978)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12길 20-5 1층

신한은행 140-010-905331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이호림)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저작물은 정보라이센스2.0 : 영리금지를 따릅니다. 저작물 인용시 저작자를 표시하기 바랍니다.

Copyright ⓒ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