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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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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대한의사협회는 환자의 생명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것을 당장 중단하라! - 모두가 차별없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를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에 강력히 요구한다!

 

 

지난 2024년 2월,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시작된 이윤 극대화와 기득권을 강화하기 위한 집단행동은 HIV 감염인을 포함한 환자들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다. 치료를 받으려고 해도 지금 당장 갈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은 인력이 부족하다며 입원을 거부하거나, 수술 일정을 결정했음에도 갑작스레 번복하며 다른 병원을 찾으라고 강제 전원을 시킨다. 환자들의 생명이 바람 앞에선 촛불처럼 흔들리는 가운데 서울대병원은 6월 17일부터 5일 간 전면 휴진을 강행했다. 서울아산병원은 7월 2일, 세브란스병원은 6월 27일부터 휴진하기로 했으며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들어가겠다고 발표했다가 29일에 진행하는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회의에서 재논의 하겠다며 무기한 휴진을 보류했다. 대한의사협회와 휴진을 찬성하는 의사들은 무기한 휴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환자를 위한다’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정부와의 협상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환자에게는 그 어떤 권한도 주어지지 않는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협상인가.

 

HIV 감염인과 에이즈 환자는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으로서 지속적인 치료를 위해 병원과 가깝게 지낸다. 아니, HIV/AIDS 감염인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의 신체와 정신 건강을 위해 의료기관과 가깝게 지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HIV 감염인은 중대질병에 걸리거나, 긴급수술, 입원이 필요한 경우 접근성이나 치료비용, 의료행위의 질을 비교하여 병원을 선택하지 못하고, 의료차별과 진료거부를 먼저 걱정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경우, 본인이 다니고 있는 병원에서 협진을 통하여 치료를 받는다. 우리나라 법상 HIV 감염인은 어느 병원에서나 차별없이 안전하게 의료적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한국에서 의료사고로 인해 HIV 감염인으로부터 의료인에게 HIV가 전파된 사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고, HIV는 비침습적 진료를 통해서는 전파되지 않는다. 침습적인 진료과정이라고 할지라도 표준주의 지침 혹은 보편적 감염관리원칙을 잘 준수한다면 HIV는 전파되지 않는다. 만에 하나 의료인이 HIV에 노출되었다고 하더라도 사후 예방적 화학요법(펩,PEP;Post-exposure prophylaxis for HIV)을 시행한다면 전파를 막을 수 있다. 

 

이렇듯 의과학적, 사법적으로도 HIV 감염인의 의료접근권 침해가 정당화 될 수 없음에도 ‘특수 장비가 없다’, ‘인력이 없다’, ‘전용 수술실이 없다’, ‘격리 치료실이 없다’, ‘일회용 의료 도구가 없다’는 등 여러가지 변명과 함께 의료차별과 진료거부가 아직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시의적절하게 제공받지 못하여 후유증이 남거나 건강이 악화되는 상황도 발생한다. 여기에 장기화된 의료 공백과 함께 집단적 휴진까지 겹친다면 HIV 감염인이 진료나 타과 협진을 받을 수 있을지 매우 우려스럽다. 실제로 올해 한 신규 HIV 감염인은 HIV가 아닌 다른 질병 치료를 위해 입원일까지 결정되었으나, 의사들의 집단 행동으로 인해 입원 및 치료 일정이 취소되어 갑작스레 다른병원으로 이전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결국 2달이 넘는 기간동안 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수소문해야 했고 그 사이 건강 상태는 악화되었다.

 

HIV/AIDS 운동은 의료차별과 진료거부 등 의료접근권에 대해서 줄기차게 싸워왔다. 비과학적인 편견과 낙인에 근거해 발생하는 의료차별은 인식이 낮은 의료인들의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이윤 극대화를 목표로 조직된 민간의료 중심적인 시스템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자본주의의 이윤추구 논리와 결합한 의료체계 내에서 정치적 기득권을 강화하기 위해 세력화하고 차별과 혐오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2018~2019년 소위 말하는 ‘진료거부권’ 입법시도 이후 대한의사협회는 꾸준히 ‘진료를 거부할 권리’를 주장한다. 차별을 제도화하려는 시도를 통해 대한의사협회는 단순히 환자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바라보고 정책적 권한조차도 본인들이 쥐고자 하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등 공공병원의 소속된 의사들 조차 환자와 환자의 생명을 본인들의 기득권 강화를 위한 도구로 삼으며 집단 휴진을 결정하고 철회하는데 민간병원은 어떻겠는가. HIV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돈벌이가 안된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하고 차별하는 병원들이 이제는 정당한 이유없이 수많은 환자들을 병원에서 내몰고 있다. 보건의료체계가 뒷받침해야 할 수많은 환자들의 생명은 집단적이고 이기적인 권력에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흔들리고 있다. 

 

때문에 의사들이 ‘파업’을 하면서까지 요구하는 주장을 보며 참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의료접근성이 가장 취약한 그룹을 의료체계에서 배제하는 상황을 방치하면서, 의료서비스의 질 개선을 말한다. 환자들의 생명은 돌보지 않으면서 생명을 위한 결정이라고 이야기한다. 대한의사협회 윤리지침에는 “의사는 고귀한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보전하고 증진하는 숭고한 사명의 수행을 삶의 본분으로 삼아”라는 내용이 쓰여 있다. 여기서 이야기되는 환자들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정부와 협상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정말 정당성을 가지는가. 의사에게 생명은 무엇인가. 정치적 다툼을 위해 집단 휴진을 하는 것, 그로 인한 의료 인력의 부재로 진료예약을 미루거나, 입원을 거부하거나, 강제퇴원을 시키는 행위를 멈추고 본분을 다해야한다. 우리에겐 생명을 볼모로 삼지 않는,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지 않는, 환자를 살리려는 의사가 필요하다. 

 

환자를 살려야할 대상이 아닌 이윤으로만 바라보며 의료 공백을 만드는 대한의사협회의 전면 휴진을 비롯한 선동을 강력히 규탄한다. 대한의사협회는 집단 권력을 이용해 의료차별과 진료거부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를 멈춰라. 집단 휴진에 동참하는 의사들은 환자의 생명을 걱정한다면, 정책주도권 다툼을 위해 환자를 이용하는 것을 중단하고 생명을 살리는 본인의 직업적 책무를 다하라. 우리는 의료공공성이 강화되는 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차별없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보건의료체계를 원한다. 

 

 

 

2024.06.26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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