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2023_가시화의날.png

 

[성명] 삶이 투쟁이 되지 않기를 - 3월 31일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이하여

 

매년 3월 31일은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입니다. 우리는 투쟁이 일상인 삶을 살아왔습니다. 병원, 학교, 일터, 그리고 화장실처럼 많은 이들에게 일상적인 공간이 우리에게는 투쟁의 현장입니다. 2023년 2월 21일, 법원은 ‘누구나 어떤 면에서는 소수자일 수 있다’, ‘소수자에 속한다는 것은 다수자와 다르다는 것일 뿐, 그 자체로 틀리거나 잘못된 것일 수 없다’라며 동성부부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했습니다. 판결문의 내용은 성소수자뿐 아니라 많은 시민들에게 울림을 남겼습니다. 우리는 조금 다른 존재일 뿐입니다. 틀리거나 잘못된 존재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법과 제도는 물론, 일상 속 차별과 혐오에 맞서 투쟁하며 살아왔습니다. 우리는 트랜스젠더가 투쟁하며 살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 변화를 요구합니다.  

 

 

트랜스젠더의 인권을 존중하는 성별정정특별법을 제정하라.
 2023년 3월, 법원은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성전환수술 강제가 개인의 존엄을 침해하므로, 수술이 아닌 다른 요건에 의하여 그 사람의 성 정체성을 판단이 가능하다면 그에 의하여 성 정체성을 판단하면 된다”며 비수술 트랜스젠더 성별정정을 허가했습니다. 이러한 판결에도 불구하고 트랜스젠더가 저마다 자신이 정체화 한 성별대로 인정받고 살아갈 수 있도록 지지하고 지원하는  법은 부재합니다. 지금의 성별정정제도 안에서 트랜스젠더는 자신의 성별을 법원과 담당 판사에게 증명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호르몬과 수술 등 의료적 조치를 요구받기도 합니다. 의료적 조치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과도한 비용을 필요로 하며, 이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특히 본인의 의사와 상관 없이 수술을 요구하는 대법원의 예규는 트랜스젠더의 건강을 위협하며, 재생산권을 박탈합니다. 부당한 성별정정 요건을 완화한, 트랜스젠더의 존엄을 존중하는 성별정정특별법 제정을 촉구합니다.

 

 

차별과 배제 없이 배우고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
 법적 성별을 정정하더라도 정정된 성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혹은 정정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트랜스젠더는 학교에서, 직장에서 차별받고 배제당하고 있습니다. 배우고 일하는 것은 생존에 필수적인 사회활동입니다. 다르다는 이유로 배우고 일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우리는 차별 없이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2020년, 트랜스젠더 여성 A씨가 숙명여대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하지만 학내외의 혐오와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 입학을 포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세계인권선언 제26조 1에서는 모든 사람은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숙명여대 A씨 사건이 그러했듯, 트랜스젠더는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차별과 배제 없이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2020년 1월 20일, 대한민국의 군인 변희수 하사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성확정 수술을 했고, 트랜스젠더 군인으로서 군 복무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변희수 하사가 원했던 것은 온전한 자신으로 일할 권리였습니다. 하지만 군은 변희수 하사의 성확정 수술을 이유로 강제 전역시켰습니다. 당당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냄으로써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큰 희망과 용기가 되었던 변희수 하사는 결국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세계인권선언 제23조 1에서는 모든 사람은 일, 직업의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변희수 하사를 기억하며,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일터에서 차별받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사회를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불필요한 성별 정보 표기를 없애라. 
 트랜스젠더는 관공서, 병원, 은행, 보험사나 카드사 같은 본인 인증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법적성별과 드러나는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별과 혐오를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당사자들은  당장 필요한 의료적 처치, 생존에 필수적인 경제활동, 일상적인 사회생활을 스스로 제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차별적인 현실을 바꾸기 위한  인식 교육과 제도 개선의 방안은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성별정보를 요구하는 지금의 제도와 관행은 개선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언제쯤 투쟁 없는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우리는 트랜스젠더로서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원합니다. 모든 트랜스젠더가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날까지 우리는 모두의 평등한 권리를 위해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삶이 투쟁이 되지 않는 세상을 위해 나아갈 것입니다. 

 


2023년 3월 31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5820
547 [2023 자긍심의 달 성명] 퀴어한 몸들의 수상한 행진은 혐오가 밀어넣은 어둠으로부터 빛날 것이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6.28 272
546 [3.31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기념 성명]  가시화를 넘어 존엄한 삶을 위해 함께 행동하자!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4.03.29 189
545 [3.8 세계여성의날 기념성명] 혐오와 차별이 아니라, 성평등을 공약하라!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4.03.07 132
544 [3.8세계여성의날 기념성명] 행성인은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가로지르는 온전한 성평등을 요구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3.08 206
543 [4월5일 기자회견문] 군형법 제92가 합헌이라면 대한민국 헌법은 위헌인가? file 동인련 2011.04.05 6351
542 [5.31 성명] 필요한 약은 주지 않고 안전하지 않은 쇠고기는 강제로 먹이려는 이명박 정권을 강력히 규탄한다! 동인련 2008.05.30 7888
541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 논평] 우리의 연대는 경계를 부순다. 변화를 위한 환대에 동참하자.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6.20 105
540 [74번째 세계인권선언일 기념 성명] 인권은 거리에, 저항하는 이들 곁에 있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12.09 134
539 [HIV/AIDS 인권활동가네트워크 성명] 대한의사협회는 환자의 생명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것을 당장 중단하라! - 모두가 차별없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를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에 강력히 요구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4.06.26 0
538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논평] HIV감염인이 ‘건강’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사회가 가장 건강하고 안전하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4.04.02 90
537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성명] 시대의 오명을 자처하는 프로축구단 대전시티즌은 유죄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7.15 278
536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성명]'청정'해야 할 것은 질병이 아니라 질병에 대한 혐오다.-(사)대한에이즈예방협회 제 11대 회장 윤해영의 취임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3.12 367
535 [TDoV 기념 성명] ‘나’로서 살아가기로한 당신에게 연대의 손을 내민다 -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이하며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3.31 2129
534 [가구넷 논평] 인권위의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법률 제정 권고를 환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4.14 86
533 [가구넷 성명] 대만의 아시아에서 첫번째 동성결혼 법제화를 환영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5.28 211
532 [가구넷 성명] 정부는 ‘사회적 합의’ 운운하기 전에 할 일을 하라 - 동성혼 불인정이 바로 차별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11.20 154
531 [공대위 논평] 법무부의‘변하사 강제전역 취소소송’ 항소포기 지휘를 환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0.22 126
530 [공대위 성명] 변희수는 반드시 군으로 돌아갈 것이다 -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 인사소청 기각 결정 규탄 성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7.03 259
529 [공동 기자회견문] 성소수자의 존엄과 인권을 회복하기 위한 전진 -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 대책본부를 출범하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5.12 232
528 [공동 논평] 동성 배우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소송 항소심 판결을 환영한다! - 모든 성소수자의 권리가 평등하게 실현되는 사회로 나아가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2.21 16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1 Next
/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