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서울학생인권조례에 대한 교육부의 억지에
제동을 거는 대법 판결을 기대한다
- 서울학생인권조례 무효확인소송 대법원 재판 시작에 부쳐
오늘 대법원에서는 교육부가 제기한 서울 학생인권조례 의결 무효 확인 소송에 대한 변론이 열렸다. 교육부가 처음 무효 소송을 제기한 지 무려 1년 9개월 만에 열린 재판이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학생인권조례가 대법원에서 무효 여부를 다투어야 하는 현실 자체가 안타깝다. 인권을 보장하는 것은 정부의 최우선적인 책무이다. UN아동권리협약 역시 협약에 가입한 국가가 학교 규율이 아동의 인간적 존엄성을 지키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학생인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교육부가 먼저 나서서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입법과 정책을 제안해야 마땅할 노릇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거꾸로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무효 소송을 걸고 학생인권조례를 없애려 함으로써 자신의 의무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정부의 권한 남용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일이다.
교육부가 내세우고 있는 논리 역시 궁색하다. 서울 학생인권조례의 제정과 공포 과정이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는 억지 주장은 이미 최근 헌법재판소 결정에 의해서도 기각되었다. 서울학생인권조례가 상위법에 어긋난다거나 법률위임의 원칙을 어기고 있다는 주장도 궁색하긴 마찬가지다.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 UN아동권리협약 등은 학생의 인권 보장을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취지에 따라 더욱 구체적으로 학생인권 보장의 기준과 실현 방안을 제시한 자치법규가 학생인권조례이다. 이미 초중등교육법 등에서 학교장에게 학생인권 보장 의무를 부여하고 있기에 학생인권조례는 그러한 것들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만들어진 것일 뿐이다.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서 학교 규칙을 제․개정하도록 한 것이 학교장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학교장의 권한을 비상식적으로 절대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또한 학교와 교직원 등의 직무상 권한 행사에 대해 규범을 정하는 것이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없다.
오늘 대법원에서 주심 대법관 이상훈은 교육부 측 대리인에게 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네 개 지역 중에 유독 서울과 전북 학생인권조례만 소송을 제기했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교육부의 주장대로 학생인권조례가 교육을 무너뜨렸다고 볼 만한 실증적 증거가 있는지, 조례가 제정되지 않은 지역에는 문제가 없는지 따져 물었다. 협의하고 보완하면서 고쳐가면 될 일을 무리한 소송 제기로 교육부가 오히려 교육 현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도 함께 물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측 대리인이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하였다. 오늘의 재판 상황만 보더라도 학생인권조례를 공격해온 교육부의 근거 없음은 명확하다.
그동안 서울시교육청은 대법원에 제기된 소송을 핑계로 서울 학생인권조례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다. 서울시민 약 10만명의 주민발의를 통해 제정된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이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던 것은 참으로 불합리한 일이다. 그 책임은 우선 무효 소송을 제기한 교육부와 뻔히 효력이 있는 조례를 제대로 집행하지 않는 서울시 교육청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무효 소송이 제기된 뒤 장기간 이를 다루지 않은 재판부에도 아쉬움을 표한다. 미루고 미룬 뒤에 변론을 연 만큼, 대법원이 조속하게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부당한 소송을 마무리하는 판결을 내려줄 것이라 믿는다. 학생의 인권 보장과 학교 민주주의의 강화는 우리 교육과 시대의 정신이요 나아갈 방향이다. 재판부가 인권의 정신과 우리 헌법, 국제 규약 등을 충분히 고려한 판단을 할 것을 기대한다.
우리는 교육부에도 촉구한다. 교육부는 학생인권조례와 학생인권 보장을 방해하려는 모든 시도를 중단하라. 지금이라도 스스로 소송을 취하하고 학생인권 보장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 교육부가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길이다.우리는 교육부 측에 소모적인 소송이 아니라, 전국적인 학생인권 신장을 위해서 시민사회와 협의의 자리를 만들어 학생인권 정책을 공동으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 학생인권조례는 교육부의 정략적 계산에 따라 무효를 다툴 사안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학교 현장과 지역 사회에서 학생인권이 뿌리 내리고 자라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일이다.
2013년 10월 31일
인권친화적 학교 + 너머 운동본부